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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캐주얼 녹차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4-03-12 09: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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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5월 3일(금)부터 5월 7일(화)까지 보성다향대축제가 개최된다. 보성다향대축제는 올해 47회째로 개최 한지 반세기가 다 되었다. 반세기 동안 보성 녹차는 많은 변화가 있었으나 변하지 않은 것은 포멀(formal) 녹차이다.

 

영어사전에서 포멀(formal)의 뜻은 ① 격식을 차린, 정중한, ② 공식적인, 정식의, 의례를 갖춘, ③ 정규적인으로 해석되어 있다. 그러므로 포멀 녹차는 격식을 차린 녹차로 뜻풀이를 할 수 있는데, 제다에서 마시는 것까지 사람들의 접근성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포멀차가 사람들의 접근성을 어렵게 하는 데는 크게 열 가지로 구분이 가능하다. 그 첫째는 차의 선택과 찻잎 따기이다. 찻잎의 출엽 시기와 정도에 맞춰 따야 하고, 경사지 등의 재배 환경에서 찻잎은 따기가 쉽지 않고, 따도 수확량이 많지 않다.

 

둘째는 식별이다. 좋은 차 차와 나쁜 차를 구별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차를 구별하는 능력을 얻으려면 열심히 노력하고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셋째는 차 도구이다. 차마다 다른 차 도구가 필요하다. 가령, 백차를 만드는 경우 보라색 점토 주전자를 사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넷째는 불의 사용이다. 과거에는 인덕션과 같은 조리기구가 없었고, 불을 피우고 온도를 조절하는 것이 기술적인 일이었다. 다섯째는 물의 선택이다. 차를 끓일 때 수질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이다. 여섯째는 차의 예조처리이다. 차를 제다하기 전의 처리에 따라 차의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곱째는 차의 제다이다. 차를 덖는 기술에 따라 차의 맛과 향이 달라지므로 오랜 숙련이 필요하다. 여덟 번째는 차를 끓이는 일이다. 차와 물의 양, 온도는 차맛을 좌우한다. 아홉째는 차 마시기이다. 차는 마시는 것이 아니라 차의 매력을 이해하는 것으로 그에 따른 노력이 필요하다. 열 번째는 다도이다. 차를 만들고 마시는 것은 도로서 격식을 차려야 한다는 점이다.

 

전통 다도를 해온 다인(茶人)들은 위의 과정이 너무나 당연할 수 있으나 일반인들, 젊은이들에게 차를 배우고 마시는 것은 너무 어렵고 지루한 일이다. 이 지루함은 차가 너무 심오하고 차를 만드는 단계가 너무 복잡하며 차 맛이 너무 단순하고 자극적이지 않다는 사실에 반영되어 차에 관심을 두지 않게 한다. 차에 관심을 두지 않고, 안 마시면 소비가 증가하지 않고 발전이 없게 된다.

 

그런데도 보성다향대축제의 차와 관련된 콘텐츠는 여전히 포멀(formal) 녹차 중심으로 대중적인 소비자, 젊은이들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 결과 젊은이들이 커피나 탄산음료를 찾듯이 보성발의 접근성이 좋은 차 상품을 만들어 내놓지 못했다.

 

아인슈타인은 “관심은 최고의 선생님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차의 상품을 만들어 접근성을 높이면 차의 소비 증대와 인기를 뜰 수 있는데 보성의 녹차는 포멀(formal) 녹차에 갇혀 있어서 그 울타리를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해외에서는 많은 녹차 제품들이 출시되어 젊은이들로부터 사랑받으며, 녹차의 소비증가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그들 차의 내역을 보면 비트와 녹차를 혼합차, 커피와 녹차를 섞은차, 유지와 녹차를 혼합한 차, 초피나무와 혼합한 녹차, 오렌지와 녹차를 혼합한 차, 민트와 녹차를 혼합한 차 등 많고 많다.

 

이들 녹차는 기존의 포멀 녹차에서 벗어난 캐주얼 녹차이다. 캐주얼(casual)은 평상시에 편안한 옷 또는 일상적으로 가볍게 입는 종류를 말하므로 캐주얼 녹차는 격식을 차리지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차이다. 캐주얼 녹차는 개발 가능성이 많고, 접근성도 좋은데 그동안 보성에서는 무관심 해 왔다. 이제라도 관심갖고 보성발 캐줄얼 녹차 상품과 문화를 만들고, 그것을 보성다향대축제 때 선보이고 발전시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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