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 넘실대며 아득한 날
내 누이는 피다 만 꽃 잎.
다섯 살 여린 가슴 쥐어짜며,
입가에 피를 머금어 토악질 하다
못내 하늘의 별이 되었다.
세상모르는 어린 동생에게
한 가닥 소망도 남기지 못하고
서러운 길 떠나간 뒤,
해마다
찾아오는 무심한 봄날에는
어김없이 접동새가 울어 댔다.
메아리는 내 가슴의 멍울이 되고
이제는 그저 빛마저 바랬다.
낮에는 두견새의 눈물.
밤에는 소쩍새의 핏물.
차마 하지 못한 누이의 사연
애절하게 담은 연서인 것을,
골수를 타고 내리는 뼈저린 비탄
담 세상에는 접동새로 나야 겠다.
철쭉이 어우러진 산과
개나리 민들레 피어난 들판
누이와 함께 날개를 팔랑이며
이승에 다 못한 사랑의 언약
갈라터진 목청으로
피 멍울 이라도 토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