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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위로하는 치유농업 음식치유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김현주 교수
  • 기사등록 2026-05-13 08:5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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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현대인은 이전보다 풍요로운 식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정서적 불안과 스트레스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배는 부른데 마음은 허하다”라고 말한다. 이는 음식이 단순한 영양 공급 수단을 넘어 인간의 정서와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치유농업에서 음식치유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음식은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감을 형성하는 경험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영아기부터 음식을 단순한 생존 수단만이 아니라 돌봄과 보호 경험 속에서 받아들인다. 아기는 배가 고플 때 울고, 양육자는 먹을 것을 제공하며 안정감을 형성한다. 이러한 경험은 음식과 정서적 안정감이 서로 연결되도록 만든다. 따라서 불안정한 식사 경험이나 반복적인 결핍 경험은 일부 사람들에게 정서적 불안과 연결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음식과 감정의 관계는 계속 이어진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과식을 하거나 반대로 식욕이 감소하는 현상은 음식과 감정 조절 행동이 서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실제로 심리학과 식행동 연구에서는 음식이 긴장 완화와 위안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피곤하거나 외로운 상황에서 따뜻한 음식이나 익숙한 음식을 찾게 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관련이 있다. 음식은 마음을 직접 치료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서적 안정감을 회복하는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환경 요소가 된다.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도 음식과 안정감의 관계를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다. 인간은 오랜 시간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오며 불을 이용해 음식을 조리해 왔다. 조리된 음식은 소화 부담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인간 생활과 연결되어 왔다고 본다. 이러한 이유로 따뜻한 음식과 익숙한 향, 부드러운 식감은 사람에게 심리적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따뜻한 국물이나 천천히 씹을 수 있는 음식, 익숙한 냄새가 주는 안정감은 단순한 영양 성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중요한 것은 특정 음식 자체보다 음식이 제공하는 감각 경험이다. 치유농업의 음식치유에서도 바로 이 부분이 중요하다. 특별한 기능성 식품보다 자연 속에서 직접 수확하고 손질하며 함께 조리하고 먹는 과정 자체가 사람의 긴장을 완화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먹는다’는 행위 자체도 심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먹는 과정에서는 씹기와 삼키기, 호흡과 같은 신체 활동이 반복된다. 이러한 과정은 사람의 주의를 현재 순간의 감각으로 이동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일부 연구에서는 식사가 마음챙김적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대인의 식사는 지나치게 빠르고 단절된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을 보며 급하게 먹거나 혼자 식사하는 생활이 늘어나면서 음식의 향과 질감, 식사의 흐름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식사는 영양 섭취는 가능하게 하지만 감각 회복과 정서적 안정에는 충분히 연결되지 못할 수 있다. 반면 천천히 먹는 식사는 감각에 집중하도록 도우며 긴장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치유농업의 음식치유는 이러한 감각 회복의 과정을 중요하게 본다. 밭에서 채소를 수확하고 손으로 씻고 다듬으며 함께 조리하고 식탁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현재의 감각으로 돌아오게 된다. 흙 냄새와 채소의 촉감, 끓는 소리와 음식 향은 긴장된 마음을 완화시키는 환경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체험활동을 넘어 자연과 관계, 감각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치유농업 음식치유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본다. 단순히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함께 만들고 나누어 먹는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관계를 회복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경험할 수 있다. 혼자 먹는 식사가 개인의 생존 행위에 가깝다면, 함께하는 식사는 관계와 공동체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다.

 

현대 사회는 효율과 속도를 중시하면서 사람의 감각과 관계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원래 자연과 관계 속에서 살아온 존재이다. 치유농업 음식치유는 이러한 인간 본래의 감각을 회복하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회복은 거창한 치료 행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따뜻한 음식 한 그릇, 천천히 함께하는 식사 시간, 자연 속에서의 작은 경험이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음식치유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무엇을 먹느냐만이 아니다. 누구와, 어떤 공간에서, 어떤 감각과 관계 속에서 먹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치유농업은 이러한 경험을 자연 속에서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으며, 음식은 그 과정 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매개가 될 수 있다.

 

참고문헌

김현주. 2026. 치유농장의 해법, 김치 담그기와 음식치유.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05-06).

김현주. 2026. 치유농업 음식치유의 전개 과정과 치유 기제.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04.27).

김현주. 2026. 농가밥상과 치유농장의 음식치유.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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