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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옷날의 창포와 전남의 놀이 문화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4-06-10 08: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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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단옷날(6월 10일)을 맞이해 다양한 행사가 치러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창포물 머리감기’이다. 단옷날에 창포를 이용하는 문화는 우리나라 외에 중국과 일본에도 있다. 중국과 대만에서는 단오절에는 창포와 쑥을 한 묶음으로 묶어 문에 꽂거나 걸어 두는 것이 풍습이 있었다. 창포와 쑥이 재앙을 막고 역병을 예방하며 건강을 지켜준다는 믿음 때문이다.

 

창포의 잎을 사용하는 이유는 잎이 검(劒) 모양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창포 잎을 물검(水劍) 또는 포검(蒲劍)이라 했는데, 불운을 몰아내고 수 많은 악령을 죽일 수 있는 검에 비유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창포에 대해 “삼십육풍(三十六風)과 열두마비(一十二麻痺)의 치료, 혈관을 뚫고, 뼈의 누공을 치료하며, 장기간 사용하면 귀와 눈을 밝게 해 준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일본의 단옷날 풍습에는‘창포 절구(菖蒲の節句)’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창포를 넣어서 끓인 물에 목욕하는 풍습이다. 또한 향기가 강한 창포를 향주머니로 만들어 지녔던 문화가 있다. 창포탕 목욕은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이고, 향주머니는 악령을 물리치고 재앙을 없앤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창포는 이와같이 단옷날에 사용된 대표적인 식물 가운데 하나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창포물 머리감기는 단옷날의 중요한 풍습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수년 전에 나주에서 태어나 자란 고령자분들을 대상으로 한 단옷날 풍습 조사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고령자분들을 대상으로 1930-1960년대까지 존재했던 단옷날 풍습에 관한 조사에서 머리감기 풍습은 있었으나 창포물이 아니라 다양한 식물을 섞어서 끓인 물로 머리를 감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옷날 풍습으로 가장 많이 행해진 것은 머리감기 보다는 상추 분바르기와 찔레꽃떡 만들어 먹기였다.

 

상추분바르기는 이른 새벽에 상춧잎에 묻은 이슬을 털어서 모은 후 얼굴에 바르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피부병이 안 생기고, 피부가 고와진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찔레꽃떡 만들어 먹기는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거의 다 만들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찔레꽃이 단오경에 필경우에는 신선한 꽃을 채취하였고, 단오 이전에 피었을 때는 꽃을 채취하여 건조해 두었다가 쌀과 섞어서 떡을 만든 후 단옷날에 먹었다.

 

찔레꽃떡을 만들어 먹었던 이유는 단오에 찔레꽃떡을 먹게 되면 아이들이 여름철에 아프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단오는 봄이 여름으로 바뀌는 시기이므로 아프기 쉬운데 환절기를 무난하게 넘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많았다.

 

단옷날의 풍습에는 강가나 바닷가에 가서 속옷만 입고 모래 속에 몸을 파묻고 모래찜을 해던 것 등 다양했으나 창포는 알지도 못하고, 더욱이 창포물 머리감기는 해 본 적이 있다는 고령자분들은 아무도 없었다.

 

필자의 조사는 10여년 전에 이루어졌는데, 지금도 90세 이상의 고령자분들과 대화를 해 보면 적어도 7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당시의 단옷날의 풍습과 놀이를 알 수 있다.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전남의 많은 지역에서는 현재 단옷날의 대표 풍습으로 내세우고 있는 창포물로 머리 감기보다는 다른 풍습과 놀이가 많았다.

 

그러한 풍습과 놀이는 실제로 경험해 본 고령자분들의 사망 증가와 함께 잊혀지면서 콘텐츠 자원이 없어지고 있다. 특히 전남은 상추분바르기, 과일나뭇잎분바르기, 찔레꽃떡 제조와 이용 등 농업과 관련된 단오 풍습이 많았다. 이들 풍습은 선조와의 연대감은 물론 우리 전남의 고유문화 콘텐츠의 보존과 전승 그리고 개발 측면에서라도 소중한 가치가 있다. 늦은감은 있으나 이제라도 이들 문화의 조사와 기록 그리고 전승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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