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서성열기자]강진군 고려청자박물관이 ‘청자만발 靑瓷滿發 : 개성 출토 고려청자’를 주제로 고려청자의 아름다움과 조형적 우수성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달 5일 시작하는 이번 전시에는 고려시대 왕실과 귀족들이 사용했을 미공개 개성 출토품 중에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다양한 청자 기종과 문양의 유물들을 통해 고려시대 공예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전시는 특히 비색과 상감이 뛰어난 완형의 유물들로 엄선해 왕실의 품격을 보여주고, 목부용(木芙蓉)과 훤초(萱草)같은 새로운 고려청자 문양을 소개한다. 또한, 12월 전라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 예정인 청자양각해석류화문‘大平’명곡와도 함께 전시해 다양한 청자의 용도도 소개한다. 다음은 주요 전시 유물들에 대한 설명이다.
◇‘大平’ 명문이 있는 청자 양각 해석류화 무늬 곡와(고려 1157년쯤 길이 46.5㎝ 폭 8.3~9.0㎝ 두께 0.9㎝ 강진 사당리 ‘가’구역 출토 11월 28일자로 전라남도유형문화유산 388호 지정 고시됐다.
청자양각해석류화문‘大平’명곡와는 고려시대 왕실 건축물에 권붕 구조가 있었음을 최초로 밝혀주는 자료이다. 곡와는 조선시대 경복궁의 강녕전과 교태전, 창덕궁의 대조전, 창경궁의 통명전과 같이 용마루가 없는 무량각(無樑閣)의 지붕 구조에서 맨 꼭대기에 덮는 기와이다. 이 기와는 2019년 강진 사당리 ‘가’구역 발굴 조사에서 출토됐다. 기와 안쪽에 ‘大平’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大平’은 1157년 ‘고려사’에 기록된 수덕궁의 태평정을 가리킨다.
기와 등 양쪽 가장자리에 뇌문을 음가하고 나머지 넓은 공간에 해석류화넝쿨을 가득 음각한 부곡와(夫曲瓦)이다. 용마루가 없는 무량각(無樑閣) 지붕의 맨 꼭대기에 놓이는 기와로, 토제기와는 물론 청자기와로도 처음 확인된 형태이다. 해석류화는 하나는 위를 향하게, 다른 하나는 아래를 향하게 배치했다. 형태와 문양 모두 좌우대칭이지만 폭이 좁은 양 끝단은 한쪽은 매끄럽게 절단돼 있으나 다른 한쪽은 내면에서 유단식(有段式)으로 두께를 얇게 깎아냈다. 그러나 얇은 부분이 파손된 상태이다.
해석류화(海石榴華)를 보자. 곡와에 시문된 문양은 고려시대 관양(官樣)중에 하나였던 해석류화(海石榴華)이다. 해석류화는 청자에서보다는 탑비(塔碑), 불화, 사경(寫經), 은입사향완 등 고려시대 불교 미술에서 주로 사용한 문양이다. 곡와의 기왓등에는 활짝 핀 해석류화를 넝쿨 형태로 양각했다. 해석류화 넝쿨의 경우에는 좌우 가장자리만을 뇌문(雷文)으로 마감하고, 그 외 공간에는 둥글게 휘어진 줄기 끝에 만개한 해석류화 꽃송이를 서로 마주 보도록 시문했다. 이러한 문양구성은 강진 요지 출토품과 부안 요지 출토품에서 동일하게 발견된다.
해석류화 문양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중국 당대(唐代)부터 형성된 정토화생(淨土化生)이다. 이를 증명하듯 당·송대 석굴사원, 사리함, 승려의 탑비, 황릉(皇陵), 단청과 조각 등 주로 황실과 사찰 건축에 필요한 석각, 단청의 장식 문양으로 널리 사용됐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해석류화는 고려에서 더 활발하게 발전했고, 고려 왕실의 관양으로서 왕실 건축물에도 사용될 수 있었다.
◇청자 상감 구름 학 국화 무늬 매병(고려 13세기 높이 43.0㎝ 입지름 10.5㎝ 굽지름 19.0㎝ 강진 사당리 ‘가’구역 출토)
2019년 강진 사당리 ‘가’구역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매병이다. 높이가 43.0㎝에 달할 정도로 크지만, 굽는 과정에서 균열이 생겨 사당리 ‘가’구역에 위치한 관리 시설에서 선별 과정에 폐기됐다. 요지의 퇴적층이 아니라 선별장에서 버려진 상태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거의 모든 편을 수습해 완형으로 복원할 수 있었다.
