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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랑과 농촌 워케이션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4-11-04 0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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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과거 논밭이 많은 집에는 머슴방이 있었다. 머슴방은 머슴이 머무는 방이었다. 신분제도가 있었던 시대의 머슴은 천민인 노비와는 달리 양인이 자발적으로 부유한 집에 들어가 급여와 숙식을 제공받고 일하는 사람이었다. 일의 댓가는 보통 일년치 봉급을 한꺼번에 받는 것으로 세경이라 했다.

 

머슴의 역사는 오래되어 고려 시대에는 용작(傭作), 조선 시대에는 고공(雇工)이라 불렀다. 조선 중종대에 나온 최세진의 훈몽자회에서도 언급되어 있다. 머슴이라는 신분을 나타낼 때 ‘남의 집 행랑살이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행랑(行廊)은 옛날 대가(大家)에서는 행랑채를 길게 짓고 방을 여러 개 만든 것으로 살림채 외의 부속 건물의 하나였는 데,‘행랑’은 머슴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행랑에는 머슴뿐만 아니라 대개 노비 등도 거주했다. 행랑에서 거주하는 기혼 남자는 ‘행랑아범’으로 불리고 기혼 여자는 ‘행랑어멈’으로 칭하기도 했다. 조선 시대에는 조정에서 점포를 길게 지어 상인에게 빌려주었는데 이것을 공랑(公廊) 또는 행랑이라고도 하였다.

 

‘주로 농가(農家)에 고용되어 그 집의 농사일과 잡일을 해 주고 대가를 받는 사내’였던 머슴은 1980년대까지 시골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가 있었다. 그러다가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인건비가 상승함에 따라 머슴은 찾아보기가 힘들게 되었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머슴이 존재했던 시절에 머슴은 대개의 경우 주인집에서 기거하며 가족의 일부로서 의복 ·식사 ·술 ·담배를 제공받는 외에 일정한 사경(私耕:年俸)을 받았다. 입에 풀칠도 어려웠던 시절에는 기거하고, 먹고 사는 대가로 일을 사경없이 일을 하기도 했다.

 

따라서 머슴 관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일과 거주지였으므로 머슴을 들이고, 일을 시키려면‘행랑’ 또는 ‘머슴방’은 필수적인 조건이었다. 한동안 잊혀졌던 이 행랑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농촌인구의 고령화와 감소로 인해 일할 사람이 적게 되어 일할 사람과 행랑이 필요성이 높아 졌기 때문이다.

 

현재 농촌의 일을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는 사람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농촌에서 일하는 것에 걸림돌이 되었던 숙박은 한동안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지자체와 알선업체들이 농촌 빈집의 활용 등 숙소를 마련해서 해결하는 등 점차 정착이 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농촌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을 할 수 있는 범위나 시기 등 몇 가지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 또한 과일의 수확기 등 단기간에 일할 사람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와 같은 환경 속에서 등장한 것이 농촌 워케이션이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식(vacation)의 합성어로 근로자들이 개인 숙소가 아닌 여행지에서 숙박하면서 일하면서 여행을 즐기는 것이므로 농촌 워케이션은 그 무대가 농촌이다.

 

일본에서는 농촌 워케이션을 농촌의 인력 부족 문제 해결, 생활인구 증가, 농촌관광 등 다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층들이 1주일 살아보기, 1달 살아보기 등 여행 겸 일을 하면서 특정 지역에 체류하면서 살아보는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다. 이 수요는 농촌지역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나 행랑 즉 숙박할 수 있는 공간이 장애물이 되고 있다.

 

따라서 여행도 일도 농업도 즐기자라는 트렌드에 부응하면서 농촌의 생활인구 증가, 인력 부족 문제 해결, 농산물의 판매 촉진 등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지자체 차원에서 농촌 빈집의 활용 등 숙박이라는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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