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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농업과 화전놀이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4-03-07 08: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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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남인터넷신문]양지바른 숲에 있는 진달래 나무에서 꽃이 피었다. 전남에서 진달래꽃은 진지리꽃, 참꽃 등 몇 가지 이름으로 불린 가운데, 전남 동부지역에서는 주로 참꽃으로 불리었다. 참꽃은 개꽃과 구분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인데, 개꽃으로 불리는 것은 철쭉이었다.

 

철쭉은 척촉(躑躅)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척촉의 유래에 대해서는 걸음을 머뭇거리게 한다는 뜻과 함께 함께 중국에서 산양이 철쭉을 먹고 숲을 비틀거리면서 걸을 때 나는 척촉 척촉하는 소리에서 유래되었는다는 중국 문헌이 있다.

 

철쭉의 이름 자체에 독성 성분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그것을 경험으로 알고, 먹을 수 있는 진단래와 구분하기 위해 개꽃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왔을 것이다. 그리고는 그것을 계속해서 다음 세대에 전해주었을 것이다.

 

개꽃의 상대적인 이름을 가진 참꽃(진달래)은 단순히 먹는 데에 그치지 않고 놀이로까지 발전했다. 대표적인 것이 화전놀이이다.

 

화전놀이는 화류(花柳), 회취(會聚), 꽃달임 등으로도 불리는 것으로 진달래가 피어나는 춘삼월에 한 마을의 기혼 여성이 무리 지어 인근의 산천을 찾아 즐기는 집단적 놀이 활동으로 그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1869년부터 1873년까지 경상도 관찰사로 있던 김세호가 경상도 71개 군현지(郡縣誌)를 모아 편찬한 도지(道誌)로 1937년에 성주의 정원호가 편찬한 『교남지(嶠南誌)』에 의하면 신라의 궁인들이 봄놀이를 하며 꽃을 꺾은 데서 화전놀이가 비롯되었다고 기술했다.

 

『조선왕조실록』(권7, 세조 3년 4월 22일)에는 귀가(貴家)의 부인들이 진달래꽃(杜鵑花)이 필 때 집안의 며느리를 모아 잔치를 벌였는데, 이를 전화음(煎花飮)이라고 했다는 대목이 있다. 화전놀이는 1970년대까지도 이어져 지금도 그 경험을 가진 고령자분들이 많다.

 

고령자분들에 의하면 화전놀이는 진달래꽃이 필 때 여성들이 모여서 화전(花煎) 등을 만들어 먹고 놀았다는 즐거운 기억이었다. 마찬가지로 과거의 화전놀이는 여성들이 화전(花煎)과 떡, 국수와 술 등 다양한 음식을 나누며 가무와 놀이를 즐겼던 놀이이다.

 

남성 중심의 사회 구조 속에서 화전놀이는 집과 마을을 벗어나, 여성만의 연대 의식주을 바탕으로 시집살이의 고충과 불만을 토로하고, 공유하고 가무와 놀이를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행위로 다수의 여성들이 기다리던 세시 행사 가운데 하나였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화전놀이처럼 과거에는 자연과 농촌을 배경으로 한 많은 놀이가 있었다. 이 놀이들은 세대, 이웃간의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하고, 스트레스를 풀고, 재충전의 기회 등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그러한 놀이 중에는 시대 상황에 맞게 변형시켜서 활용하면 지금도 매우 유효한 것들이 많고, 농촌에 사는 재미를 더해 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농촌에서의 삶이 즐겁고, 그 삶을 즐기려고 농촌에서 사는 사람들이 증가하려면 소득 증대와 함께 농촌에서만 할 수 있는 재밌는 놀이(콘텐츠)가 풍부해야 한다. 그러한 놀이를 발굴하고, 이를 시대에 맞게 발전시켜서 사람들이 활용하면서 농촌과 농업을 즐기게 하는 것과 치유하게 하는 것 또한 재미 농업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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