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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굴레, 흡연.(1)
  • 기사등록 2012-03-13 15:48:44
  • 수정 2014-12-04 16: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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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의 한웅 시대에는 5사(事)가 있었는데 곡(穀)은 곡식을 이르고, 명(命)은 생명 또는 운명, 병(病)은 치병을, 형(刑)은 형벌, 선악(善惡)은 윤리를 칭하여 사람의 다섯 가지 중요한 일로 삼았습니다.

이후 5사를 각기 나누어 곡은 우가에, 명은 마가, 병은 저가, 형벌은 구가, 선악은 양가에 나누어 순차적으로 맡아 주관토록 하였는데, 신시의 시대와 단군시대를 아우르고 고구려의 5부족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명맥이 이어져 온 것입니다.

고구려의 을파소라는 선인이 백운산에 들어가 하늘에 지극한 정성으로 기도를 올려 “참전계경”이라는 천서를 얻었으니, 신시의 5사에서 비롯되어 세분하는 인간의 366 사(事)를 주재하는 강령으로, 하루에 한번 일어나는 사람의 일들을 일목 요연 하게 정리하고 그 현상을 풀이하여 놓은 것으로 보여 집니다.

요약해 보면

“8조(造)가 있나니 성(誠), 신(信), 애(愛), 제(濟), 화(禍), 복(福), 보(報), 응(應)이라 한다.
성(誠)은 충심이 발하는 곳으로서 진실에서 나오는 정성을 관장하는 곳이라, 6체(體)와 47용(用)이 있고,
신(信)은 천리의 필합(必合)으로서 인사의 필성(必成)이라, 5단(團) 35부(部)가 있다.
애(愛)는 자심(慈心)의 자연으로 인성의 본질이다. 6범(範)과 43위(圍)가 있다.
제(濟)는 덕의 겸선으로서 도가 잘 미치는 것이라, 4규(規) 32모(模)가 있다.
화(禍)는 악이 부르는 것이다. 6조(條) 42목(目)이 있다.
복(福)은 선의 여경(餘慶)이다. 6문(門) 45호(戶)가 있다.

보(報)는 천신이 하는 것으로 악인에 보하는 데 있어서는 화로써 하고 선인에 보하는데 있어서는 복으로써 한다. 6계(階)와 30급(及)이 있다.

응(應)이란 악은 악보를 받고 선은 선보를 받음이라, 6과(果) 39형(形)이 있다.

고로 하늘은 비록 말은 없으나 척강(陟降)(오르고 내림)하여 두루 보호 한다. 나를 아는 자 이를 열심히 찾아서 열매를 맺으리니, 하나같이 온전함에 이르고 모든 사람이 계를 받음이라“고 설파하고 있습니다.

8조와 그에 속하는 항목을 합하다 보면 정확하게 366여 사로 1년의 날짜와 거의 맞아 떨어지는데, 무언가 우주와 인간의 사이에 이어지는 미미한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366여 사로 이루어진 우리들 삶의 현장으로부터 108개의 번뇌 망상이 피어나는 것인지 추정이 갈 뿐이지만, 생노병사의 여정으로 점철되는 인간의 삶, 장막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저 아연하기만 합니다.

사람이 생을 영위함에 있어 일단은 막연한 의미가 될지 모르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면서 그 상태를 오래도록 유지하면 참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인간의 행복은 건강한 신체로부터 비롯하는 것으로 이를 지키려면 절제와 인내를 바탕으로 하는 끊임없는 자기 관리가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순간의 향락에 치중하다 보면 타오르는 촛불과도 같이 그 빛이 찬란할수록 수명이 짧아지고, 에너지를 절약하여 겸양한 마음으로 청춘을 사르다 보면 길고 알뜰한 삶이 될 것입니다.

우리들 인생의 건전한 신체와 정신을 갉아 먹는 몇 가지의 요인이 있는데 술과 담배, 성(姓)과 탐닉, 그리고 간단없이 달려가는 무상한 세월 등이 있습니다.

하늘이 분별하는 세월이야 어쩔 수 없다 할지라도 나머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떠하든지 간에 저로서는 상당히 좋아하였던 것만은 사실입니다.

인간으로서 알게 모르게 빠져드는 애증의 굴레들 중 담배와의 갈등은 참으로 제 인생에 있어서 치열한 접전이 아닐 수 없었는데, 366여 사 중에서 어디에 속하는 것인지 짐작하다 보니 화(禍)의 6조(條)에 해당하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어린나이에 담배를 배워 피우는 데에도 비교적 늦은 나이인 22살이 되던 해에 처음으로 맛을 느껴보면서 그때는 정말로 미미한 정도였습니다.

