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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돗토리 20세기배 기념관의 존재감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4-08-12 08: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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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남 지역에 지역 특산 농산물 전문박물관이 몇 개 있다. 이들 박물관의 설립은 박물관을 통해 특산물을 알리는 것과 함께 지역 관광의 핵심 시설로 활용하려는 목적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현실은 시대 변화에 따라 지속적인 투자가 되지 않고, 운영 소홀로 설립목적과는 달리 부정적인 이미지만 발신하는 곳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이유는 투자 부족과 운영 미숙이다. 특산물 품목 박물관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려면 농부가 환경변화에 맞게 작물이나 가축을 관리하듯이 시대 변화에 맞게 투자하고, 변화 및 관리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우선 돈이 들어간다. 게다가 바뀐 지자체장은 자신의 업적을 만들어야 하는데, 기존의 시설에 투자하는 것은 새로움이 없고, 잘되어도 지자체장의 업적 측면에서는 표시가 잘 나지 않으므로 비중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사업과 시설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고, 새로운 사업 위주로 하다보니 기존에 설립된 특산물 박물관 등은 골칫덩어리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그러한 사례가 많은데, 그러한 상황에서도 특산물 전문박물관이 시대에 맞게 변신하면서 잘되는 곳들도 있다.

 

일본 돗토리현(鳥取縣)에 있는 돗토리20세기배기념관(鳥取二十世紀梨記念館)도 그중의 한 사례이다. 돗토리20세기배기념관은 일본 돗토리현(鳥取縣) 구라요시(倉吉市)에 있다. 구라요시의 인구는 2024년 7월 1일 기준으로 4만 3,944명으로 같은 시기의 담양군 인구 4만 4,913명과 비슷하다.

 

한국대나무박물관이 있는 담양군이 대나무로 유명하다면 구라요시(倉吉市)는 ‘20세기배(二十世紀梨)’로 유명하다. 20세기배는 1888년 치바현(千葉縣) 마쓰도시(松戶市)에 살던 마츠도 가노스케(松戶覺之助)라는 청년이 우연히 배나무 묘목을 주워 정성스럽게 재배하였는데, 과육이 부드럽고 과육이 풍부하며 달콤한 배가 착과된 데서 유래된 것이다. 농학박사인 와타세 토라지로(渡瀬寅次郎, Watase Torajiro) 박사는 이 배가 새로운 시대를 대표하는 품종이 될 것이라고 믿고 ‘20세기배'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후 20세기배는 돗토리현(鳥取縣) 내에서 인기가 크게 높아져 배 재배 농가가 많아졌다. 돗토리현은 지리적으로 배수가 잘되는 경사지라는 특성이 20세기배의 재배에 맞아 재배가 늘어났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20세기에는 20세기배가 돗토리현의 가장 유명한 특산품이 되어 일본 총생산량의 50% 가까이 되었다.

 

돗토리현에서는 20세기배를 알리고, 관광명소를 만들기 위해 ‘돗토리20세기배기념관’을 설립하여 2001년 4월부터 운영하고 있는데, 2020년 2월 누적 방문객 수가 200만 명을 돌파했다. 입장 후 1시간 정도 관람과 체험이 가능한 돗토리20세기배기념관에는 연간 10만 명이 넘는 순수 관광객이 방문하는데,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 관광명소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풍부한 콘텐츠와 먹거리가 있다. 돗토리20세기배기념관의 수많은 전시물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지름 20m에 달하는 거대한 20세기배 나무다. 한때 연간 4,000그루의 배를 생산했던 것으로, 수령 70년이 넘은 그 아름다움은 볼 만하다. 그 밖에도 배를 소재로 한 작품도 전시되어 있으며, 마치 배 정원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마법의 정원’도 매우 흥미롭다.

 

5월 초에는 과일 따기 및 포장 체험, 9월 중순에는 수확 체험(유료)이 있으며, 각 시기에 진행되는 다양한 배 만들기 체험활동 등 시기에 맞는 이벤트도 인기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배와 배 가공품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배의 시식은 세 가지 종류의 배를 맛보고 비교할 수 있는 ‘배 키친 아트 갤러리'와 20세기 배 아이스크림과 배를 얹은 미니 팔러를 갖춘 ‘과일 팔러(Fruits Parlor)’에서는 맛있는 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입장권은 어른 300엔 청소년은 150엔인데 이것으로는 배를 무료로 교환할 수 있다. 입구에는 온갖 종류의 배 과일, 배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판매처가 있으므로 현장에서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방문기념 선물로 구매할 수가 있다.

 

돗토리20세기배기념관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게임 공간도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오기에도 딱 좋은 곳이다. 더욱이 「육아 지원 여권」을 지참하면 배와 배 가공품의 구매시 더 많은 할인이 된다. 「육아 지원 여권」은 일본 여러 지자체에서 18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세대에게 발급하는 것으로 이 「육아 지원 여권」을 지참하면 참여 매장에서 육아 가구에 대해 각종 할인·우대 서비스를 함으로써 육아 가구에의 경제적 부담의 경감이나, 사회 전체에서 육아 가정을 지지하는 시스템이다(서비스 내용, 대상자의 요건은, 각 지자체나 점포에 의해 다르다).

 

돗토리20세기배기념관은 설립된지 24년이 되었고, 기념관의 설립 당시 보다 인구가 크게 줄어드는 등 많은 환경변화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광객이 많다. 관광객들에게는 지역의 기업들이 지역의 배로 만든 가공품 상당량 판매하고 있으며, 지역의 배를 알리는 등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참고자료]

허북구. 2017. 지역문화를 살리는 박물관 경영마케팅 길잡이. 중앙생활사.

허북구. 2015. 박물관을 살리는 뮤지엄샵의 경영과 마케팅 전략. 세오와 이재.

安田達昭. 2023. 令和4年度鳥取二十世紀梨記念館事業報告書について. 一般財団法人 鳥取県観光事業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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