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원래는 연기할 때 계산을 엄청 많이 해요. 이번에는 그냥 현장의 에너지를 느껴보자는 마음으로 처음 용기를 내봤어요. 저도 생각보다 감각적이고 본능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배우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임지연은 오승욱 감독의 영화 '리볼버' 촬영 당시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오는 7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하수영(전도연 분)이 출소 후 약속한 돈을 받기 위해 목숨을 건 여정에 나서는 이야기다.
임지연은 다른 의도를 가지고 수영에게 접근했다가 점차 동화돼 그를 돕게 되는 술집 마담 정윤선을 연기했다.
'칸의 여왕' 전도연이 극의 중심을 끌어나가지만, 임지연의 역할이나 분량 역시 작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임지연은 "처음엔 난다긴다하는 선배들 사이에서 '나 혼자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불안했다"면서도 "전도연 선배님과 (본부장 역의) 김종수 선배님께서 '그냥 네 모습을 보여주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서 '그래, 한번 놀아보자' 생각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박연진도 모든 것을 다 계산해서 만든 캐릭터였거든요. 하지만 정윤선을 연기하면서는 첫 등장부터 본능적으로 움직였어요. 현장에서 직감적으로 움직이는 저 자신에게 '셀프 칭찬'을 많이 했어요.(웃음) 마치 알을 깨고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임지연이 보다 자유롭게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데에는 선배들의 조언 덕도 있지만, 데뷔 이후 꾸준히 작품을 소화하며 자기를 놓아줄 수 있는 내공이 쌓인 덕분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극원에 입학한 후 학생·독립영화에 주로 출연하던 그는 영화 '인간중독'(2013)으로 상업영화에 도전했고, 드라마 '더 글로리', '마당이 있는 집', '국민사형투표' 등으로 존재감을 각인했다.
임지연은 "한 작품 한 작품을 거치며 언제 힘을 주고 빼야 하는지를 알게 됐다"며 "한편으로는 내 얼굴을 사랑할 줄 알고 내 매력이 뭔지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꼽은 배우 임지연의 매력은 "조각같이 예쁘지는 않은 얼굴"이다. 너무 예쁘지 않은 외모 덕택에 악한 역도, 선한 역도, 순진한 역도, 털털한 역도 소화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리볼버'에서 맡은 정윤선 역시 다채로운 얼굴을 가졌다. 극 초반부에는 돈밖에 모르는 속물처럼 보이지만, 하수영에게 인간적으로 반한 뒤에는 조건 없이 그를 돕는다.
임지연은 학생 때부터 전도연의 열혈 팬으로, 스스로를 '한예종 전도연'이라고 농담처럼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가 '리볼버'에 출연한 이유 역시 전도연과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오 감독과 전도연이 호흡을 맞춘 '무뢰한'(2015)의 팬이기도 하다.
임지연은 "어릴 적 (전도연) 선배님을 너무 닮고 싶은 마음에 그런 별명을 지었다"며 "너무나 존경하는 선배님과 인물 대 인물로 ('리볼버') 현장에 있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고 강조했다.
임지연과 전도연의 '워맨스'가 빛나는 '리볼버'는 올여름 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 서사를 내세운 작품이기도 하다. 여름철을 노리고 개봉한 최근 한국 영화는 대개 남자 주인공들의 '브로맨스'를 그렸다.
임지연은 "우리 영화는 전도연 선배가 원톱이고 저는 귀여운 '서브'"라면서도 "여자들의 케미스트리(조화)가 주는 매력을 관객들이 알아봐 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또 "영화에 대한 욕심이 많은데, 여성 서사를 담은 시나리오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한다"며 "극장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영화에 꾸준히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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