그해 9월 29일 입대를 하면서 고된 훈련과 무료함을 달래기 위하여 화랑담배를 쉴 새 없이 피워 대기 시작하였는데, 2일 만에 배급하는 1갑은 항상 부족하여 주변의 동료나 선후배들의 도움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여 가면서 모르는 사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골초가 되었습니다.

군에서 제대를 하고 사회에 나서 막연한 현실을 대하면서 담배의 유혹을 물리치기에는 너무나도 각박하여 서른한 살이 되는 1986년도 초엽까지는 대책 없이 흡연을 계속하였습니다.

그 해 봄인가 6주간의 교육을 받기 위하여 연수원에 입교를 하였는데 너무나 과다한 흡연으로 머리 골이 흔들리고 구토 증세가 일어나는 심각한 상황에서 내일부터는 다시는 입에 대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고는 그 질긴 악연을 무 썰듯 끊었습니다.

이따금 유혹이 일어날 때면 재떨이에 널브러진 처절한 모습의 꽁초를 머릿속에서 되살리고는 무려 18개월 동안을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가 나의 단호함에 놀라기도 하고 부러워도 하였습니다.

그 사이 담배도 안 피우는 착실한 총각을 만났던 조 여사가 첫 딸을 낳았고, 4대 종손으로 가족의 대소사에 참석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숙명적으로 만나야만 하였던 한 사나이가 내 가슴에 불을 지르자 참지 못하고 철석 같이 지켰던 계율을 순간적으로 무너뜨린 것입니다.

예전의 골초로 돌아가는 데에는 길지 않는 시간이 걸렸고 이후 도저히 억제할 자신이 없어지면서 다른 사람보다 독하고 긴 담배를 애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람들과의 인연을 넓혀 가는 술자리가 늘어갈수록 흡연은 또다시 도를 넘게 되고 견디다 못하여 재차 금연에 도전을 하여 약 6개월 동안 한모금도 가까이 하지 않고 절제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주사위를 걸머쥔 전번의 그 사나이가 또다시 나의 결심을 모래성으로 허물어 놓고 말았습니다.

모두가 스스로의 의지가 약한 탓이었지만 참으로 얄궂은 운명으로 이후에도 2개월간 비 흡연의 기간을 가졌음에도 마찬가지로 계속하여 가슴을 후비는 악연으로 인내의 한계에 이르러 영영 금연의 약속조차 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후로 무려 30여년의 세월 동안 술과 담배의 쌍두마차를 달고 고단한 인생길을 허위허위 넘을 수밖에 없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하루에 두 갑은 가장 기본이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반드시 두 갑을 보태어 주머니에 담고서 귀가를 하였는데, 천식을 앓고 있는 아들 때문에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모기가 무는 여름에도 하룻밤에 몇 번씩 수시로 밖에 나가는 고초를 겪어야 했습니다.

어쩌다 술자리가 길어지는 밤에는 늦게까지 문을 닫지 않은 마트를 이리 저리 찾아다녀 6 갑째의 담배를 주머니에 담은 이후에야 집으로 들어와서 찰나와 같은 단잠에 빠졌다 순간 깨어나면 담배를 입에 물고 집밖으로 나가는 일을 반복하거나, 버스여행 중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앞자리로 이동을 하면서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들고 버스 문을 나서는 순간 곧바로 서둘러 점화를 하는 참으로 힘든 세월이었습니다.

유럽 5개국 여행을 다녀오는 동안 인천국제공항에서 영국 런던의 히드로 공항까지 논스톱으로 가는 11시간여 동안은 그야말로 머리가 도는 정도로 참기가 힘들었던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좋은 나라인 사실을 피부로 확인을 하였기에 이후로 한 번도 해외여행을 시도한 적도 없고 실제로 가 본적도 없습니다.

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담배라는 애증의 굴레를 도저히 벗어날 수 없다고 스스로 포기하고, 이를 거역할 경우에는 오히려 역작용이 많을 것이라는 속단과, 흘러가는 시간으로 연약해지는 의지의 박약은 흡연을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깊고 깊은 늪으로 만들었습니다.

전에는 함께 담배를 피우다가 먼저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이 수렁을 벗어나지 못하는 스스로를 더욱 더 심하게 질책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 원망스럽기도 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입고 있던 옷이나 소지품에는 담배로 인하여 입은 참화가 늘어나기만 하였는데, 심지어는 차량의 조수석에 앉은 채로 흡연을 하다 순간적으로 불씨를 잃어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안절부절 하면서 무언가 타는 냄새로 초긴장을 하여 몇 번이고 차안을 살펴 어렵사리 고비를 넘기고서는, 며칠이 지난날에 조여사로부터 생일 선물로 받은 양복 겨드랑이 부분 복잡한 이음새에 커다란 구멍이 있는 것을 발견한 허무함이란 정말로 참담한 것이었습니다. (계속)

이 맥의 태백일사, 소도경전본훈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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