기사 메일전송
셸리 테일러의 돌봄과 유대이론, 그리고 치유농업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최연우 교수
  • 기사등록 2026-05-22 08:55:22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현대 사회는 스트레스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인간관계는 점점 단절되며, 고립감과 불안은 일상이 되었다. 과거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스트레스 반응을 주로 ‘투쟁-도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으로 설명해 왔다. 위험 상황에서 인간은 싸우거나 도망치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스트레스 반응은 그것만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타인을 돌보고 관계를 강화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는 행동도 나타난다. 이러한 점을 체계적으로 설명한 사람이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셸리 테일러(Shelley E. Taylor).

 

셸리 테일러는 1946년 미국에서 태어난 사회심리학자이다. 미국 코네티컷 대학)에서 학사를 마친 뒤 예일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 교수로 활동하며 건강심리학과 사회심리학 분야를 연구했다. 그녀는 스트레스와 건강, 사회적 지지, 인간관계가 심리와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으며, 특히 인간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단순히 공격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돌보고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것이 바로 ‘돌봄과 유대 이론(Tend-and-Befriend Theory)’이다.

 

이 이론에서 ‘돌봄(Tend)’은 보호하고 보살피는 행동을 의미하며, ‘유대(Befriend)’는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즉 인간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가족이나 주변 사람을 돌보고 공동체와 연결되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셸리 테일러는 특히 여성들에게서 이러한 경향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질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옥시토신(oxytocin)과 에스트로겐(estrogen) 같은 생리적 요인, 그리고 사회적 관계 형성 과정과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반응은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는 남녀를 떠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생각해 보면 인간의 역사 자체가 돌봄과 유대의 역사였다. 농촌 공동체에서는 힘든 농사일을 함께 했고, 음식을 나누었으며, 모내기와 김장 같은 노동도 공동체 속에서 이루어졌다. 혼자 살아남기 어려웠던 시대에 인간은 관계를 통해 안정과 생존을 확보했다. 결국 인간은 원래 공동체적 존재였던 셈이다.

 

치유농업의 현장에서도 이러한 모습은 자주 발견된다. 치유농업은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활동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참여자들이 함께 씨앗을 심고, 작물을 수확하고, 음식을 만들며 식탁을 공유하는 과정 속에는 단순한 체험 이상의 심리적 작용이 존재한다. 바로 돌봄과 유대의 과정이다.

 

예를 들어 혼자 있을 때는 우울감과 불안이 심했던 사람이 치유농업 프로그램에서는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식물을 돌보며 책임감을 느끼고, 다른 참여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정서적 지지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함께 밥을 먹고 작업을 나누는 단순한 행위조차 심리적으로는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감각을 형성한다. 셸리 테일러의 이론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특히 치유농업에서 음식 활동은 돌봄과 유대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영역이다.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나누어 먹는 과정은 인간의 관계를 빠르게 연결시킨다.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단순한 조리 행위가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고 돌보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위해 반찬을 담고 국을 나누는 행동에는 언어 이상의 정서가 담겨 있다. 치유농업에서 공동 식사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촌 공간 역시 돌봄과 유대를 촉진하는 환경이다. 도시에서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단절되기 쉽지만, 농촌에서는 작은 인사와 공동 작업, 자연 속 활동이 비교적 쉽게 이루어진다. 식물을 함께 가꾸고 계절 변화를 공유하는 경험은 인간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이는 단순한 감성이 아니라 인간 진화 과정 속에서 형성된 사회적 생존 방식과도 연결된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초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청년 고립, 정신 건강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인간을 단순한 경제적 존재가 아니라 관계적 존재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치유농업은 바로 그 관계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분야이다. 식물과 자연만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연결을 회복시키는 것, 그것이 치유농업의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다.

 

셸리 테일러의 돌봄과 유대 이론은 인간이 왜 공동체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지, 왜 함께 먹고 함께 일하는 과정이 치유가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결국 인간은 혼자 버티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 돌보고 연결되면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치유농업의 미래 역시 단순한 체험 산업이 아니라 인간관계와 공동체 회복의 가치 속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6. 로버트 자이언스의 단순노출 효과와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5.16.).

최연우. 2026. 마르틴 하디데거의 존재철학과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5.11.).

0
기사수정

기사의 무단 전제나 복제를 금합니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42722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장성 황룡강, 형형색색 봄꽃 물결로 상춘객 유혹
  •  기사 이미지 멸종위기야생생물 ‘석곡’ 개화
  •  기사 이미지 강기정 광주시장, 5·18 기억의정원 개원식 참석
한국언론사협회 메인 왼쪽 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