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한때 귀한 음식으로 명절이나 잔칫상에서나 볼 수 있던 떡이 이제는 연중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떡의 위상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빵과 같은 서양식 음식에 밀려나면서 일상에서의 존재감도 희미해지고, 전통 방앗간의 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유행의 문제가 아니라, 쌀 소비의 급감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4.4kg으로, 1970년대 136kg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는 한국인의 주식이었던 쌀이 더 이상 식탁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생일, 결혼, 출산, 환갑 등 인생의 모든 순간을 함께했던 떡 역시 쌀 소비 감소와 맞물려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오늘날 떡은 명절이나 특별한 행사에서 간신히 찾을 수 있는 '의례 음식'으로 축소되고 있다.
떡 문화의 쇠퇴는 전통 떡방앗간의 감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대 초만 해도 전국에 3,000개 이상이었던 떡 전문 생산업체는 최근 2,000곳 이하로 줄어들었다. 반면 빵집은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방 소도시에도 빠르게 확산되며 지자체의 지원까지 받고 있다. 쌀이 아닌 밀가루가 우리 식생활에서 더 익숙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서양의 빵이 우리 간식과 식탁을 빠르게 점령한 것처럼 우리의 떡이 서양의 간식이나 식탁에 빠르게 오를 수는 없을까? 서양에서는 떡이라는 음식문화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영어로 Rice cake(라이스 케이크)로 번역되지만, 일본어 '모찌(Mochi)'가 더 익숙하게 쓰이는 경우도 있다.
서양인들에게 떡은 밀가루 음식과는 전혀 다른, 찰지고 끈적한 독특한 식감 때문에 낯설고 생소한 음식으로 인식된다. 실제로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 음식들이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떡은 아직까지 그만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는 문화적 차이뿐만 아니라 식감에 대한 기호 차이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쫄깃하고 끈기 있는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떡을 접하며 그 식감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이렇듯 기본적인 식감에 대한 인식 차이가 떡의 해외 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떡은 분명히 세계화의 가능성을 지닌 음식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유럽 등지에서 떡을 색다른 방식으로 경험한 소비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떡을 아이스크림, 젤라또, 브라우니와 결합한 디저트 형태로 재해석하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또한 글루텐 프리(Gluten-Free) 식단이 주목받으면서, 밀가루를 대신할 수 있는 쌀 기반 식품으로서 떡이 가진 장점도 재평가되고 있다.
일본의 모찌 아이스크림처럼, 한국 떡도 서양인의 기호에 맞춘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 부드럽고 가벼운 식감을 지닌 떡 디저트, 작은 크기와 다양한 맛으로 접근성을 높인 스낵류 떡, 한입 크기의 고급화된 프리미엄 떡 등이 그 예다. 떡의 전통성과 건강함을 강조하면서도 글로벌 소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요구된다.
떡의 세계화는 단순히 떡 산업의 문제를 넘어, 쌀 소비 확대라는 국가적 과제와 직결된다. 우리 농업의 근간인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방식의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떡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글로벌 식문화 속으로 편입시킬 때 비로소 새로운 소비층을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떡은 단순한 음식 그 이상으로,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를 담고 있는 상징적 존재다. 삶의 모든 순간을 함께했던 떡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면, 이는 한국 문화의 저변 확대와도 연결된다. 따라서 떡의 세계화는 문화산업과 농업의 동반 성장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떡의 세계화는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식문화의 벽, 기호의 차이, 시장 접근성 등 다양한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그러나 떡을 단순한 '전통 음식'으로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시대와 소비자의 변화에 맞추어 재창조할 때 비로소 쌀 소비 확대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결국 떡의 세계화는 한국의 쌀 문화가 살아남고 진화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외국인의 기호에 맞춘 새로운 떡 제품 개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 그리고 떡의 가치와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스토리텔링이 함께할 때, 떡은 다시금 우리 식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는 곧 쌀 소비 확대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