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받은 영감은 매우 특이했다. 구소련 해체 후 중앙아시아 각국이 독립하고, 러시아어만 쓰는 고려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민족차별과 경제난은 문 화가의 삶에 늘 불안함을 가져다주었다.
게다가, 2022년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받은 무릎 인공관절 수술 후유증이 찾아와 고통의 삶이 지속됐다. 마침 이 소식을 접한 고려인마을이 선뜻 치료를 제안하며 광주로 초청해 재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광주에 머물며 치료를 받는 동안 고려인 마을공동체의 따뜻한 인심과 동포애에 감동했다. 몸이 회복되자 그동안 살아 온 카자흐스탄 작업실을 미련 없이 정리한 후 여행 가방하나 달랑 들고 고려인마을로 이주했다.
고려인마을이 마련해 준 작업실과 미술관, 아낌없이 베풀어주는 재정적 지원은 평생 불안에 떨던 문 화가의 마음에 평온함을 주었다.
문 화가는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작업에만 몰두해 세기적인 작품을 남긴 중세시대 궁정화가가 된 느낌이라 말한다.
이런 평온함의 결과는 수시로 찾아오는 영감과 더불어 다채로운 작품의 산실이 되고 있다. 특히 신작 ‘새벽 30분 전’ 은 한밤중 찾아와 속삭이는 영감을 캠퍼스로 옮긴 작품이다.
문 화가는 ”이 작품은 어느 날 깊은 밤 갑자기 찾아온 영감을 주체할 수 없어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완성한 작품이다. 아마도 이 작품은 평온함의 산물인 것 같다“ 며 ”이 그림이 낯선 조상의 땅을 살아가는 동포들의 마음에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미래를 밝혀가는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 고 말했다.
고려방송: 안엘레나(고려인마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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