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국내 마트에서 판매되는 파인애플은 그동안 대부분 필리핀산이었다. 필리핀산 파인애플은 골든 파인이라고 불리는 품종 MD2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일부는 73-50이라는 품종이다. 우리나라에서 필리핀산 파인애플은 수입 역사가 길고, 광범위하게 판매되었기에 파인애플의 맛과 먹는 방법에 대한 인식은 필리핀산 파인애플에 맞춰져 있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마트에서는 다소 낮선 모양과 색깔의 파인애플이 기존의 파인애플과 함께 진열되어 있다. 새로운 모양과 색택의 파인애플 원산지를 확인해 보면 대만산이다. 다소 낮선 대만산의 이 파인애플은 주로 타이농 17호(台農17號)로 금찬(金鑽)이라는 품종이며, 기존의 파인애플과 다른 매력이 있다.
그 매력은 첫째, 맛이 매우 달콤하다. 파인애플은 보통 완전히 성숙하기 전의 것을 수입해서 후숙을 시키는 데 비해 대만산의 파인애플은 완숙된 것을 수확하여 수입한 것으로 신맛이 적고 단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둘째, 심까지 먹을 수 있다. 기존의 파인애플은 과육을 먹을 때 보통 심을 제거하고 먹는데 비해 대만산 파인애플은 심까지 먹을 수 있다. 심까지 먹을 수 있는 것은 품종적 특성과 함께 완숙 과정에서 물이나 비료를 최대한 주지 않아 과육이 달콤하고 부드럽게 된 것이다.
셋째, 일반적으로 파인애플은 한가운데의 심이 딱딱하므로 먹지 않는데, 대만산의 파인애플은 심까지 먹을 수 있어 가식 부분이 많아진다.
대만산의 파인애플 중 타이농 17호의 과육은 황금색이다. 신맛은 적고, 육즙이 많으며 달콤하고 심까지 먹을 수 있는데, 모양도 기존의 파인애플과 다소 다른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이 파인애플을 고를 때도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선택 요령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잎의 신선도이다. 잎 부분이 기존의 파인애플보다 적은 편인데, 가능한 잎이 시들지 않고, 푸른 잎의 것을 선택하면 신선도가 좋은 상태의 것을 고를 수 있다. 둘째는 묵직하게 중량감이 있는 파인애플을 선택한다. 중량감이 있는 것은 과육의 밀도가 높으며, 과즙이 많고 맛있다. 셋째는 기부가 부풀어 오르고 큰 것을 선택한다. 이것은 대만산 파인애플에 한정된 것은 아니고 기부가 큰 파인애플이 달고 맛있다.
한편, 국내 마트에서 대만산 파인애플을 구입할 수 있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대만측 통계에 따르면 2020년까지 파인애플의 주요 수출국은 중국이었다. 2020년 중국으로 수출한 것은 약 4만2천톤이었다. 그런데 중국에서 수입 중지를 하자 2021년에 중국에 수출한 것은 약 4천 톤으로 감소했고, 2022년에는 약 400톤으로 급감했다.
수출처를 갑자기 잃은 대만에서는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 2020년 수출량이 약 2천 톤이었던 일본에는 2021년에 약 1만8천 톤을 수출했으며, 2022년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우리나라에도 수출 대안지역으로 부각되어 마트에서 대만산 파인애플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대만산 파인애플은 품질이 좋고 달콤한데도 그동안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았던 원인 중의 하나는 기존 수입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었다.
파인애플은 원래 남미가 원산지인데, 16~17세기에 걸쳐 포르투갈인들이 전 세계에 확산시켰고, 1650년에는 대만에서도 재배가 되었다. 대만에서는 1900년대 전반부터 통조림용 파인애플 품종을개발하여 하와이, 말레이시아에 이어 세계 제3위 파인애플 통조림을 생산국이 되었다.
그러나 전쟁에 의해 산지와 공장이 폭격을 받아 큰 피해를 입었다. 전쟁이 끝난 후 대만 정부는 파인애플 재배의 근대화를 추진하고 품질 향상과 생산 효율 향상, 품종 개발에 주력한 결과 세계에서 가장 많은 품종을 보유하게 되었고, 재배 기술의 진보가 진행되어 생산량이 대폭 증가하였다.
그리고 우수한 품종과 품질을 바탕으로 한 가공품의 개발, 고품질 고가격 정책을 펼치면서 자국 내의 수요뿐만 아니라 수출에 대응해 왔다. 수출처는 주로 중국의 고급 파인애플 수요에 집중되어 왔는데, 중국의 수입금지 조치로 수출처가 분산되게 되었고, 우리나라 마트에서도 진열되게 되었다.
대만의 파인애플은 중국의 수입금지 조치로 그동안의 생산과 소비로 이어지는 유통라인의 변화에 따른 관계자들의 혼란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우수한 품종 개발, 재배 기술과 유통의 노하우 축적이 수출처 변경에 따른 리스크를 상당히 줄이고 있다. 따라서 대만 파인애플은 좋은 농산물 품종 개발, 재배 기술과 노하우 축적은 위기에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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