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일본 농업은 오랫동안 우리나라와 유사한 조건 속에서 발전해 왔다. 소농 중심 구조, 여름철 고온다습한 동아시아 기후대, 좁은 국토와 한정된 경지면적 등 기본 환경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근대화의 속도와 산업화의 진행은 일본이 더 빨랐고, 그만큼 농업의 구조 개편과 기술혁신도 앞서 있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일본 농업은 우리에게 ‘참고할 선진 모델’로 여겨져 왔다. 최근 들어 한국의 스마트농업 확산, 수출 농업 확대, 지역 농정의 다양화 등으로 양국의 격차는 크지 않게 되었고, 일부 분야에서는 역전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일본이 국제적 시각에서 취해 온 대응 전략은 여전히 전남 농업의 방향을 고민할 때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일본은 식량안보를 국가 전략으로 격상시켜 대응하고 있다. 일본의 식량자급률은 38% 수준으로 OECD 최하위권이지만, 이 약점 때문에 오히려 국제 공급망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곡물 확보 경쟁이 심화되자 일본 정부는 수입선 다변화, 전략 곡물 비축 확대, 항만·물류의 스마트화 등 ‘위기 전환형 시스템’을 강화했다.
이는 곡물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특히 축산·사료산업 비중이 큰 전남에도 시사점이 있다. 국제적인 공급망 충격이 반복되는 시대에 지역 차원의 대응도 ‘안전 재고–지역 자급률–대체사료 개발’ 등 다층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둘째, 일본은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노동 절감형 스마트농업’을 국가적 핵심 전략으로 채택했다. 농업 종사자의 평균 연령이 67세에 이르면서, 일본은 자율주행 트랙터, 로봇 수확기, 드론 방제, 임대형 스마트팜 등 기술을 활용해 농업의 지속성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임대형 스마트팜’은 초기 투자 비용이 높은 첨단 시설을 공공·민간이 대신 구축하고 농가가 이용료만 내는 방식으로, 청년·귀농인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춘 사례로 평가된다. 전남 역시 고령화율이 높고 농업의 인력 구조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므로 일본 모델을 참고한 ‘공공 스마트농업 인프라 임대 플랫폼’이 중장기 전략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셋째, 일본은 농산물의 고부가 가치화에 오래전부터 집중해 왔다. 품종 개발, 브랜드 전략, 지리적 표시(GI) 등록, 프리미엄 수출 등은 일본 농업의 강점이다. 특히 일본은 샤인머스캣 품종 유출 이후 지식재산 보호체계를 대폭 강화하며, 품종·브랜드를 국가 자산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전남 역시 전남의 참다래 품종, 담양딸기, 보성 녹차, 고흥 유자, 신안 천일염 등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품목이 많지만, 일본처럼 ‘지식재산–품종–수출전략’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작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앞으로는 지역 농산물의 스토리·산지 정체성·피부감성(感性)을 국제 기준에 맞춰 정교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넷째, 일본 농업의 국제적 대응에서 중요한 요소는 기후위기 대응 능력이다. 고온화로 인한 쌀 품질 저하, 이상강우와 태풍 피해 증가 등은 일본과 한국이 함께 겪는 문제다. 일본은 고온 내성 품종 개발, 병해충 예측 AI, 스마트 물관리 시스템 등 ‘기후 리스크 경감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전남은 기후 위기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지역 중 하나로, 벼·과수·채소 등 주요 품목의 생산 체계가 이미 변화를 겪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대응 전략처럼 ‘기후 대응형 품종 육성, 재해 예측 데이터 시스템, 지역 기반 기후 스마트농업센터’ 구축이 시급한 과제다.
마지막으로 일본이 국제적으로 높게 평가받는 영역은 농촌경제의 다각화 모델이다. 일본은 6차산업화, 농촌관광, 발효·차 문화 산업, 농촌 웰니스 콘텐츠 등 지역 산업을 농업과 결합해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이는 전남의 잠재력과 매우 유사한 분야다. 발효식품, 차 산업, 해양자원, 치유농업, 전통문화 공예 등은 전남이 이미 강점을 가진 자산이며, 이를 국제적 관광과 결합하면 ‘농업경제–문화–관광–웰니스’가 연계된 신산업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일본의 강점은 지역 산업을 정교하게 패키지화하는 데 있으며, 전남 역시 이러한 접근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종합하면 일본 농업은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식량안보·기후위기 등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대응 전략을 발전시켜 왔다. 오늘날 한국의 기술력이 빠르게 성장하며 양국의 격차는 줄었지만, 일본의 사례는 여전히 참고할 가치가 있다.
전남 농업은 국제화 시대에 더 이상 ‘지역 농업’에 머물 수 없다. 식량안보, 스마트농업, 기후 대응, 고부가 브랜드 전략, 농촌경제 다각화 등 일본의 대응 전략은 전남이 미래 농정 방향을 설계할 때 유용한 비교 모델이 될 것이다. 국제적 시각에서 농업을 바라보고, 지역의 잠재력과 결합해 새로운 길을 찾는 것. 그것이 전남 농업이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물의 상품화 제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 품목의 경쟁력 강화 방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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