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고물가 시대에 유독 쌀값은 하락세이다. 쌀값 하락 배경에는 쌀소비 감소와 과잉생산이 있다. 정부는 쌀값 안정화를 위해 올해 쌀 초과 생산량에 대해 격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쌀값 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 대책은 쌀값 불안 심리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되나 쌀 재고 과잉 심화, 수매가격과 양을 고려하면 파동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존재한다.
농가가 벼처럼 판매 가격과 양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게 되면 항상 불안이 존재한다. 얼마에 어느 정도 판매될지 모르니까 재배의 유무는 물론 생산비용을 어느 선에서 조정해야 할지 등 계획 경영이 어렵게 된다.
계획 경영이 되지 못하면 기상 조건, 시장 출하량, 출하 시기 등 변수에 휘둘리기 쉽고, 농가는 재배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재배 품목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대두되는 것이 계약 재배이다. 계약 재배는 농가가 식품 메이커 등 수요자와 재배에 관한 품목이나 품질·수량·가격 등의 거래조건을 미리 계약하고 그에 따라 농작물을 재배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농가가 식품 메이커 등과 계약 재배를 하면 최대 장점은 판매 가격이 시장 가격에 좌우되지 않는경영의 안정성이다. 계약 농가에서는 미리 작물의 가격을 결정한 후에 계약하므로 풍작의 해에 시장 가격이 내려 이익에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없다.
계약에 의해 일정량은 반드시 매입해 주고, 판매 가격이 결정되어 있으므로 그것을 기준으로 계획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좋은 것을 생산하면 수입 면에서도 반드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농가로서는 시장 상황, 출하 시의 가격 등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재배에 집중할 수 있다.
계약처에 따라서는 고품질의 작물을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작업체계나 재배 방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 계약업체 입장에서는 농가와 계약을 맺어 품목이나 품종, 작물의 규격, 재배 관리 방법 등을 특정하여 작물을 재배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자사 및 시장의 요구를 충족하면서 부담과 비용을 줄이는 움직임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제적으로 농작물의 계약 재배가 증가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미미한 상태이다. 특히 벼 재배의 경우 계약 재배 비율이 낮고, 모델이 많지 않은데, 전남 광양농협(조합장 허순구)에서는 지역 농협 차원에서 슬기로운 벼 계약 재배 모델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광양농협은 올해 세풍 간척지 일대에 친환경(유기농)벼 31ha와 ‘하늘이 내린 광양쌀’ 21ha, 찰벼, 보리 11ha를 포함한 약63ha 규모를 계약 재배 단지로 조성했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세풍 간척지 수도작 계약재배단지에서 올해 첫 벼 베기를 진행한 것과 함께 수매 후 건조와 가공을 했다.
농협 같은 곳에서 계약 재배를 하려면 소비처 및 판로가 확보되어야 하는데, 광양농협은 첫째, 자체 선물용을 쌀로 대체하여 소비처를 확보했다. ‘하늘이 내린 광양쌀’을 소포장(5kg)하여 추석 특산 선물용으로 사용해 ‘햅쌀’ ‘광양산’‘계약 재배 쌀’이라는 명분과 이미지까지 활용했다. 동시에 소포장한 햅쌀을 추석 선물용으로 활용하는 것에 의해 ‘하늘이 내린 광양쌀’의 홍보 선점과 함께 광양쌀 소비를 유도했다.
둘째, 조생종 벼를 재배해서 추석(9월 17일) 2주 전부터 유통과 홍보를 시작해 소비자들이 햅쌀을 추석 제수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즉, 8월 26일에 수확한 벼를 수매, 건조 및 가공을 거쳐 8월 30일부터 출시하여 곧바로 광양농협 로컬푸드&하나로마트 본점과 광양농협 용강점을 비롯하여 광양농협 사업장을 통해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광양농협의 올해 벼 계약 재배는 규모, 유통 시스템 등에서 보완해야 할 것 등이 많으나 지역 농협 차원에서 소비처 확보와 출시 시기, 유통 등을 고려하면 슬기롭고 발전 가능성이 큰 벼 게약 재배 모델이다.
쌀값 등의 파동을 예방하고, 농가가 출하 가격에 대한 불안 없이 안정적으로 농업 경영을 하기 위해서 지역 농협에서는 광양농협의 벼 계약 재배와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농가와의 직접적인 계약 재배 외에 업체와 농가가 계약 재배를 할 수 있도록 계약 수요 업체 발굴, 농가 보증 및 매칭 서비스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그것이 급변하는 시대의 농협 역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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