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세계적인 고려인 미술거장 문빅토르 화백이 2024년 발표한 회화작품 ‘우슈토베 형상’이 고려인종합지원센터 외벽을 장식하고 있다/ 사진=고려인마을 제공 [전남인터넷신문]광주 고려인마을을 찾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고려인종합지원센터 외벽을 장식하고 있는 한 작품이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그 주인공은 세계적인 고려인 미술거장 문빅토르 화백이 2024년 발표한 회화작품 ‘우슈토베 형상’ 이다.
이 작품은 1937년 고려인 강제이주 87주년을 맞아 제작된 대표작으로, 스탈린 정권 아래 단행된 대규모 강제이주의 첫 도착지인 카자흐스탄 우슈토베 역을 중심 배경으로 삼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뿌리 뽑힌 민족의 고난과 이주의 상흔, 그리고 망각 속에 사라져가는 역사적 기억을 예술 언어로 되살려냈다.
작품의 오른쪽 하단을 가로지르는 검은색 철길과 기차의 어지러운 잔해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민족의 비극적 여정을 상징한다.
그 철로 위에는 멈춰버린 기차의 흔적, 흩어진 짐짝, 쓰러진 인물의 실루엣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흐릿한 배경 속에서 사라져가는 기차의 연기는 점차 망각되어 가는 선조들의 형상을 은유한다.
우슈토베 주변에 낮게 그려진 토굴집들은 혹한과 기아 속에서 땅을 파고 살아야 했던 선조들의 생존 본능과 절박한 현실을 증언하고 있다.
또한, 거센 바람에 휘날리는 황무지의 먼지와 붉은빛 모래는 무채색의 배경 위에서 정적이면서도 처절한 삶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
작품 중앙부는 기억의 잔해가 부유하는 몽환적 분위기로 연출되어 있다. 이 공간은 이주 1세대가 경험했던 충격과 상실, 절망을 현재의 관람자가 감정적으로 재경험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희미한 속삭임 ‘잊지 말자, 내 조국’ 은 언어마저 박탈당한 디아스포라의 절규이자, 시대를 넘어 지속되는 정체성의 저항 메시지로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문 화백은 이 작품에 대해 “예술은 기억을 잊지 않게 하는 가장 조용하고도 강력한 방법이다”라고 말하며 “국가없는 민족의 아픔과 피어린 삶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고 전했다.
따라서 ‘우슈토베의 형상’ 은 단순한 역사적 회고를 넘어, 수많은 고려인 디아스포라 후손들의 기억과 감정을 집약한 예술적 기록이다.
이처럼 광주 고려인마을의 외벽을 채운 한 점의 예술작품은 관람객들에게 고려인 강제이주의 아픔과 그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민족의 정신을 깊이 있게 전하고 있다.
고려방송: 양나탈리아 (고려인마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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