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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품앗이 문화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4-06-07 08: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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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남도의 들녘에는 모내기가 한창이다. 자아- 하고 못줄 잡는 소리와 함께 들녘을 가득 메웠던 사람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는 가운데, 논에는 빠르게 모가 심어지고 있다. 기계화의 단면을 볼 수 있는 농촌 모습인데, 과거 손노동이 중심이었던 시절에는 모내기 작업 등 많은 노동력이 필요할 때는 이웃과 마을 단위로 대처를 해왔다.

 

모내기 등의 일에 대해 마을 사람들과 이웃의 공동대처 방식에는 두레, 계, 품앗이가 있었다. 두레는 농촌에서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기 위하여 향촌 주민들이 마을 단위로 둔 공동 노동 조직으로 조선 시대 후기에 모내기법이 보편화되면서 정착되었다가 일제강점기에 거의 사라졌다.

 

사라진 두레를 대체한 것이 계와 품앗이였다. 계는 여러 사람이 일정한 목적 아래 돈이나 곡식, 옷감 등을 모아서 그것을 빌려주어 이자를 불리거나 계원끼리 이용하기도 했는데 농촌의 일 또한 계원들이 모여 돕는 형태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계가 많이 적용된 것에는 농촌의 일도 일이지만 장례이다.

 

장례식에는 상당히 많은 일손이 필요한 반면에 상주는 문상객을 맞이하고, 애도 의식을 해야 했으므로 일을 할 여력이 없었다. 장례식을 위한 일에는 문상객들을 위한 음식 만들기와 제공, 상여의 준비, 상여 꽃을 만들고, 상여를 메는 일, 토장 등 주변의 협력이 필수 불가결했는데, 이때 계가 많은 역할을 했다.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는 등 기계가 도입되기 전까지 농촌의 일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데 큰 힘이 되었던 것은 품앗이이다. 품앗이는 두레와는 달리 이웃끼리 일손을 빌려 서로 일을 돕는 것으로 오늘 우리 집의 일을 이웃에서 도와주면 일로 답례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집의 모내기나 벼베기 작업이 끝나면, 아직 끝나지 않은 농가의 일을 도와주어 적기에 끝나도록 도와준다. 당연히 그것에는 답례가 있어 일손이 부족해 곤란할 때에 도움을 받는 방식이다.

 

품앗이는 임금을 주지 않는 1대1의 교환노동 관습으로 서로의 품격 높은 신뢰를 전제로 하며, 개별 노동의 실제 가치를 따지지 않았다. 참여자의 개별 상황을 인정하면서 이루어지는 신뢰와 인정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품앗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소와 사람 사이에도 이루어졌다. 보통 소는 두 사람의 품으로 계산하기도 한다. 제주도에서는 품앗이를 수눌음이라고 했다. 수놀음은 ‘수 눌어 간다'는 뜻이 명사화된 제주의 말로 함께 품을 교환한다는 의미이다.

 

제주도의 수놀음은 마을에 힘든 일이 있으면 일시에 집단이 형성되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일을 하는 생산 공동체에서 행하는 관습이다. 농사 규모가 작은 사람들은 수눌음에 참여 후 잉여의 품이 생기는데, 이때 보리, 쌀 등을 품값과 교환하기도 했다.

 

두레, 계, 품앗이는 빈부의 차이와 관계없이 마을 사람들과 농가가 협력하면서 이루어졌다. 그 배경에는 농가가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농사일 등을 제시기에 제대로 처리할 수 없는 생활환경이 많이 작용했고, 상호 간의 도움으로 농촌 생활이 성립되었던 것이다.

 

상당이 많은 일을 기계가 대체하는 현재의 농촌에서는 상부상조의 원천이 되었던 두레, 계, 품앗이는 없어졌거나 대부분 사라지고 있다. 그 근간에는 노농생산성의 향상으로 필요성이 낮은데 있으므로 부활 등의 필요성은 낮다. 반면에 농촌 고령자, 유아와 어린이의 돌봄 등 다른 분야에서는 품앗이와 같은 공동체 문화 정신의 활용 필요성이 더욱더 커지고 있다. 변화하는 농촌환경에 온고지신(溫故知新)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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