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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업에서 음식의 위치 변화, 음식치유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김현주 교수
  • 기사등록 2026-05-20 09: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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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초기의 치유농업에서 음식은 중심이 아니었다. 지금도 우리나라 치유농업에 음식은 치유농업 활동을 마친 뒤 곁들여지는 부수적 요소에 가깝다. 체험 후 나누어 먹는 간식이나 식사는 참여자들의 피로를 덜어주고 분위기를 마무리하는 기능을 하지만, 치유 자체를 구성하는 핵심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고 있는 상태이다. 치유 효과는 흙을 만지고, 식물을 돌보고,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여겨졌고, 음식은 그 경험을 보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음식이 주변에 머물렀던 데에는 치유농업의 형성 과정과도 관련이 있다. 초기 치유농업은 농업 활동 중심으로 제도화되었다. 씨를 뿌리고, 작물을 가꾸고, 수확하는 과정 자체가 치유 프로그램의 중심이 되었으며, 농장 운영자 역시 생산 활동과 체험 활동에 초점을 맞추었다. 반면 음식은 조리시설, 위생관리, 식품 안전, 책임 문제 등 추가적인 부담을 수반하는 요소로 인식된다.

 

무엇보다 음식이 치유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를 설명할 이론적 틀이 충분히 정리되지 못하 ㄴ상태이다. 그 결과 음식은 “있으면 좋은 것” 정도로 취급되었고, 대부분 치유 설계의 중심에는 들어가지 못한 상태이다. 그런데 최근 치유에 대한 이해가 달라지면서 음식의 위치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치유는 단순히 기분을 좋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신체·정서·인지 기능을 회복시키고 일상의 균형을 되찾게 하는 과정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음식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인간은 하루에도 여러 번 먹는 행위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음식은 감각을 자극하고, 생리 반응을 일으키며, 기억과 관계를 동시에 건드린다. 어떤 냄새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어떤 맛은 긴장을 낮추고 안정감을 준다. 식사는 단순한 영양 공급이 아니라 몸과 마음, 기억과 관계가 동시에 작동하는 경험이다.

 

특히 음식은 일상과 가장 가까운 치유 매개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치유농업의 목표가 결국 일상 기능의 회복에 있다면, 음식은 그 목표와 직접 연결된다. 자연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경험은 특별한 시간이 될 수 있지만, 식사는 매일 반복되는 생활의 리듬이다. 따라서 음식치유는 특별한 이벤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생활 감각과 삶의 리듬을 회복시키는 데 의미가 있다.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안정된 식탁 경험을 반복하는 것은 불안과 긴장을 낮추고 생활의 균형을 되찾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치유농업에서 농업 활동과 음식 경험은 본래 분리된 것이 아니다. 씨를 뿌리고 작물을 기르는 과정은 결국 먹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참여자는 자신이 돌보고 수확한 작물이 식탁에 오르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내가 한 일”이 “내가 먹는 것”으로 연결되는 감각이 형성된다. 이는 단순한 체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자신이 만든 결과를 직접 먹는 경험은 자기 효능감과 생활에 대한 통제감을 회복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특히 우울감이나 무기력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연결 경험은 삶의 감각을 되찾게 하는 데 큰 의미를 가진다.

  

음식치유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결국 섭취 경험에 있다. 보는 것과 만드는 것을 넘어 몸 안으로 들이는 과정에서 치유 경험은 완성된다. 섭취는 외부의 경험을 내부의 경험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농장에서 열린 감각과 낮아진 긴장은 식사를 통해 신체 리듬으로 정리된다. 따뜻한 국 한 그릇, 천천히 씹는 과정, 함께 앉아 식사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강한 안정감을 만든다.

 

특히 함께 먹는 행위는 과도한 대화를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하게 한다. 사람들은 같은 음식을 나누며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그 과정 속에서 안전한 관계 경험을 축적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음식은 더 이상 치유농업의 주변 요소가 아니다. 음식치유는 별도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치유농업 구조 안에 자연스럽게 편입되어야 한다.

 

농장 활동, 조리 과정, 식탁 경험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야 하며, 이 흐름이 이어질 때 치유 경험은 농장을 넘어 일상으로 확장된다. 결국 치유농업에서 음식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구조를 완성하는 요소다. 이제 치유농업은 단순히 자연을 경험하는 단계를 넘어, 먹고 나누고 삶으로 이어지는 치유의 구조를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참고문헌

김현주. 2026. 마음의 위로하는 치유농업 음식치유.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05-13).

김현주. 2026.치유농장의 해법, 김치 담그기와 음식치유.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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