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커피 찌꺼기와 청색 수국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3-12-21 10:21:38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맹추위가 따끈한 커피를 부르는 날이다. 커피는 대부분 외국에서 생산되지만 대표적인 기호 음료로 소비량이 많음에 따라 커피를 추출하고 난 찌꺼기 발생도 많다. 커피 찌꺼기는 현재 폐기되거나 가공해서 이용되고 있는데, 청색의 수국을 피우는데도 매우 유용하다.

 

수국은 크고 파스텔색의 아름다운 꽃으로 사랑받는 화훼이다. 같은 종류라도 꽃의 색이 분홍색, 청색 등으로 바뀌기도 하는 수국꽃의 화색 비밀은 많이 알려져 있다. 수국꽃은 흰색으로 색의 변화가 없는 품종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수국이 심어진 토양의 pH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수국은 pH에 민감한 꽃이다. 토양이 더 산성이고 pH가 5.5 이하이면 파란색 꽃이 피는 데 유리하다. pH 수준이 낮을수록 식물은 더 많은 알루미늄을 흡수하여 파란 꽃을 피울 수 있다. 따라서 토양의 산성도가 높을수록(pH 6 미만) 꽃이 더 파랗게 피는 반면에 알칼리성 토양(pH 7보다 높음)이 높을수록 일반적으로 분홍색 꽃이 핀다. 그러므로 푸른 꽃을 보려면 토양을 산성으로 만들고, 분홍색 꽃을 보려면 토양을 알칼리성으로 만들어야 한다.

 

토양의 pH는 pH 측정기를 이용하여 측정하는 것이 좋으나 측정기구와 측정 기술이 필요하다. 정밀하지는 않으나 좀 더 쉽게 pH 정도를 구별하는 방법은 식초, 베이킹 소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방법은 용기에 흙을 몇 스푼 넣은 다음 식초 반 그릇 정도를 넣었을 때 거품이 나면 알칼리성이다. 또 다른 용기에 흙을 몇 스푼 넣은 다음 베이킹소다 반 컵을 추가해 거품이 생기면 토양은 산성이다. 식초나 베이킹소다를 넣어도 반응이 없다면 토양은 중성에 가깝다.

 

간단한 실험 결과 토양이 이미 산성이라면 청색꽃이 피기 쉽다. 그런데 토양이 알칼리성이거나 분홍색 꽃이 핀다면 커피 찌꺼기를 토양에 넣는다. 커피 찌꺼기는 산성이므로 늦가을에 수국 주변 토양에 추가한다. 수국 주변에 뿌리되 불쾌한 냄새를 제거하려면 흙에 뿌리도록 한다. 이 과정은 1년에 2~3회만 하면 충분하다.

 

커피 찌꺼기를 수국꽃밭에 뿌렸다고 해서 금방 꽃 색깔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좀 걸리므로 개화기가 시작되기 몇 달 전에 커피 찌꺼기를 토양에 추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커피 찌꺼기를 수국이 심어진 곳에 뿌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수국은 파란색 꽃으로 응답할 것이다,

 

푸른 수국은 어디에서나 정원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푸른 꽃을 피우는 다른 식물이 있더라도 수국의 커다란 구형의 파란색 꽃을 능가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커피 찌꺼기는 그 아름다운 청색 꽃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추운 날 따뜻한 커피가 차가워진 몸과 마음을 녹여 준다면, 커피를 추출할 때 발생하는 찌꺼기를 수국나무 아래에 땅에 넣어 두면 파란색 꽃을 피워 초여름을 시원하게 해줄 것이다. 커피와 수국. 관련성이 없는 것 같으나 커피 찌꺼기는 수국의 꽃 색깔을 바꿀 수 있는 비밀의 열쇠가 되므로 그 열쇠를 유용하게 활용하길 바란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36424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지리산 노고단에 핀 진달래
  •  기사 이미지 보성군, 연둣빛 계단식 차밭에서 곡우 맞아 햇차 수확 ‘한창’
  •  기사 이미지 강진 백련사, 동백꽃 후두둑~
전남오픈마켓 메인 왼쪽 2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