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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전통 음식 맛의 표현 언어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4-04-05 08: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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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남도의 봄은 아름다운 꽃을 피어 내는 것과 함께 먹거리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 전통시장에서는 달래, 머위, 쑥부쟁이 등 다양한 봄나물이 나와 있다. 대형마트, 청과물 시장에서 볼 수 없는 산나물들은 전통시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보물이지만 그 종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줄어들고 있는 산나물류는 그것을 채취하는 사람의 수가 감소하는 것과 함께 그것을 맛보고 찾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과 괘를 같이 한다. 산나물은 전통시장과 오일장에서 감소되고 있는 것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면 전남 각각의 가정에서 계승되어 온 많은 음식은 보이지 않게 소리 소문없이 없어지고 있다.

 

과거 전남의 여러 지역에서 사랑받아 온 집장의 사례를 들어 보면 집집마다 고유의 제조법이 있었고, 제조된 집장의 맛을 표현하는 다양한 용어들이 있었다. 지금은 집장을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졌고, 그 맛을 표현하는 용어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집장은 사라지고 있으나 그 제조 레시피는 많고 많다. 조선 시대부터 현재의 이르기까지 제조법이 기록된 많은 기록이 있으므로 그것을 활용하면 복원이 어렵지 않다. 또한 레시피별로 제조한 다음 성분 분석과 맛을 보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집장을 필수적으로 만들고 이용하던 시절에 우리 조상들은 집장의 종류별에 따른 미묘한 맛의 차이에 대해 각각의 명칭을 부여했고, 그것이 맛의 표현 언어로 커뮤니케이션에 사용되었다. 그런데 그 언어들에 대해서는 기록된 것이 없고, 집장을 제조하고 이용하는 문화가 없어지면서 용도가 없어지다 보니 완전히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다.

 

나물의 맛도 마찬가지이다. 쑥부쟁이 나물의 맛을 표현하는 언어, 얼레지꽃으로 만든 나물을 표현하는 언어, 삽주나물의 맛을 표현하는 언어 등 다양했는데, 지금은 그에 관한 표현 언어의 상당수가 없어져 버렸다.

 

그 결과 쑥부쟁이 나물 고유의 세세한 맛을 표현할 적절한 맛의 언어가 없어져 버렸다. 사라진 음식과 함께 잃어버린 음식 고유 맛에 관한 기록되지 않은 언어는 사용자들이 없어지면 전승도 복원도 어렵다. 맛에 대한 표현 언어의 생성은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졌어도 없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따라서 전통 음식의 맛에 관한 표현 언어를 찾고 보존 및 계승해야 한다. 그 언어를 통해 우리 전통 음식을 소개하고, 먹어보고 싶게 하고, 그 맛을 내기 위해 다양하게 조리하게 할 수 있는 등 전통 음식의 계승과 발전에 활용할 수가 있다. 우리 전통 음식에서 만들어진 언러라도 다른 음식에도 사용할 수 있으므로 보존적 및 활용적 가치가 크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맛의 표현에 관한 언어가 매우 풍족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생성된 언어를 찾아서 이론화하고, 이것을 다양한 음식의 맛 표현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전통 음식뿐만 아니라 식품 산업의 발전에도 크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전통 음식 맛의 표현 언어는 이처럼 중요한데도 관련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각 지자체에서는 지역 전통 음식을 매개로 시대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음식관광에 활용한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지역의 조상들이 각각의 음식에 대해 표현했던 언어들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 가운데, 그 언어들을 사용했던 고령자분들은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남도 음식의 맛에 관한 언어가 없거나 빈약하면 전승이 쉽지 않고, 먹어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남도 음식의 우수한 맛에 관한 전달력이 약해지고, 결국은 쇠퇴에 이른다. 남도 음식을 활성화하려면 음식의 맛에 관한 표현 언어 유산 등을 다양하게 조사하고, 정리하여 풍족하게 해야 한다. 특히 고령자분들이 간직한 전남 전통 음식 맛의 표현 언어에 관한 조사는 매우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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