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멀리 있는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주위 인물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거예요"
베르디의 유명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무대에 오른다.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서울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춘희'를 통해서다.
이 작품을 맡은 이래이 연출은 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작품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관객들에게 공감을 사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비극적인 스토리와 빼어난 선율로 사랑받는 '라 트라비아타'는 1853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초연됐고, 우리나라에서는 1948년 '춘희; 동백 아가씨'라는 제목으로 첫선을 보였다. 인기가 많아 지금도 무대에 자주 올려지는 작품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이번에 선보이는 '라 트라비아타·춘희'는 원래 1800년대 프랑스 파리 사교계이던 작품의 배경을 1910∼1930년대 경성으로 옮겨왔다. 대사나 노래 등 이야기의 전반적인 흐름은 원래의 오페라와 동일하지만, 연출적으로 캐릭터 설정에 변화를 줬다.
여주인공 비올레타는 폐병을 앓는 파리 사교계의 인사에서 기생으로 위장해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는 여성으로 재탄생한다. 비올레타와 사랑에 빠지는 귀족 알프레도는 일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인물로, 비올레타와의 사랑을 반대하는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은 사대부 양반으로 그려진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작품의 배경을 바꾼 이유에 대해 "드라마 '미스터선샤인'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드라마처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라 트라비아타' 악보를 보니 스토리가 맞아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라 트라비아타'를 한복만 입은 인물들로 만든 적이 있는데, 이번 공연은 동양과 서양의 조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라며 "작품에서 양장과 한복의 만남, 서양식 가옥과 전통가옥의 만남, 혼동과 열망이 만나는 경성 등 많은 만남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제작진은 '라 트라비아타'의 분위기가 서양 문화와 전통이 혼재하던 경성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이 연출은 "'라 트라비아타'는 베르디가 이탈리아 상황에 대해 질문을 던진 작품으로 이를 한국적인 상황에 대입한다면 한국 관객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경성이라는 배경 자체가 '라 트라비아타'가 작곡됐던 시대처럼 격동의 시기여서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제시대라는 배경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비올레타는 독립운동하다 알프레도를 만나 사랑을 경험하면서 개인이 가진 자유에 대한 가치 등을 깨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비올레타 역은 소프라노 이혜정과 이지현이 캐스팅됐다.
이혜정은 달라진 배경 속 비올레타에 대해 "더 강인한 캐릭터"라며 "독립군 임무를 수행해야 하고, 알프레도와도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니라 계획적으로 다가가 유혹하는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이지혜는 "알프레도를 사랑하는 감정선은 다르지 않다"며 "다만 비올레타가 죽기 전을 보면 원래는 여자로서 사랑하는 사람을 놔주고 죽는 걸 슬퍼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사랑도 쟁취하지 못하고 독립운동도 제대로 하지 못한 인생을 억울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차이점을 꼽았다.
알프레도 역은 테너 정호윤와 손지훈, 제르몽 역은 바리톤 유동직과 김기훈이 맡는다.
다만 제작진은 작품 캐릭터에 변화를 줬고, 내용상 역사적 사건을 포함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 연출은 "역사적 사건을 이야기한다기보다는 당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 거기에서 부딪치는 개인의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며 "가사와 가사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를 덧붙였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라 트라비아타'는 아름다운 선율과 4중창 '축배의 노래' 등으로도 유명하다.
지휘를 맡은 대전시향 상임지휘자인 여자경은 춤을 대표하는 '3박자'를 부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여자경은 "왈츠의 3박자 '쿵짝짝 쿵짝짝' 보다 조금 다운된 느린 미뉴에트가 작품 여기저기에 숨어있다"며 "비올레타에게 갑자기 찾아온 사랑, 비올레타와 알프레도가 재회해 부르는 화해와 용서의 이중창 등 오페라 곳곳에 숨어있는 춤의 호흡을 끌어내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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