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최근 농업과 문화 관련 강의를 다니면서 예전과는 다른 흐름 하나를 자주 느낀다. 우선 정년퇴직자들이 많아진점과 그들의 모습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지금의 퇴직자들은 단순히 일을 마친 세대가 아니다.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은 경우도 많고,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도 뛰어나며, 신체적으로도 과거 세대보다 훨씬 젊다. 사회 경험과 전문성까지 갖춘 이들은 사실상 지역사회가 활용할 수 있는 매우 우수한 인적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현재 농촌 정책은 이들을 체계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데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귀농 정책은 주로 청년농이나 전업농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퇴직자층은 단순한 귀촌 수요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앞으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문제를 생각하면 퇴직자층은 전남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중요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전남 농촌은 빠른 속도로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진행되고 있다. 농업 생산 측면에서는 규모화와 기계화, 스마트농업 확대라는 긍정적 변화도 기대할 수 있지만, 소비 인구 감소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든다. 사람이 줄어들면 지역 상권과 의료·교통·복지 서비스가 약화되고, 결국 마을 유지 자체가 어려워진다. 지역 소멸은 단순히 농업 생산 인구 감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인구 감소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퇴직자의 농촌 이주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퇴직자 한 사람이 농촌에 정착하면 단순히 주민등록 인구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생활 소비가 발생하고, 지역 서비스 이용이 늘어나며, 가족과 친척, 지인들의 방문까지 이어진다. 최근 중요하게 논의되는 ‘생활인구 확대’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특히 지금의 퇴직자들은 과거처럼 단순히 은거 생활을 원하지 않는다. 일정 수준의 소득 활동과 사회적 관계, 그리고 의미 있는 일거리를 원한다. 실제 강의 현장에서도 많은 퇴직자들이 “큰돈을 벌고 싶다”기보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기존의 생계형 귀농과는 다른 흐름이다.
전남 농업은 바로 이 지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대규모 전업농 중심 정책만이 아니라 퇴직자 맞춤형 생활농업 모델도 함께 육성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하루 3~4시간 정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소규모 채소 재배, 화훼와 정원 관리, 치유농업 보조 활동, 반려동물과 연계한 농촌 생활, 농촌 체험 운영, 소규모 가공 및 온라인 판매 같은 형태들이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취미 수준을 넘어 지역 유지와 농촌 활력에도 도움이 된다. 퇴직자들은 일정한 연금과 자산을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기 정착 안정성도 비교적 높다. 여기에 소규모 일거리와 지역 공동체 활동이 결합되면 농촌 정착률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퇴직자들이 농촌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만드는 일이다. 도시에서 평생 생활한 사람들에게 농촌은 사실상 외국과 비슷한 공간일 수 있다. 생활 방식도 다르고, 농업 경험도 부족하다. 따라서 단순히 “귀농하십시오”라고 홍보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필요한 것은 사전 적응형 프로그램이다. 은퇴 이전 단계부터 도시민들이 농업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주말형 텃밭 프로그램, 생활농업 교육, 농촌 체험형 장기 프로그램, 디지털 기반 소규모 스마트농업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단순 기술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농촌 생활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과정이다.
또한 지금의 퇴직자들은 과거 세대와 달리 디지털 활용 능력도 높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농업 정보를 습득하고, 온라인 판매나 SNS 활용도 가능하다. 전남이 이러한 특징을 잘 활용한다면 소규모 스마트농업, 생활형 치유농업, 농촌 관광형 농업 등 새로운 형태의 농촌 모델을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남은 다른 지역보다 자연환경과 농업 자원이 풍부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기후와 경관, 농촌 문화, 음식 자원까지 결합하면 퇴직자들에게 단순 거주지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의료·교통·생활 서비스 접근성을 개선하고, 소규모 임대형 주거단지나 생활형 농장 모델 등을 함께 지원한다면 정착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앞으로 전남 농업은 단순히 농산물 생산만으로 경쟁력을 논하기 어려운 시대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사람을 붙잡는 농촌, 생활이 유지되는 농촌, 관계와 문화가 살아 있는 농촌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퇴직자들은 단순한 복지 대상이 아니라 전남이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활용해야 할 새로운 인적 자원이다.
이를 위해서는 퇴직자 맞춤형 농촌 정착 프로그램과 제도적 지원이 보다 체계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은퇴 이전 단계부터 농촌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 소규모 생활농업 모델, 디지털 기반 농업 활용 교육, 의료·교통·주거 지원 등이 함께 연결되어야 한다. 특히 단순한 귀농 지원이 아니라 ‘생활이 가능한 농촌 정착 시스템’을 만드는 접근이 중요하다. 전남이 이러한 정책을 선제적으로 추진한다면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대응은 물론 농촌 활력 회복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4. 재미 농업과 퇴직자의 농촌 이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4.1.2.).
허북구. 2024. 정년퇴직과 재미농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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