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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배우는 전남 친환경농산물 소비 확대 전략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06-03 09: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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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라남도는 올해 9월 30일까지 호남권친환경농산물종합물류센터와 함께 ‘친환경농산물 구매알선센터’를 시범 운영한다. 


이 시범사업은 계약 재배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공급처의 상황 변화로 납품이 어려워진 경우에도 긴급하게 구매알선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를 하는 등 유통과 소비 양 측면에서 의미 있는 접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친환경농업이 생산 기술만큼이나 유통 경로와 안정적 판로 확보가 중요한 현실에서, 이번 시범 사업은 생산지 입장에서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전남은 전국 최대의 친환경 농산물 생산지이다. 그러나 아무리 잘 재배해도 제값을 받지 못하거나, 팔 곳이 없다면 농민의 의욕은 꺾이기 마련이다. 특히 유기농업과 같은 친환경 농업은 일반 농업에 비해 생산성이 낮고 관리도 까다롭기 때문에, 그만큼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와 유통 인프라가 절실하다. 이 점에서 유기농업의 소비 기반을 전략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대만의 사례는 전라남도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정책 수립에 귀중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대만은 2019년 「유기농업 진흥법」 제정을 기점으로 유기농 산업 육성에 속도를 냈다. 법 제정 이후 정부는 제도 정비와 함께 생산기반 확대, 소비 촉진을 병행하며 아시아 유기농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소비 기반 확대 전략은 유기농업의 산업화에 결정적인 동력이 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공공 급식체계에 유기농 식재료를 대거 도입한 것이다. 2024년 기준으로 대만 전국 3,156개 학교에서 182만 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매주 495톤의 유기농 식재료가 제공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식재료 공급을 넘어 미래의 소비자들에게 유기농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각인시키는 교육적 효과도 함께 이끌어내고 있다.

 

지자체 급식에도 유기농 식자재 도입이 확대되었다. 2024년 기준으로 지자체 급식에서 소비된 유기농 채소는 1,689톤으로, 전체 채소 수급량의 14.5%에 달한다. 이는 국가 단위의 집단급식체계가 유기농 소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대만은 유기농 유통 경로의 다변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형 유통 매장에 유기농 전용 판매대 243곳을 설치하고, 112개의 온라인 유기농 전문 매장을 운영하며 소비자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직거래 시장, 유기농 레스토랑, ‘친환경 식사 약속 식당’ 등 오프라인 접점을 다양화했으며, 기업 구내식당 12곳도 유기농 식재료로 전환되었다.

 

외식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유기농 소비를 촉진하는 '유기농 식당 프로젝트' 역시 인상적이다. 국립일란대학교 유기농센터와 농식품부가 함께 추진하는 이 사업은 2024년 1월 기준 99개 식당이 참여하고 있으며, 모두 국내산 유기농 식재료를 사용한다. 소비자들은 외식 경험을 통해 유기농 식문화를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으며, 참여 식당은 인증제를 통해 신뢰도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대만은 유기농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22년 「식품 및 농업 교육법」 제정 이후 지방정부는 FAE(Food and Agriculture Education)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유기농 관련 기사, 영상, 게임, 교재 등을 개발해 어린이와 일반인 대상 교육을 진행 중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238회의 유기농 교육 세션이 진행되었고, 8,702명이 직접 참여했다. 이와 같은 생활 밀착형 교육은 학교 교과과정을 넘어 지역 식당, 복지관, 매장 등 일상 공간으로 확장되며 유기농에 대한 실질적인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국제협력도 빠질 수 없다. 대만은 2024년 제21회 세계유기농대회(OWC)를 유치해 61개국 2,000여 명을 초청했고, 영국과의 유기농 동등성 협정을 포함해 총 8개국과 무역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대만 유기농 제품의 국제적 신뢰와 판로를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한편, 2023년 11월에 개소한 화롄 유기농업연구센터는 약 10.3헥타르 규모로, 아시아 최초의 유기농업 전문 연구기관이다. 이곳은 유기 작물 재배 기술 개발과 실증뿐 아니라 유기농 식품 및 농업 교육 보급에도 기여하고 있어, 생산과 소비를 잇는 중요한 거점 역할을 수행 중이다.

 

대만의 사례는 유기농업을 단순한 생산기술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시장 육성과 문화적 확산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함을 보여준다. 전라남도 역시 공급기반뿐 아니라 소비와 유통 전략을 정비하여, 친환경농산물 산업이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정책을 보완하고 구체화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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