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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미래, 호박 같은 세상!
  • 기사등록 2011-12-16 14: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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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수확을 마친 들판을 무심코 지나가다 보면 논이나 밭 언저리 경사진 공터에 누렇게 익어 듬성듬성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호박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시골 마을 어귀에 누군가 가져가려고 몇 개의 호박을 따서 두세 개 정도 길가 밭둑에 포개어 쌓아 놓은 호박이 상당한 시일이 경과 하였음에도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이기도 합니다.

호박이 그만큼 흔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농부가 너무나도 바쁜 나머지 미처 가져가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날씨가 추워져 눈발이 날리는데도 비탈에 무질서하게 앉아 있거나 길가에 놓여 진 호박을 걱정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비록 집에 간수를 한 호박일지라도 마루나 불기 없는 찬방에 눈비만 맞지 않을 정도로 놓아둘 뿐 다른 농산물과는 달리 특별한 관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호박의 자생력이 믿음직스럽기 때문일 것입니다.

잘 익은 호박은 껍질이 갑옷과도 같이 단단하고 그 속살도 어지간한 외부의 충격에도 잘 견딜 수 있도록 응집력이 좋고 안쪽으로 형성된 씨앗을 감싸고 있는 호박 속 또한 진공 상태나 다름없는 스스로 생성한 공간에 겨울철이 다 가도록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비결이 특별하게 보일 뿐입니다.

농부가 미처 수확을 하지 못한 호박은 야트막한 야산이나 들판에 온갖 풍상우로를 온몸으로 맞은 다음, 계절이 바뀐 세월 아무도 몰래 인고의 아픔을 가슴에 안아 존재의 의미를 거두어가며 썩어서는 품고 있던 씨앗을 스스로 틔우고 꽃과 잎사귀를 무성하게 피워 활기차게 자손을 번식시키는 부활을 감행하는 것입니다.

옛날 어른들은 봄이 되면 담장 밑에나 텃밭의 가장자리 조그만 공간에다 몇 개의 호박 구덩이를 깊게 파고 온갖 종류의 밑거름을 혼합한 다음 겨우내 보관하였던 호박씨를 묻는 것이 중요한 행사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아무런 흔적도 없던 구덩이에서 두 개의 떡잎을 피우는 새싹들이 땅을 박차고 나오면 신기한 나머지 매일 같이 아침 일찍 잠을 깨어 찾아가 물을 주고 떡잎의 가운데 부분에서 또 다른 새잎을 피워가면서 다투어 일어나는 함성들을 눈여겨 살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호박의 성장 형태를 유심히 살펴보면 모종이 되는 원래의 나무에서 줄기를 뻗어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사방으로 나아가는데, 중간 중간의 잎사귀 밑에서 또다시 새로운 줄기를 뻗어내고, 그 자리에서 튼튼한 뿌리를 독립적인 형태로 내리면서도, 모체에서 연결되는 모든 줄기를 손상시키지 않은 그대로 유지를 하면서 틈만 나면 새로운 줄기로 분화를 거듭하여 기하급수의 형태로 급성장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평지를 향해 뻗어가는 것도 모자라 나무나 돌담을 가리지 않고, 농가의 지붕을 타고 올라가는 신비의 더듬이가 자신의 몸체를 지탱할만한 물체를 만나면 몇 겹으로 감아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을 시키기도 합니다.

우연하게 암꽃이 기둥을 타고 올라가는 중간에 피어 열매를 맺게 되면 가느다란 더듬이 손으로 날마다 무거워지는 호박을 등에 지고 끝까지 이겨내는데 그 인내심에는 혀를 내두를 밖에 없는 것입니다.

온갖 인분과 거름 등의 더러운 것들을 삭히고 희석하여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풍성하게 번성하고 잡초와 달팽이등도 마다지 않고 가슴에 품어 자신이 이루어 낸 모든 과실 또한 남을 위해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호박이야 말로 차후에 인간세상이 목표로 하는 삶의 본질로 보여 지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예전의 우리 조상들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실망하거나 힘들어 하는 기색 없이 가정을 꾸려나가는 모습과도 일맥상통하고 있습니다.

