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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 신촌마을에서는 설을 맞이하여 당산제만굿 및 마당밟이놀이를 한바탕 신명나게 펼쳤다.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섣달 그믐날 밤 11시경부터 정월 초하루 1시 사이에 마을에 있는 동서남북 중앙 다섯군데 당산나무에서 당산제를 지낸 후, 정월 초사흗날 당산제만굿 및 마당밟이를 해오고 있다.
잔수농악은 과거 구례를 대표하는 농악이었다. 1950년대까지 이름을 날렸던 서학현 상쇠가 생존해 있을 당시에는 곡성의 기창수 상쇠도 가락을 배워가고, 부포놀음과 채상놀음에도 뛰어났었다. 현재는 과거의 명성이 잊혀졌지만, 마을농악으로서의 공동체적 신명은 여전하다.
이 농악의 특징은 마을농악의 본래적 기능과 신명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 있고 당산 제만굿과 마당밟이, 판굿이 각각 별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절차적 과정으로 진행된다.
마을공동체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는 당산 제만굿은 가정의 액을 조리로 긁어 주머니에 담는 원초적 주술성, 12채굿으로 편성된 판굿을 치면서 마지막 도둑잽이굿을 통해 대포수가 조리중을 퇴치함으로서 액을 소멸시키는 일련의 과정은 마을굿의 원초적 기능을 보여준다.
전체적 과정들이 마을주민들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 호응과 관심 속에서 신명나는 굿판이 전개된다. 기존의 호남좌우도굿으로 구분되고 공연으로 정형화된 농악이 아닌, 마을농악의 전형을 보여준다.
구례잔수농악은 마을 주민들이 준비하고 마을사람들이 연행하는 전형적인 마을농악이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공연하는 연예농악이 아니다. 따라서 화려함과 예능적 기예를 보여줄 수는 없지만, 관객에게 보여주는 웃음이 아닌 삶의 진정성이 담긴 웃음, 기교의 표현이 아닌 원초적 신명을 보여주는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번 당산제만굿 및 마당밟이는 2007년 문화관광부에서 잔수농악을 ‘전통예술복원 및 재현사업’으로 이를 복원 완료한 후 행하는 굿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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