구연이 다른 매병에 비해 넓어서 호에 가깝다. 어깨에는 여의두를, 하단에 연판문과 뇌문을 두르고, 나머지 몸체 전면에 원형의 국화 문양과 그 사이에 구름과 학을 가득 상감했다. 이렇게 큰 규모의 매병은 고려 왕실에서 사용하기 위해 제작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청자 상감 구름 학 무늬 매병(고려 13세기 높이 48.0㎝ 입지름 7.0㎝ 굽지름 18.0㎝ 강진 사당리 ‘가’구역 출토)
2019년 강진 사당리 ‘가’구역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매병이다. 높이가 48.0㎝에 달할 정도로 크지만, 굽는 과정에서 균열이 생겨 사당리 ‘가’구역에 위치한 관리 시설에서 선별 후 폐기된 것이다. 선별장에서 버려진 상태로 발견됐기 때문에 거의 모든 편을 수습해 복원할 수 있었다.
구연이 다른 매병에 비해 넓어서 호에 가깝다. 구연 측면에 뇌문을 상감하고, 어깨에는 여의두를, 하단에 연판문과 뇌문을 둘렀으며, 나머지 몸체 전면에 구름과 학을 가득 상감했다. 이렇게 큰 규모의 매병은 고려 왕실에서 사용하기 위해 제작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청자 음각 파도 용 무늬 발(고려 12세기 중반 높이 9.1㎝ 입지름 17.4㎝ 개성 부근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내면에는 문양이 없고, 외면에 파도를 배경으로 용 두 마리가 음각돼 있는 발이다. 발이 비교적 크고, 용이 시문된 점을 볼 때 왕실에서의 사용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유약 표면에 사용 흔적이 없으며, 규석 받침도 이물질이 전혀 묻지 않은 깨끗한 상태여서 왕릉 부장품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강진 사당리 ‘가’구역 발굴 조사에서는 같은 문양이 양각 기법으로 시문된 매병 편이 여러 점 출토되기도 했다. 이 청자발의 기형과 문양이 매우 유사한 예가 중국 정요 요장 출토품 중에도 있다. 중국 하북성 곡양현 정요 요장에서 출토된 백자음각운룡문완도 그릇 외면에 용 두 마리가 음각돼 있는데, 파도 문양은 없이 구름이 있으며, 구연 아래에 ‘尙食局’이라는 세 글자가 새겨져 있다.
◇청자 양각 원추리 넝쿨 무늬 매병(고려 12세기 전반 높이 33.6㎝ 입지름 5.8㎝ 개성 부근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나팔꽃 모양의 구연과 둥근 몸체, 주름 장식의 밖으로 벌어진 다리로 구성된 병이다. 몸체 중앙에는 국화 꽃가지가 음각돼 있다. 인종의 장릉에서 출토된 ‘청자과형병’이나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청자상감국화모란문과형병’과 형태가 흡사하다. 다만 몸체가 참외 모양과 같이 골이 져 있지 않고 둥글다는 점이 다르다. 이러한 기형의 병은 금속기의 기형에서 시작된 것인데, 목, 몸체, 다리를 따로 제작해 접합하기 때문에 접합 부위를 가리기 위한 돌출된 띠 장식이 있기 마련이다. 이 병은 아래쪽 띠 장식만 있어서 인종 장릉 출토 ‘청자과형병’보다 비교적 늦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청자 양각 앵무 모란 넝쿨 무늬 매병(고려 12세기 전반 이 30.3㎝ 입지름 5.4㎝ 개성 부근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고려 중기에 제작된 매병의 형태와 문양을 잘 보여주는 유물이다. 매병 형태가 바닥에서 둥근 어깨까지 거의 직선에 가깝게 이어지고, 몸체에 비해 구연이 매우 좁고 작은 것이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유약이 녹갈색을 띠기는 하지만, 문양의 시문 상태나 성형 상태는 왕실 소용의 청자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몸체 전면에 모란 넝쿨을 배치하고, 넝쿨 사이에 긴 꼬리를 늘어뜨리며 날고 있는 앵무를 새겼다.