날마다 계속되는 농사일로 부모들의 팔다리는 녹초가 되어 힘들고 바쁜 와중에서도 공간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밤이 되면 자신들의 할 일을 놓치지 않아 보통 한집에 해를 번갈아가며 아기를 낳았는데, 일반 가정에 최소한 7명 이상의 자녀들로 우리의 누나들은 어린 나이에도 부모를 대신하여 동생들을 업고 빨래를 하거나 집안일을 돕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스무 살이 채 되기도 전에 일찍 배우자를 만나 독립을 하여 서둘러 아이를 낳고 시가집의 일에 매달리면서도 어머니의 늦둥이가 젖이 부족하면 나누어 먹이고 삼촌과 조카가 같은 학교에 다니기도 하였던 모습들이 무성하게 번성한 호박 넝쿨을 연상시키는 것입니다.

여름철이 되면 호박의 줄기 이곳저곳에서 암꽃과 수꽃이 다투어 피어나는데 너무나도 흔하기 때문에 무심하게 넘겨볼지도 모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진하고도 진한 황금색으로 이 세상 어떠한 다른 꽃보다도 화려하고 풍성하게 보일 뿐입니다.

발산하는 향기 또한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강하게 코끝을 자극하여 지나가는 벌과 나비가 유혹을 이기지 못해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다니면서 꿀을 따고, 특히 벌은 꿀 자루를 발끝에 달고서도 온몸은 꽃가루로 범벅이 되어 그야말로 향연을 즐기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무성한 잎사귀를 하늘로 향하여 뻗어나가면서 정작 과실인 호박은 풀숲 이곳저곳에 알게 모르게 숨기기도 하고 맨몸으로 내 놓고 키우기도 하는데, 아침 일찍 어머니는 잎 새에 숨어있는 생 호박을 따서 된장국을 끓여 온 식구의 밥상에 올려놓기도 하였습니다.

익기도 전 푸른 호박을 얇게 썰어서 밀가루를 입히고 가마솥 뚜껑을 화덕에 엎어 놓고 콩기름을 발라 부쳐내는 호박전은 별미 중의 별미였습니다.

때로는 부드러운 잎사귀만 골라 따서 뜨거운 물에 데쳐낸 호박잎에 보리밥을 얹어, 풋고추를 잘게 썰어 고춧가루에 저어낸 기름장을 치고 상치 쌈을 하듯 싸서 한입 베어 물면 그야말로 꿀맛이 따로 없는 것입니다.

뜨거운 여름날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이곳저곳에서 자라나는 호박들을 따서 가늘게 썰어 햇볕에 말려 곱게 보관하였다가 설날에 고기 점과 함께 삶아내던 호박 나물은 아삭아삭하게 씹히면서 은근한 맛과 짜릿한 추억을 자아내기도 하였습니다.

우리의 가난하던 시절에 배고픔을 면해주는 음식으로 감자와 고구마가 있었는데 요사이 불어 닥치는 웰빙 음식의 선호 현상으로 고구마나 감자가 호박의 옷을 빌려 입고 나타나기도 합니다.

호박고구마나 호박 감자가 새삼스레 각광을 받고 비싼 값으로 팔려나가는 것은 그만큼 호박이 우리의 삶에 남긴 혜택이 컸던 때문일 것으로 보여 집니다.

요사이 쌀과 호박을 교묘하게 혼합하여 개발한 호박떡은 이제까지 서양식의 케익에 빠져있던 우리의 혀끝을 다시 예전으로 원상회복시켜 쫄깃쫄깃하면서도 감칠맛이 나는 기막힌 배합의 연출을 하고 있습니다.

