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터키 카파도키아 지하 도시와 농산물의 탄소 발자국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1-10-29 09:59:31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터키 카파도키아는 이스탄불에서 약 700km 떨어진 곳에 있는 유명 관광지이다. 


화산이 많고 높이가 약 1,000m인 고원에 위치한 카파도키아는 뜨거운 열기와 얼어붙은 눈을 모두 볼 수 있는 자연경관이 매우 매혹적이다. 


그것에다 약 3,500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지하 도시는 감탄을 자아낸다.

 

카파도키아 남부에 있는 데린쿠유(Derinkuyu)에는 약 35개의 지하 도시가 광활한 풍경 아래를 가로질러 뻗어 있다. 데린쿠유 지하 도시에는 한때 20,000명 정도의 주민이 살았던 곳이다. 


부드러운 화산암 덕분에 지하 동굴을 파기가 용이한 이곳에는 11층 깊이에 600개의 입구와 다른 지하 도시를 연결하는 수 킬로미터의 터널이 있다. 지하 터널에는 집, 학교, 사원까지 있으며, 가축을 위한 마구간, 포도주 저장고, 우물, 물탱크, 요리용 구덩이, 환기구, 공동실, 욕실, 무덤 등이 있다.

 

침략자들로부터 은신과 종교의 박해로부터 피신의 목적으로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지하 도시의 역사는 기원전 7~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대의 여건을 생각하면 지하 도시의 건축물은 웅장하고, 역사와 건축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일부 건물은 14층 높이까지 되어 있는 이 동굴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아늑한 공간이 된다. 

 

데린쿠유(Derinkuyu)에서 1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카이마클리(Kaymakli)에서는 지하도시가 건설된 이래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살아왔으나 데린쿠유의 지하 도시는 1963년에 발견되어 1969년부터 개방되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오늘날 관광객들이 데린쿠유 지하 도시에 접근할 수 있는 범위는 약 10%에 불과하다. 

 

지하 도시가 발견된 이후 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는 데린쿠유의 지하 도시는 여름의 경우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겨울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된다. 매혹적인 풍경과 지하 도시로 인해 관광 산업이 발달한 이 지역은 최근 농산물 저장산업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데린쿠유 지하 동굴은 겨울의 가장 추운 날에도 4℃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여름철 최고 온도는 가장 더운 날에도 10~12℃를 유지한다. 이는 최소의 에너지가 소요되면서도 농산물을 최대 6개월 동안 저장할 수 있는 장점이 되어 데린쿠유는 농산물의 저장 도시로 변신하고 있다. 

 

데린쿠유 지하 동굴에는 현지인이 지은 1,060개의 냉장실이 있는데, 이 자연적인 냉장실은 날씨 조건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으며, 온도 조절에 사용되는 전기량은 1kwH 미만이다. 지하실에 보관된 농산물은 중량 감소가 되지 않고, 자연 수분으로 인해 오히려 10% 정도 무게가 증가한다.

 

지하 도시의 서늘한 조건에서 사과, 양배추, 콜리플라워는 최대 4주 동안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으며 감귤류, 배, 감자는 몇 달 동안 보관할 수 있다. 만들어진 지 수천 년이 지난 지금, 카파도키아의 지하 도시는 다시 한번 성장하면서 저장의 도시로 변신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일자리 또한 크게 늘어나고 있다.

 

농산물 유통 업체들은 수만 톤의 과일과 채소를 터키의 지중해 연안인 카파도키아로 옮겨와 지하 도시를 러시아, 유럽 및 기타 지역으로 수출하기 전까지 저장하는 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국제적인 기업들 또한 저장 용량을 늘이기 위해 새로운 동굴을 만들면서 카파도키아의 지하 도시는 다시 성장하고 있다. 

 

카파도키아 지하 도시가 농산물의 저장 도시로 발전하고 있는 배경에는 저장 환경이 좋은 점, 비용이 적게 드는 점과 함께 탄소발자국이 적다는 점이다.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은 개인 또는 단체가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의미한다. 유럽의 소비자들은 탄소발자국에 대한 의식이 높은 편이므로 카파도키아의 지하 도시에서 저장한 농산물은 탄소발자국이 적은 것으로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게 된다.

 

농산물은 카파도키아 지하 저장고의 사례에서처럼 재배과정, 유통, 저장, 이용에 이르기까지 탄소발자국이 상품성을 좌우하는 시대에 진입했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농산물은 생존이 어렵다는 점에서 이제는 농산물의 유통과 저장에서도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지지를 받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농산물 저장고로 변신한 카파도키아 지하 도시는 농업 관계자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31315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보성읍 동윤천, 공조팝나무 만개 하얀 꽃물결 장관 이뤄
  •  기사 이미지 전남선관위, 목포해상케이블카에서 유권자를 만나다
  •  기사 이미지 보성군, ‘녹차몬’과 함께하는 제48회 보성다향대축제 이모저모
전남오픈마켓 메인 왼쪽 2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