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현장의 고민은 여전히 ‘지속성’에 있다. 프로그램은 늘고 참여자 반응도 긍정적이지만, 농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익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치유는 가치이지만, 경영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두 축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치유농장은 일회성 체험 공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해외의 경우 치유농업은 비교적 안정된 제도와 시장 기반 위에서 운영되고 있다. 보험 체계, 공공 서비스 연계, 의료·복지 시스템과의 결합 등으로 수요가 지속적으로 창출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정착되지 않았고, 소비자 인식 또한 체험 중심에 머무르는 경향이 강하다. 이로 인해 치유농장은 ‘좋은 일’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수익 모델에서는 취약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의 환경에 맞는 ‘현실적인 운영 모델’을 빠르게 만들어 내는 일이다. 단순한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라, 반복 가능하고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그 대안 가운데 하나로 주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김치 담그기 프로그램’이다.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식문화이며, 일상 속에서 가장 실용적으로 활용되는 발효식품이다. 동시에 김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재배·수확·조리·저장으로 이어지는 복합적인 생활문화이다.
이 점은 치유농업의 구조와 매우 잘 맞아떨어진다. 치유농장은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있고, 참여자가 직접 수확에 참여할 수 있으며, 조리와 식사를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즉, 김치 담그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 이미 갖춰져 있는 것이다.
그로인해 김치 담그기 프로그램의 강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생산과 체험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참여자는 농장에서 배추나 무를 직접 수확하고, 그 재료로 김치를 담근다. 이 과정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내가 만든 음식’이라는 의미를 형성한다. 이는 참여자의 몰입을 높이고 경험의 깊이를 강화한다.
둘째, 감각 자극과 반복 구조가 안정감을 만든다. 절이기, 씻기, 버무리기와 같은 과정은 손의 움직임이 중심이 되는 반복 활동이다. 이러한 리듬은 참여자의 긴장을 낮추고 집중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치유농업에서 강조하는 감각·행동 중심의 구조가 자연스럽게 구현된다.
셋째, 관계 형성과 공동 경험이 강화된다. 김치는 혼자보다 함께 담글 때 의미가 커진다. 재료를 나누고, 양념을 섞고, 완성된 김치를 함께 나누는 과정에서 참여자 간의 관계가 형성된다. 이는 단순 체험을 넘어 사회적 치유로 확장되는 지점이다.
넷째, 프로그램이 수익으로 직접 연결된다. 김치는 체험으로 끝나지 않는다. 참여자가 만든 김치를 가져가거나, 추가로 구매할 수 있으며, 농장에서 생산한 재료를 상품화할 수도 있다. 즉, 체험비와 상품 판매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치유농장의 수익 안정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이다.
다섯째, 한국형 치유 프로그램으로의 확장성이 높다. 김치는 사계절 재료와 지역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수 있다. 열무김치, 깍두기, 장아찌 등으로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면 반복 방문을 유도할 수 있으며, 계절에 따른 콘텐츠 운영도 가능하다.
물론 김치 담그기 프로그램이 모든 치유농장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식품위생법, 시설 기준, 가공 공간 확보 등 법적·제도적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운영자의 위생 관리 역량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갖춘 농장이라면, 김치 프로그램은 매우 현실적이고 경쟁력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농장–조리–식탁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수확에서 시작해 조리로 이어지고, 식사와 나눔으로 마무리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치유와 수익이 함께 작동한다. 치유농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식문화와 농업 환경을 기반으로 한 현실적인 모델이 필요하다. 김치 담그기 프로그램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익숙하지만 새롭게 구성된 이 경험이 치유농장의 미래를 여는 하나의 해법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김현주. 2026. 치유농업 음식치유의 전개 과정과 치유 기제.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04-27).
농가밥상과 치유농장의 음식치유.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04-20).
김현주. 2026. 음식치유에서 음식의 온도와 안정감.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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