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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약물로 신약을 재창출하는 구조 기반 전략 제안 - 미국 화학회지 게재,“신약개발 기간 단축 및 비용 감소, 성공확률 제고 기…
  • 기사등록 2011-01-11 21: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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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개발된 항암 약물의 새로운 분자 표적을 발굴함으로써 이미 개발된 약물을 이용, 신약을 재창출할 수 있는 구조 기반 전략이 제시되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박영훈) 단백체의학연구센터 지승욱 박사팀이 싱가포르 난양공대 윤호섭 박사와의 국제협력을 통해 발표한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직무대행 김병국)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핵심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고, 연구결과는 화학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1월 7일자 온라인판에 발표되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질환 표적 단백질간의 구조적 유사성에 근거하여, 기존에 개발된 항암 약물이 원래 표적이 아닌 다른 질환 표적 단백질에도 결합하여 작용한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하였고, 이로부터 기존 약물을 다른 질환의 치료제로 개발하고자 하는 구조 기반 신약재창출(drug repositioning) 전략을 제시하였다.

신약재창출은 임상에서 실패한 약물 또는 시판 중인 기존 의약품을 재평가하고 새로운 약효를 발굴하여 다른 질병의 치료제로 쓰고자 하는 시도를 말하며, 이번에 발표된 연구에서 제시된 ‘구조 기반 신약재창출 전략’이란 질환 표적 단백질 사이의 구조적 유사성에 기초하여 기존 약물과 표적 단백질 간 새로운 교차결합(off-target binding)을 발굴하고 이로부터 기존 약물을 신약으로 재창출하는 방법을 말한다.

최근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신약개발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이 증가하고 신약에 대한 안전성 심사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개발 단계의 후기에 실패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나 생산성과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저비용으로 짧은 기간에 약물을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이 절실히 요구되며, 이러한 신약재창출 전략은 약물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개발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으므로 앞으로 신약개발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반적인 신약개발의 경우 임상과정을 거쳐 신약 승인까지 약 10년 이상의 기간과 10억불 이상의 자금이 소요되는 데 반해, 신약재창출의 경우 이미 전임상 또는 임상 초기 단계를 거친 약물이 대상이므로 초기 합성과 최적화 단계를 생략할 수 있고 기존의 임상 독성 자료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약재창출의 대표적 성공사례인 비아그라(Viagra)의 경우 원래 화이자(Pfizer)社에서 고혈압 및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 중이었으나 임상에서 약효가 부족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후 약물 투여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임상을 다시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약효를 발견하여 발기부전증 치료제로 시장에 출시되어 현재 연간 16억불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질환 표적 단백질 사이의 3차 구조적 유사성에 근거하여, 이미 임상에서 개발 중인 항암 약물 Nutlin-3가 원래 분자 표적인 MDM2 단백질 뿐 아니라 다른 질환의 중요한 분자 표적으로 알려진 Bcl-2계 단백질에도 결합하여 작용함을 새로이 밝혔다.

Nutlin-3는 MDM2에 결합하여 MDM2와 p53 단백질 간 결합을 저해하는 소형분자 화합물로서 고형암 등의 치료를 위해 현재 임상에서 개발 중인 항암 약물이다.

연구팀은 핵자기공명분광법에 의한 단백질 복합체의 3차 구조 규명을 통해 질환 표적인 MDM2와 Bcl-2계 단백질이 p53 단백질을 결합하는 인식 기전이 매우 유사함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질환 표적 단백질 간 구조적 유사성에 근거하여, p53 단백질의 구조를 모사하는 항암 약물인 Nutlin-3가 원래 표적인 MDM2 뿐만 아니라 Bcl-2계 단백질에도 결합하여 저해할 수 있음을 규명하였다.

Bcl-2계 단백질은 미토콘드리아 세포사멸의 중추적 조절자로서 백혈병, 당뇨, 정신분열증 등의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결과는 Nutlin-3와 같은 기존에 개발된 MDM2 저해용 약물들을 이들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신약재창출 전략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이번 연구는 1개의 약물이 어떻게 2개의 상이한 질환 표적 단백질에 결합하여 작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분자 수준의 메커니즘을 새로이 규명하였다.

암과 같은 질환은 복잡하고 다양한 병인에 기인하고 암세포가 서로 상이하므로 단일 표적의 암 치료제는 치료 효과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본 연구결과와 같이 하나의 약물이 서로 상이한 2개 이상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면 치료 효과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이중 표적 기반 질환 제어라는 원천기술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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