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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 플라스틱, 저주가 되지 않도록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4-03-28 09:09:45
  • 수정 2024-03-28 09: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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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저렴하고 다목적이며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으며, 토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UN, FAO) 수치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1,250만 톤의 플라스틱이 농업에 사용되며, 3,730만 톤이 식품 포장에 사용된다.

 

전 세계의 농부들은 농작물이 더 잘 자라도록 농업용 플라스틱(폴리에틸렌 필름 등)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추, 참깨 재배 등에서도 플라스틱 필름이 멀칭용으로 사용된다. 플라스틱 멀칭은 많은 장점이 있으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플라스틱을 토양에 남긴다.

 

미국 과학자들은 캘리포니아 딸기 재배에 사용된 플라스틱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 토지를 매우 잘 관리하는 농부들 사이에서도 수확 후 토지에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입자가 남아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플라스틱을 잘 관리하는 농장에서도 딸기 재배 중에 다량의 거대 플라스틱 입자(5mm보다 큰 입자)가 필름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이 관찰되었고, 이 입자들은 결국 땅에 떨어져 수십 년 이상 그곳에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에틸렌과 같은 플라스틱은 농업에서 점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잡초와 병원균으로부터 식물의 뿌리를 보호하여 다양한 효과를 나타낸다. 또한 온도를 유지하고, 수분 증발을 줄이고, 빗물 등에 의해 흙이 작물체나 열매에 튀는 것을 방지한다. 이를 통해 작물의 수확량을 높여 준다.

 

고추 재배의 경우 흙이 고추 식물체를 오염시키고, 병해 발생 예방에 중요하다. 그래서 농업용 플라스틱 필름이 멀칭재로 사용되고, 수확 후 제거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플라스틱 필름을 제거하지 않은 곳들이 있으며, 제거한다고 해도 완전히 제거하기란 쉽지 않다.

 

플라스틱 필름을 잘 제거한다고 해도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가 흙에 남는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미세플라스틱의 오염이 심해지면 식물에 흡수될 수 있는 가능성과 식물에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을 간접적으로 먹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미세플라스틱을 먹지 않더라도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해 작물이 흡수할 수 있는 토양 내 질소 화합물의 수가 감소하고 미생물의 수가 감소하며 토양이 건조해진다는 사실이 밝혔다.

 

플라스틱 필름은 작물 재배시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토양의 질을 악화시킨다. 플라스틱 입자를 땅에서 제거하는 것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 한번 들어가면 찾아내기도 어렵고, 제거하기도 어렵게 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필름을 사용하는 등 폴리에틸렌 필름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나 가격이 문제시 된다. 그래서 유럽연합(EU)에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필름과 두꺼운 폴리에틸렌 필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고 있다.

 

농업에서 플라스틱 필름의 사용은 그동안 축복이었다. 그런데 작물의 수확 후 토양에 미세 및 거대 플라스틱 입자가 남아있는 것에 관한 연구와 더불어 미세플라스틱이 토양에 미치는 영향, 작물의 흡수 등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질수록 저주가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와 대책이 빨리 세워져 저주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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