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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와 함께 춤을
  • 기사등록 2013-07-24 1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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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달이 넉넉하게 차올라 보름달과도 같이 풍만한 육체를 낱낱이 드러내며 모나리자의 은은한 미소를 발산하면, 바다위에는 교교한 달빛이 산산이 부서지며 천변만화의 물결위에 무궁무진한 편린들이 너울거립니다.

파도는 어디서부터 달렸는지 숨 가쁜 형체를 추스르기도 전에 바닷가의 암벽에 온몸을 던져 소스라치고 포말들은 이리저리 흔들리다 속절없이 사라지곤 합니다.

온 바다에 보석으로 깔린 향연을 뒤로하고 왼편으로 눈망울을 굴려보니 길게 뻗은 방파제를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오색의 등불이 점점이 모여 교태를 부리며 나그네의 마음을 홀려대고 있습니다.

바다 건너 섬마을로 보이는 공간에는 어두컴컴한 산등성이가 어스레하게 엎드려 있고 수많은 가로등과 불빛들이 조는 듯 깜박이고 있습니다.

바다 위에 떠있는 구조물이 삼단으로 분리되어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서 있는 가운데 오색의 영롱한 등불들이 교대로 반짝반짝 비추며 무언가 한차례 소동이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한가운데에 자리한 구조물에서 뿜어대는 물줄기가 이슬비와 같이 흩어지면서 마치 안개처럼 자욱한 물보라를 일으키는데 허공중에 연두색의 레이저 광선이 평범한 사람들의 의미 있는 사연들을 열심히 그리고 있습니다.

바닷가의 벤치에는 무리를 이루는 가족들과 친지들뿐만 아니라, 사랑에 눈먼 연인들과 철모르는 어린이들이 어깨를 맞대고 앉아 바다를 뚫어져라 응시하면서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벤치 너머 산책로에는 밤을 잊은 개구쟁이들이 더운 줄도 모르고 삼삼오오 모여 뛰고 달리며, 검은 하늘을 향해 연신 폭죽을 쏘아 올리기도 하고 발광체가 있는 비행물체를 쉼 없이 던지고 있습니다.

바다를 향해 앉은 사람들의 분위기와는 달리 부산하기도 하지만, 모두가 하나 되어 여름밤의 축제를 꾸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려는 듯이 간간이 자리한 기둥에 매달린 스피커에서는 숨넘어가는 듯 가수의 음률이 떨리며 파도소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여 감미롭게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바다 건너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여기에 모인 군중들의 오늘 하루 동안 쌓인 고단한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가려는지 머리를 팔랑거리며 흔들어 댑니다.

그야말로 한 잔의 술에 찌든 나그네는 지상의 천국이 아닌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숨 막히는 순간을 이겨내며, 다음에 찾아올 누군가에게 그동안 숨겨온 애타는 연정을 아낌없이 고백하려는 듯 가슴이 설레기도 합니다.

과연 시간이 지나가면 달빛이 영롱하게 비추는 저 바다를 건너 누가 나타날까.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가고 기다림의 미학은 그다지 지루하지도 않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애잔해 보이기도 합니다.

차 한 잔이 식어갈 정도의 침묵이 홀연히 사라진 순간,

그윽하게 흐르던 선율이 요동을 치면서 넓게 펼쳐진 바다 위에 요란스럽게 물줄기들을 뿜어 올리자, 형형색색의 오색 빛깔이 덧칠해지며 방향을 급하게 이리저리 회전하면서 돌아가는 곡선들이 아름답게 휘 몰아 갑니다.

마치 날아갈 듯 잘 빠진 여인들이 허리를 돌리며 한쪽으로 방향을 틀어 군무를 이루었다 다시 흩어지고, 그중의 일부는 하늘을 향해 펄쩍 뛰었다가 내려앉기도 하고, 조용히 돌아서는 순간에 비단과 같이 부드러운 옷은 시시각각 색깔을 달리하며 온갖 마술을 부리고 있습니다.

여인들의 춤사위와 마찬가지로 약속이라도 한 듯 바다를 흐르는 음률들은 살아있는 생동감으로 사람들의 혼백을 흔들어 거의 혼절 상태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따금 강렬한 레이저의 불빛들은 예측이 불가능한 방향으로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여 돌아가는 물줄기와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빛의 향연과 함께 삼박자의 하모니를 이루어 절정에 다다른 순간의 쾌감을 아낌없이 주입하고 있습니다.

바다위에서 뛰노는 여인들이라면 아마 우리가 현실에서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던 전설적인 인어의 이야기가 아닌지 잠간 동안의 착각에 온몸이 얼어붙듯 싸늘한 기운이 엄습해 옵니다.

어차피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저토록 아름다운 여인과 춤이라도 한판 추어보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닐까.

조용히 실눈을 뜨고 마음의 창을 열어 가슴에서 우러나 보이지 않는 양손을 내밀어 바다 위에 뛰노는 여인의 가냘픈 어깨위에 얹어 체면 불구하고 지그시 끌어당겨 봅니다.

어느 듯 인어와 함께 춤을 추는 것입니다.

바다를 향하는 모든 사람들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무덥지만 지루한 여름밤을 황홀한 단꿈에 젖어 느닷없이 찾아온 축복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을 제외 하고는 날마다 목포시에 있는 평화광장의 밤바다에서 춤추는 바다분수의 현란한 공연이 한회 당 20분 정도로 약 3회에 걸쳐 쉬지 않고 펼쳐지고 있습니다.

바다위에 설치된 시설이지만 동양에서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는 여인의 실체가 바로 춤추는 바다 분수인 것입니다.

인어와 함께 춤을 추기 전, 아니면 그 이후에도 평화광장의 끝단에 애달픈 사연을 간직한 아버지와 아들이 이승에서의 정을 다하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아 변하여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갓 바위가 있습니다.

바다위로 내놓은 다리에서 지켜보는 고개 숙인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에서 우리 사는 세상의 인간의 정이 얼마나 지극한 것인지를 다시금 새겨보는 기회를 가져도 무방할 것입니다.

좀 더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서둘러 목포시 대반동 바닷가를 따라 고하도에 펼쳐지는 불빛의 조화와 목포대교가 뿌리는 웅장한 학의 자태를 감상하는 것도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어본다면 실제로 차량을 타고 목포대교를 달려 먼발치로 보이는 고하도와 목포시내의 야경을 즐기는 것도 짜릿한 추억이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우리 살아가는 세상의 각박함이 생각보다 깊어진다 하여도 조금이라도 짬을 내어, 육지에서부터 이어지는 신안 섬의 발자취를 새로이 더듬어보는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목포에서는 다가오는 2013. 8. 2.경부터 8. 6경까지 사이에 다양한 문화컨텐츠 프로그램으로 해양문화축제의 한마당을 연다고 하니, 은연중 하나가 되어 올 여름의 지루한 무더위를 식히는 방편으로 삼아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여 집니다.

인어와 함께 춤을 추어보는 꿈속의 꿈을 꾸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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