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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관우 사당이 있는 까닭은? - 서울역사박물관 교육홍보과장
  • 기사등록 2010-08-21 00: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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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명나라가 군사를 보내 도움을 주었던 데 보답하는 차원에서 제사

서울 동묘는 동관왕묘(東關王廟)의 준말로서, 중국 삼국시대 촉한(蜀漢)의 장수인 관우(關羽)를 제사지내는 사당이다. 현재 종로구 숭인동 238번지 1호에 있고, 보물 제142호이며, 공원으로 지정되어 종로구청에서 관리하고 있다.(공원 문화재 안내판에 서울 동묘로 표기되어 있어서 이를 따르기로 한다)

관우는 중국에서 전쟁 영웅임과 동시에 무운(武運)과 재운(財運)의 수호신으로 중국인의 신앙대상이다. 북경이나 대만의 식당에 가보면 한쪽 벽면에 관우의 상이 놓여 있는 조그마한 제당을 종종 볼 수 있다.

중국 명나라 시대 때 공자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당을 문묘(文廟)라 하고 관우의 제사를 지내는 관왕묘를 무묘(武廟)라 하여 크게 숭배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임진왜란 때 명나라가 우리나라에 군사를 보내어 큰 도움을 주었고 이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임진왜란 뒤 수도 한성 안의 동서남북 네 곳에 관왕묘를 세우게 되는데 현재 남아있는 것은 동묘가 유일하다.

관왕묘는 선조 31년(1598) 서울 남대문 밖에 처음으로 건립되었는데 남쪽에 있다하여 남관왕묘라 하였다. 『증보문헌비고』 예고(禮考)에 의하면, 임진ㆍ정유왜란 때 관우의 혼이 나타나 때때로 명나라 군사를 도왔다 하므로, 군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관왕묘를 건립한 것으로 보인다.

선조 35년(1602)에 세워진 동묘는 그 정식 이름이 동관왕묘이며 관왕묘 또는 관제묘(關帝廟)라고도 부른다. 처음 세울 당시 위치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동묘는 임진왜란 때 원병으로 우리나라에 왔던 명나라 장군들의 요구와 명나라에 대한 정치적 의도에서 세워진 것이다.

명나라 사신 만세덕(萬歲德)이 명나라 황제의 조서를 전하면서 건축기금 4천금을 보내와 세우게 되었고, 중국의 관왕묘를 그대로 본따서 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관왕묘는 서울 외에 임진왜란 전투와 관련된 지역인 강진ㆍ안동ㆍ성주ㆍ 남원 등 4곳에 세워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뒤 방치되다가 관왕묘에 관심이 많은 숙종이 17년(1691)에 부분적으로 고치고 영조 15년(1739)에 다시 수리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제사일은 매년 음력 1월 경칩과 9월 상강일에 지낸다.
 
정전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중국식 건물

동묘는 서울에 세워진 관왕묘 중 규모가 가장 크고 화려한 대표적인 건물이다. 사각형의 대지 위에 건물을 남북 측 선상에 배치하여 남쪽에 대문ㆍ중문, 이어서 정전을 세웠다.

건물 배치는 정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단(壇)이 조성되어 있고, 서쪽에는 제사를 맡은 자들이 거처하는 건물이 있으며, 정문 맞은편 북쪽에는 중문이 있다.

중문 좌우에는 제사나 참배 목적 외의 사람이 들어옴을 막는다는 뜻의 금잡인비(禁雜人碑)와 말을 탄 사람은 말에서 내리라는 뜻의 하마비(下馬碑)가 서 있다. 중문을 지나면 맞은편 높은 기단 위에 정전이 자리 잡고 있으며, 중문과 정전 사이 좌우에는 동ㆍ서 행랑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이 행랑 안에는 동묘비(東廟碑)와 무안왕묘비(武安王廟碑)가 있다. 단층 건물인 정전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중국식 건물이다. 앞뒤가 긴 직사각형 평면을 가진 이 건물은 전실(前室)과 본실(本室)로 구분되며 지붕은 T자형이다.

정전에는 ‘현령소덕의열무안성제묘’(顯靈昭德義烈武安聖帝廟)의 현판이 걸려 있다. 『동국여지비고』에 보면 남관왕묘에 영조가 친히 ‘현령소덕왕묘’(顯靈昭德王廟)라고 써서 현판을 달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본실 뒤편에 별도로 만들어진 돌로 된 단에는 관우의 본상을 안치하였다. 단 앞에는 관평과 주창 등 4인의 조각상이 배치되어 있다. 동묘는 중국 묘사(廟祠)건축 양식으로 특히 평면에서 앞면보다 길게 되어 안으로 깊은 공간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건물에서는 보기 드문 모습이다.

지하철 6호선 동묘앞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동묘를 둘러싸고 있는 기다란 담장이 보이는데 담장 우측으로 가서 직각으로 꺾어 들어가면 동묘공원 정문이 나온다. 공원은 무료입장이다. 정문을 들어서면 왼쪽에 관리사무소, 오른쪽에 공중화장실이 있고, 맞은편에 중문이 나온다.

얼마 전 신문기사를 검색하던 중 우연히 동묘공원에 노숙자들이 유숙을 하고 온갖 쓰레기로 공원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는데 며칠 전에 가보았더니 공원 내부는 무척 깨끗하고 정갈했다. 다만 중문 좌우로 공사용 펜스가 설치되어 중문을 지나 정전으로 가는 통행로 외에 좌우 행랑까지 쳐져 있어서 행랑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지반이 높아져 서울 동묘를 원래의 지형대로 복원하는 공사를 2009년 6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한다는 안내판이 서 있었다. 공원 내부는 정리정돈이 잘 되어서 깨끗했지만 역시 세월에는 장사가 없듯이 전각의 칠이 벗겨지고 퇴색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보존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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