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서아프리카의 사헬(사하라 사막의 남쪽 주변) 국가들 사이에서 갈수록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미국이 친(親)러시아 행보를 가속하는 니제르에서 미군 1천명을 철수시키기로 했다고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니제르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 1천명을 빼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당국자들은 수일 안에 니제르와 '질서정연하고 책임 있는 철군' 계획 논의를 시작할 것이며 철군 완료에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은 6년 전 사하라 사막 남부에 위치한 니제르 아가데즈에 1억1천만달러(약 1천500억원)를 들여 구축한 드론 기지인 '201 공군기지'에 주둔하고 있다.
미군은 이 기지를 2018년부터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연계 단체 등 극단주의 무장세력을 공격하는 데 이용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니제르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 군정이 들어선 이후 미군은 활동을 중단했으며, 미군의 무인 공격기 MQ-9 리퍼도 자국군 보호를 위한 감시 임무 외에는 대부분 지상에 머무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병력 철수 이후 이 기지에 미군이 어느 정도의 접근권을 가지게 될지, 러시아 측 고문이나 러시아 공군이 해당 기지에 들어서게 될지 등 전망은 아직 불분명하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미국은 또한 최근 수 주일 동안 니제르 군정과 군사협력 협정을 복원시키려 노력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국무부 고위 관리에 따르면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이번 주 알리 라민 제인 니제르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니제르의 친러시아 행보와 이란과의 우라늄 거래 가능성, 군정의 민정 복귀 방안 마련 실패에 대해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달했다.
앞서 니제르는 몰리 피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가 이끄는 미국 고위 대표단이 자국 방문을 마친 지 하루만인 지난달 16일 미국과의 군사협력 협정을 즉각 파기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해 미국 대표단이 니제르 측에 이란과의 우라늄 거래 가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니제르 군부가 미국과의 군사협력 중단을 전격 결정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니제르는 2022년 기준 2천20 메트릭 t의 생산량으로 세계 7위 우라늄 생산 국가다.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니제르는 사헬 지역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에 맞선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의 전략적 요충지였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당시 대통령 경호실장이 이끄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억류하고 정권을 장악한 이후 서방과의 대테러 군사 협력은 중단됐고 1천500명에 달했던 프랑스군은 군정의 요구로 철수했다.
니제르 군정은 또한 지난해 11월 유럽연합(EU) 지원을 받는 G5 사헬 연합군에서 탈퇴하고 말리, 부르키나파소 등 인접국 군정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친러시아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쿠데타 이후에도 니제르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라며 군정과의 공식적 관계 단절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니제르는 러시아와 더욱 밀착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러시아군의 장비와 러시아 교관 100명이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 도착해 방공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니제르와 러시아 국영 매체들이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는 니제르와 관계 단절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서아프리카 연안 다른 국가에 새로운 드론 기지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현직 안보·외교 당국자들은 그러나 전략적 위치나 미국과의 협력의지 등 여러 측면에서 니제르를 대체할만한 거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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