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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배워 운전면허 취득 중학교 입학합니다
  • 기사등록 2013-03-02 16: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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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못 보는 사람만 봉사일까요? 눈을 뜨고도 못 보는 사람이 진짜 봉사입니다. 글을 알게 되니 세상이 다 보여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아요.”

3월 2일 목포제일정보중학교에 입학하는 이미옥(56세) 씨의 첫 마디다. 그녀는 어려운 가정의 4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어둠의 세월을 50년 살았다.

해남 화원 바닷가 마을에서 1남 2녀의 자식들을 키우면서, 글을 모르는 부끄러움과 한이 맺혀 살면서도 시작하기를 두려워했다. 남편과 자식들은 그녀의 아픔을 알았기에 살면서 한 번도 가슴 아픈 얘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글을 모르고 사는 고통은 글을 아는 사람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어른들이 공부하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에서 한글을 공부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뛰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죽을 것 같은 갑갑한 세상을 살면서도 용기가 없어 한글 공부를 시작하지 못했다.

그러다 50세, 드디어 공부를 시작했다. 내 이름 석 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가, 나, 다부터 시작한 공부였다. 새벽부터 바다 일을 보다가도 시간만 되면 그대로 놔두고 남편차를 타고 피곤을 참아가며 한 자 한 자 배우기를 5년 만에 자동차 운전 면허증을 취득했다. 두 번 실패하고 세 번째 도전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했을 때의 기쁨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에서 한글공부를 시작했을 때 첫날 가, 나, 다가 쓰인 종이를 받았는데 검은 것은 글자이고 하얀 것은 종이라는 것 밖에 몰랐다. 일을 마친 저녁에는 남편과 아들이 곁에서 가르쳐주었다. 가족들의 희생 속에 하나씩 글자를 터득하게 되었다.

어렵게 글을 배우고 나니 세상이 불을 켠듯 환히 보였다.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무수한 간판을 하나도 읽지 못하는 세상, 버스를 타려고 해도 버스의 목적지가 쓰인 간판을 못 읽어 머뭇거리던 세상, 식당에 들어가서도 메뉴판을 읽지 못해 뭐가 있는지 얼마인지를 몰라 애를 태우다 다른 사람이 말하면 “나도 그것 먹을래.”하던 세상, 배를 타려고 해도 이름 주소를 못 써서 다른 사람에게 부탁했던 고달픈 세상을 살았다.

나이 들어 공부한다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한글 한 자를 알았다고 좋아했지만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곤 했다. 좌절이 몰려왔다.

나는 안 된다고 포기하려고 했을 때 딸이 “엄마, 조급하게 마음먹으려면 지금 그만 두세요. 우리는 글을 배우기 위해 초등학교 6학년 동안 공부했는데 엄마는 그렇게 쉽게 글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세월이 가야되지 않겠어요?”

그 때는 딸의 말이 서운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지혜로운 말이었다. 하루아침에 한글을 공부하려던 욕심을 버리고 하루 한 글자씩이라는 생각으로 바꾸자 훨씬 편안하게 글을 배울 수 있었다.

큰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학교에서 준비물을 적어주면 무슨 글인지 읽을 수 없어 얼마나 울었던지. 남편이 일하러 나갔을 때는 시아버지가 읽어주어 학습준비를 했던 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이다.
 
한 번은 홀로 사시는 친정어머니가 아파서, 모시고 중앙병원에 갔는데 입원을 해야 한다고 서류에 이름과 주소 등을 적어 오라고 했다. 글을 알지 못하는 그녀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병원 화장실에 달려가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있는데 친정 엄마가 다가오셨다. 이 때, 처음 친정엄마께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말았다.

“세상에 어떻게 딸을 안 가르쳐서 이렇게 앞을 못 보고 사는 봉사를 만들었냐, 어릴 때 차라리 버리지 왜 이렇게 키웠냐.” 하면서 엉엉 울던 기억이 아프게 남아 있다.

“글을 알면 세상이 보인다.”는 말은 그녀의 인생사에 절절이다. 까막눈으로 살아갈 때는 거리의 간판도 버스노선도 아무 것도 안 보이던 어둡고 답답한 세상이었다.

3월 2일, 그녀가 중학생이 되는 날이다. 당당하게 운전을 하고 목포제일정보중학교 신입생이 되어 공부하러 간다. 중학생이 되면서 새로 마련한 그녀의 가방이 유난히 빛난다.
 
학력인정 목포제일정보중고 만학도 638명 입학식(중290명, 고 348명)

천 팔백 사십 만원(18,400,000원) 장학금 29명이 수혜

2일, 20세 이상 누구나 공부하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입학증서 수여식이 있다.

시간적,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지난 날 학교공부를 계속할 수 없었던 성인들을 위한 중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의 입학식에는 총 638명, 중학교는 김미정 씨 외 289명, 고등학교는 송두석 씨 외 347명이 입학한다.

이번 중학교 입학생 가운데 최고령자는 서정균(남, 69세), 임순자(여, 72세), 신정희(여, 72세)이고, 최연소자는 서정화(남,31세) 노해순(여, 37세)이다. 고등학교 입학생 가운데 남자 최고령자는 김광우(남, 73세)씨이고 여자 최고령자는 조영남(여, 72세)씨이다. 최연소자는 장선우(남 19세), 정은해(여, 23세)이다.

이날 입학식에서는 특별한 장학금 수여식이 함께 진행된다. 천사(1004)의 섬 신안장학회(이사장 강춘산)에서 중학교 주인숙 외 3명, 고등학교 고재인 외 21명의 총 26명 학생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는데 중학생은 각 50만원씩, 고등학생은 각 70만원씩 17,400,000원이 지급된다.

또한 국제 로타리클럽 3610지구 (총재 이성현 본교 2007년도 졸업생)에서 지급하는 고등학교 박귀임, 유해숙, 정일웅 씨에게 합 100만원의 장학금으로 총 18,400,000원의 장학금이 지급되어 생활이 어려운 늦깎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신안장학금 50만원을 받는 김종화 씨(중2)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많을 것인데 제가 장학금을 받게 되어 어깨가 무겁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올해로 개교 52년을 맞이하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는 배우고 싶어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교육소외계층을 발굴하여 교육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편입학문의 061-273-4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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