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주간근무를 마치고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면 어지럽게 주·정차되어 있는 차량들을 접하게 된다. 옛날에는 익숙한 장면처럼 무심코 지나쳐 지나갔지만 소방관이 된 이 후 이를 보는 시선과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만약 우리 아파트에 불이 난다면? 소방차들이 아파트에 진입하여 화재를 진압해야 하는데 과연 덩치 큰 소방차량이 들어올 수 있을까? 내 집에 화재가 나서 그런 상황이 발생을 하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 같은 문제는 아파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화재는 장소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소방통로 확보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소방통로란 무엇인가? 소방통로란 화재 또는 구조·구급상황이 발생 시 소방차가 출동·진입하는 공간을 말한다.
크게는 도로에서부터 주택, 아파트 사이의 골목, 재래시장 등 수많은 장소가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다양한 장소들에 화재가 났다고 가정해 보자. 화재의 경우 5~10분사이에 최성기에 도달하기 때문에 선착대의 신속한 현장도착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구급의 경우도 생각해 보자.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가 발생하여 신속한 환자이송이 필요한 시점에 길이 막혀 현장도착이 지연된다면? 신속한 현장도착을 통해 물적·인적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야 말로 소방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이다.
하지만 가로막는 방해물이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남의 일로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한 긴박한 상황은 남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 당사자가 내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가히 놀랍다. 하지만 이에 걸맞는 성숙한 시민의식의 성장이 아쉽다. 성숙한 시민의식이란 굉장한 것이 아니다. 내가 아닌 남을 좀 더 생각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 갖는 것에 다름 아니다. 소방통로확보를 위한 작은 실천이야 말로 내 자신과 우리 모두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임을 명심해야겠다.
광양소방서 현장대응단 정인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