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광주 고려인마을은 지난 22일 우즈벡 출신 고려인 3세 김블라디미르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어둠속 빛이 떠오를 때’(고려인마을출판사) 출판기념회를 고려인마을 산하 노인돌봄센터에서 개최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를 비롯한 마을지도자, 전올가 고려인마을 가족카페 대표, 마을 어르신, 김 블라디미르 시인의 일가 친척 등 100여명이 참석해 김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출간을 축하했다.
이어 김 시인은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아 시집 출판에 도움을 준 마을 주민들을 위한 감사 인사로 시낭송회도 가졌다.
이날 낭송된 시는 ‘우린 누구인가?’ 였다. 그의 시를 듣고 있던 참석자들은 시 속에 함축된 유랑민 고려인의 피어린 삶이 어른거려 눈시울을 적시며 마음으로 울었다.
제목 :우린 누구인가?
절망이 우릴 억누르고 있어요./분명 하나의 민족인데./우린 친구도, 민족도 아니랍니다./외국인 노동자 ‘재외동포’ 라 불릴 뿐이랍니다./나의 조국, 고향은 어디일까요?/ 우릴 위해 마련된 장소,/지정된 길과 경로가 있어요./하루일과는 마치 지시된 할당량 같고./우린 조국 여기서 일하는 짐승일 뿐이라오./우린 '외국인노동자'라 불리니까요./ 이 말, 칼날이 가슴을 찌르는 듯/치유되지 않는 상처로 다가와 /가슴이 아픕니다.(중략) 얼마나 많은 기다림,/ 고통의 시간들/지나야 할까요 – 몇 년, 아니면 몇 세기?/내가 동포가 아닌 국민이자 한민족 /자랑스런 후손임을 인정받으려면!/우리의 생각과 말/정신과 양심,/ 뜨거운 피 속에.
고려인마을은 이날 김 시인의 시집 출판 기념식에 참석한 마을 주민들에게 조촐한 점심을 대접하며 낯선 조상의 땅을 살아가는 슬픔과 기쁨을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 낯선 조상의 땅을 힘겹게 살아가지만 마을공동체가 있기에 그나마 다행” 이라며 “둑립투사 후손이자 한민족의 자랑스런 긍지를 지닌 고려인의 정체성을 후세대에 전하도록 서로의 마음을 모아가자” 고 말했다.
한편, 1956년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타쉬켄트 문학대학과 의과대학에서 러시아어문학 교수를 지냈다. 지난 2012년 국내 귀환 후 마을공동체 ‘광주고려인마을’에 정착한 그는 현재 광주인근 나주와 함평 등 농촌지역을 떠돌며 일용직 노동자로 생활하고 있다.
고려방송: 안엘레나(고려인마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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