알고 보면 가장 한국적인 맛과 노래와 춤과 표현이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이제라도 일부러 우리의 훌륭한 전통을 숨기고 서양의 문화에 종속하였던 순간의 착오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앞으로의 세대에 있어 세계적인 추세가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서양식의 관념과 문화가 식상하게 느껴짐으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기존의 것을 배척하고 새로운 문화를 갈구하는 양상으로 변모하게 될 것으로 보여 집니다.

엄청나게 발달된 보도매체들이 우리의 안방이나 손바닥 안에서 우리의 눈과 의식을 붙잡아 인간의 참 맛을 망각하게도 하는데, 연예가의 이슈나 스포츠 스타들에 매료되어 세계인의 의식을 맹목적인 방향으로 끌어가던 역할을 예전에는 마이클 잭슨이나 축구 등을 비롯한 스포츠 스타들이 한몫을 하였습니다.

한세대를 풍미하였던 가수가 자연사인가 타살인가의 논란과는 별개로 이미 급박하게 변모해가는 문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세대를 대변하였던 춤과 가무뿐만 아니라 문화 또한 흘러간 날의 추억이 될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 조상들이 멈춘 듯, 소리 없는 열정이 보이던 은둔의 소리와 가무에 기초하여 수천 년 동안 은연중 다듬어 현대적으로 풀이한 춤과 소리가 세계인의 가슴을 울리면서 의식의 핵심을 장악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보여 집니다.

요사이 남자와 여자를 망라하여 대단위로 활동하는 그룹사운드(케이 팝)가 앞으로 전 세계인의 이목을 한곳에 모으는 역할을 담당하며, 우리민족의 문화적인 우월성과 정치, 경제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도약을 선도하는데 이바지 할 것으로 보여 집니다.

약 10만 명의 관중을 한곳에 모아 벌이는 폭발적인 분위기는 수천대의 자동차 수출보다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것입니다.

세계를 울리는 소리와 가무는 태고의 환인천왕과 단제 시대에서부터 유래된 백환무(둥그렇게 서서 한사람이 선창하면 다 같이 후렴을 합창하는 형식)에서 비롯하였으며, 선조들이 수도 없는 환란을 겪어 내면서 한의 설움을 이겨내고 생존의 기쁨으로 승화시킨 호박과도 같이 은은하고 역동적인 정서가 밑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우리로서는 국가와 회사와 가정의 경영에 있어 엄청난 인내심으로 생명력과 번식력을 발산하는 호박의 덕성을 모태로 삼아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우리 사회 미래의 모든 분야에서 호박의 덕성을 접목하고 구성원들 모두가 호박의 성향을 애써 함양한다면 풍성한 성취가 우리 앞에 자연스럽게 펼쳐질 것입니다.

설사 자연현상의 악조건에 힘든 순간이 닥친다 할지라도 부족한 쌀가루와 쑥, 또는 쌀가루와 호박을 버무려 솥에 쪄서 온가족이 배불리 나누던 추억으로 역경을 딛고 새로운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호박이 한창 무성하였던 계절이 이미 지나간 시점에 새삼스레 호박의 좋은 성분과 장점에 대하여 논하는 것은, 힘들고 가난하였던 시절에 우리 조상들이 생명줄로 이어왔던 호박의 덕성과 성분이 오늘날 우리 후손들의 뼈와 살 속에 은연중 용해되어 춥고 삭막한 겨울철에 그 참 맛을 실감나게 느껴볼 수가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한마디로 호박은 우리민족의 의식 저변에 멍석처럼 깔려 자리하고 있었으면서도 정작 그 진정한 뜻과 의미가 스스로에게 외면당하였던 전통문화에 대한, 귀하고 귀한 덕목과 품성을 찾아 다시 되 돌리는 작용을 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도 모르게 잃어버린 탁월한 민족성의 장점을 시간의 흐름과 함께 다투어 찾아 가면서, 찬란한 미래를 엮어가는 타산지석으로 생동하는 표본을 찾아내어 풍성하게 번창하는 먼 훗날의 호박 같은 세상이 넝쿨 채 굴러 들어오는 행복한 희망을 순간 꿈꾸어 보기도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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