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송진원 정성조 특파원 오수진 기자 = 오는 5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 국제사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막판까지 박빙의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유럽 등 미국의 우방은 물론 날선 긴장을 이어온 중국과 러시아, 이란, 북한 등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동맹국과의 안보·경제적 연대를 중시하는 현 바이든 행정부를 계승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재선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다시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여부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 정통 우방 유럽, '美 우선주의' 트럼프 경계
미국의 정통 우방인 유럽은 공식적으로 특정 후보 지지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 우선주의'를 재천명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는 내심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의 협력을 강조하는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을 기대하는 눈치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무역, 안보 등의 분야에서 심각한 마찰을 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유세 과정에서도 모든 수입산에 최대 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집권 시 수입차에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유럽 내에서는 미국과의 무역 분쟁 심화와 그에 따른 자국 경제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방위비 분담금 갈등도 EU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다.
재임시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 인상을 요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각국의 방위비 목표치를 현재 GDP 대비 2%에서 3%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나는 동맹국이 제 몫을 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군사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충분한 방위비를 내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과 대(對)러시아 제재에서도 유럽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차는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며 '조기 종전'을 강조해왔다.
유로뉴스는 지난달 29일 유럽 전문가들을 인용해 "EU는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우크라이나 지원을 '홀로'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EU 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독일에선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이 양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공조에 낫다는 언론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유럽은 서방의 대러 단일 대오 유지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는 동맹국과 협력을 강조하는 해리스 후보가 안정적일 것으로 본다.
과거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등의 이슈가 불거졌을 때 유럽은 강경 제재를 유지하려 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을 취해 유럽 지도자들과 의견 불일치를 드러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경우 유럽 안보 측면에서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유럽이 중요하게 여기는 기후 위기 대응에서도 '트럼프 2기'에 대한 우려를 더 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리 기후변화협정이 기업 활동에 방해된다며 취임 첫해 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다시 협정에 복귀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대선 승리 시 파리 협정에서 다시 탈퇴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EU 내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이 EU가 분열을 극복하고 하나로 통합해 나아가는 데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유럽 내 방위력 증강, 우크라전 종식, 대중국 강경정책을 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지난달 29일 일부 EU 국가의 당국자들이 트럼프 후보의 재선을 남몰래 응원하고 있다며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하면 유럽의 국방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으며 유럽 내 일각에서는 이런 변화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 다음 날 우크라이나의 동의 없이 분쟁을 끝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U 회원국 중 마이웨이식 행보를 걷는 친러 성향의 헝가리는 트럼프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한다.
'동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지난달 8일 유럽의회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돌아오면 샴페인 몇 병을 터뜨리겠다"며 지지 의사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 지원보다는 러시아와 즉각적인 종전 협상에 나설 것을 종용하겠다는 입장으로 트럼프 후보의 생각과 같다.
◇ 러·북은 내심 트럼프 선호…中은 둘 다 껄끄러워
유럽 내에 트럼프 2기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 서방의 대척점에 있는 러시아의 속내는 사뭇 다르다.
크렘린궁은 미국 대선이 러시아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라고 반복해서 밝혀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당선 시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호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러시아로서는 트럼프 재집권을 통해 나토의 결속력 약화를 노려볼 수도 있다. 유럽 국가 간 균열과 긴장은 러시아가 유럽 내 전략적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대러 제재가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시 러시아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며 관계 개선에 더 개방적이었던 만큼, 러시아 경제에 숨통이 트일 여지가 있다.
최근 러시아와 군사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북한도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리스 부통령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내심 기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재 해제를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북한으로선 확장억제를 통한 북핵 대응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리스 부통령보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친분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더 적합한 상대로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다만 북한은 지난 7월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미국에서 어떤 행정부가 들어앉아도…(중략)…우리는 그에 개의치 않는다"고 밝히며, 겉으로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대미정책이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당시 북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데 대해서도 "조미(북미)관계 전망에 대한 미련을 부풀리고 있다"며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고 선을 그었다.
미중 글로벌 전략 경쟁 속에 전임 공화당, 현 민주당 정부 모두와 갈등을 빚어온 중국은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또 한 번의 '험악한 4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경제 둔화로 갈 길 바쁜 중국으로서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첨단 기술 통제로 대(對)중국 포위망을 가다듬어온 바이든 행정부를 계승할 해리스 부통령이든, 무역 전쟁 규모를 한층 키울 것이라 예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든 껄끄러운 상대인 것은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가 이번 대선 기간 두 후보 진영에서 중국 이슈를 꺼내 들 때마다 "중국을 구실로 삼는 것에 반대한다"며 '소극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 역시 고민스러운 상황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관영매체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보다는 혼전 양상의 미국 대선과 정치권 구도를 자국 체제 정당화에 활용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셰타오 북경외국어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최근 온라인으로 발표한 논평에서 "트럼프든 바이든 후임자(해리스)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는 없다"며 "미국은 영원히 위대할 수 없다는 잔혹한 현실 앞에서 내정과 외교 모두 긴 고통의 시기를 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는 해리스 부통령 당선을 선호한다고 미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시 이란에 경제 제재를 대거 부과한 만큼 같은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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