단순하게 선을 음각한 것이 아니라 윤곽선은 비스듬하게 편절조(片節彫)로 새기고, 문양 안쪽에 다시 세선(細線)을 음각하는 정교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조각 방식은 고려청자에서 대부분 고려 12세기 중반 이전의 유물에 많이 확인되고 있다.
◇청자 철화 모란 무늬 매병(고려 12세기 높이 27.3㎝ 개성 부근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철화 기법으로 매병 몸체 세 곳에 모란 꽃가지가 그려진 매병이다. 꽃 문양은 만개한 꽃송이 가운데에 2~3개의 기다란 꽃술이 있고, 꽃봉오리의 형태가 모란과 차이가 있어서 부용(芙蓉)일 가능성이 있다. 고려청자 매병 중에 초기에 해당하는 형태로, 구연이 작고 몸체는 둥근 어깨에서 바닥까지 거의 직선에 가깝게 줄어드는 모양이다. 번조 받침도 백색내화토 빚음이어서 12세기 중에서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청자 상감 구름 학 해석류화 무늬 병(고려 13세기 높이 30.8㎝ 입지름 8.3㎝ 개성 부근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덕수2692)과 청자 상감 용아혜초 구름 무늬 병(고려 13세기 높이 26.7㎝ 개성 부근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덕수5551)-이 두 점은 세트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자 상감 구름 학 해석류화 무늬 병은 기존에 공개된 고려청자 병 중에서 형태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병이다. 마치 볼링 핀과 유사한 형태이면서 구연이 나팔형으로 벌어져 있고, 바닥에 굽이 있는 모습이다. 구연부터 굽까지 뇌문과 연판문으로 문양대를 구획하고, 목에는 구름과 학 무늬를, 몸체에는 해석류화(海石榴華) 넝쿨을 가득 상감했다. 그리고 몸체 네 곳에 둥근 형태의 꽃무늬를 장식했다. 해석류화는 11세기 후반부터 조선 초까지 승려의 탑비, 향완, 불화, 사경, 불단 장식 등 주로 불교 미술에 많이 시문된 문양이며, 정토화생(淨土化生)을 상징한다. 해석류화는 꽃송이 중앙에 점을 찍은 씨앗 주머니 형태가 있고, 이 주머니 위쪽에서 포도송이처럼 알갱이가 줄지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병은 뒤에 수록된 덕수5551 청자 병과 무늬 종류만 다를 뿐, 기형과 공간 구획이 유사하여 아마도 세트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높다.
청자 상감 용아혜초 구름 무늬 병은 기존에 공개된 고려청자 병 중에서 형태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병이다. 마치 볼링 핀과 유사한 형태이면서 구연이 나팔형으로 벌어져 있고, 바닥에 굽이 있는 모습이다. 구연부터 굽까지 뇌문, 여의두문, 연판문으로 문양대를 구획하고, 목에는 용아혜초를, 몸체에는 구름무늬를 배경으로 마름모 형태로 마감된 꽃무늬를 여러 곳에 등 간격으로 상감했다. 이 병은 앞에 수록된 덕수2692 청자 병과 무늬 종류만 다를 뿐, 기형과 공간 구획이 유사하여 아마도 세트로 제작했을 수 있다. 왕실이나 사찰에서 진설(陳設) 또는 의례를 위한 장식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청자 상감 연꽃 구름 용 무늬 편호(고려 13~14세기 높이 31.5㎝ 개성 부근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덕수4735)
구연 일부가 복원됐지만, 고려 후기에 제작된 편호 중에서 정교한 상감 문양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구연이 넓고, 몸체 양면이 편평하며, 양쪽 어깨 부분에 동물의 얼굴 장식이 부착돼 있다. 편호의 어깨에 국화로 장식한 연판문과 연주문을, 하단에는 백상감으로만 연판문을 배치했다. 편평한 몸체 가장자리를 능화형 창으로 구획하고, 여기에 연꽃과 연잎을 간략하게 시문했다. 동물 장식 밑으로 나머지 여백에는 여의주와 용, 구름을 새겨 넣었다. 특히 구름 무늬에서 구름이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이 눈썹과 두 개의 눈이 표현된 경우는 매우 독특하다. 또 어떤 구름은 주변에 물결 모양이 흑상감돼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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