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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농업에서 비파나무의 새로운 산업 가치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5-19 08: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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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남 지역의 비파 재배 규모는 약 83.8ha, 144농가에서 연간 156톤 정도가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남해안 지역을 돌아보면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파나무는 훨씬 많다. 광양, 순천, 여수, 고흥, 보성, 장흥 등지의 마을과 주택 주변에는 오래된 비파나무를 흔히 볼 수 있다. 대부분은 상업적 과수 재배 목적이 아니라 정원수나 생활 주변 식재 형태이며, 일부는 과거 민간요법이나 약용 활용을 위해 심어진 것들이다.

 

하지만 현재 이들 비파나무는 사실상 방치 상태에 가깝다. 수형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열매도 작거나 결실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일부 지역에서는 겨울 저온과 개화기 기상 조건 등의 영향으로 과실 생산성이 떨어져 과수 산업 측면에서는 경제성이 높지 않다. 이 때문에 현재 전남의 비파는 산업 작목이라기보다 생활 주변 식물이나 지역 향토 식물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시각을 바꾸면 전혀 다른 가능성이 보인다. 열매가 아니라 잎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전남의 비파는 새로운 기능성 자원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남해안 곳곳에 비파 자원이 존재하고 있고, 잎 생산은 과실 생산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과실처럼 외관 품질과 저장성, 선과 문제에 크게 좌우되지 않으며, 건조·추출용 원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잎은 수확 시기의 조절 폭이 넓고 기상 피해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다.

 

최근 해외 연구에서는 비파 잎의 기능성 성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파잎에는 우르솔산(ursolic acid), 코로솔산(corosolic acid), 클로로제닉산(chlorogenic acid),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등의 성분이 함유되어 있으며, 품종이나 재배 환경에 따라 함량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부 품종은 항산화 활성과 항염 활성, 혈당 조절 관련 기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비파 잎을 단순 민간요법 수준이 아니라 기능성 소재와 건강 산업 자원으로 보는 연구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비파 잎의 핵심 기능성 성분 중 하나인 우르솔산(Ursolic acid)은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소재이다. 우르솔산은 항산화·항염증·항비만·근육 유지·피부 노화 억제 등과 관련된 기능성이 연구되면서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제약, 기능성 소재 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는 글로벌 우르솔산 시장 규모를 2025년 약 3억5천만 달러(약 4,800억 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2034년에는 약 5억4천만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른 시장조사 기관에서는 훨씬 큰 규모로 추산하기도 한다. 기관별 편차는 크지만 공통적으로 기능성 소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전남 비파 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지금까지 비파는 열매 중심으로 접근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완도와 같은 일부 난지 지역을 제외하면 안정적인 과실 생산이 쉽지 않다. 반면 잎 생산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다. 따라서 난지 지역은 과실 중심, 다소 추운 지역은 잎 생산 중심으로 기능을 분리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특히 비파잎차 정도에 머무르는 수준으로는 대규모 산업화가 어렵지만, 기능성 성분 추출과 소재 산업으로 접근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전남 동부 지역 곳곳에 생활 주변 식재 형태로 존재하는 비파나무는 새로운 산업 자원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능성 성분 함량이 높은 계통의 선발이다. 현재 국내 비파에 관현 연구는 대부분 열매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데, 잎 생산 관점에서는 열매 품질보다 우르솔산이나 클로로제닉산 등의 함량이 더 중요하다. 또한 단위면적당 잎 생산량, 수확 용이성, 재생력 등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아울러 유용성분의 수율 향상 연구도 필요하다. 같은 비파라도 재배지역, 토양 조건, 비배관리, 잎의 연령, 수확 시기, 건조 방식 등에 따라 기능성 성분 함량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어린잎과 성숙 잎의 성분 차이에 대한 해외 연구도 보고되고 있다. 결국 단순히 잎을 생산하는 수준이 아니라 “기능성 성분 생산 작물”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경제성 분석도 중요하다. 현재 국내 제약사나 화장품 업체들은 원가와 공급 안정성 문제로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전남산 비파잎 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생산원가, 성분 함량의 표준화, 안정적 공급 체계, 계약재배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자원을 재발견하고, 이것을 산업화 등에 의해 농가 소득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특산물 개발을 넘어 지역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다. 방치된 비파나무가 지역 기능성 소재 산업의 원료가 되고,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이 된다면 지금까지 눈여겨보지 않았던 나무들이 전남 농업의 또 다른 ‘숨은 보석’이 될 수도 있다.

 

참고문헌

박용서, 허북구 등. 2008. 비파 부위별 에탄올 추출물의 생리활성. 원예과학기술지 26(1):75-80.

허북구. 2024. 보성 찻잎과 비파잎 혼합 발효차.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4.7.26.).

허북구. 2021. 프로젝션 맵핑 기술을 활용한 비파, 딸기 선과기.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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