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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식물, 커피 주어도 괜찮을까?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3-12-13 0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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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커피를 습관적으로 마시다가 어떤 날은 바빠서 커피를 다 마시지 못하고 깜박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한참이나 지난 커피를 발견했을 때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커피를 식물에 주어도 좋을까? 커피를 끓이고 남은 커피 찌꺼기(커피박)와 유통기한이 지난 커피 가루를 식물에 주어도 괜찮을까?

 

마시고 남은 커피를 화분식물에 주는 것은 창의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모든 식물이 이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커피에는 질소 화합물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산성을 좋아하는 식물에만 적합하다. 실내 식물 중에는 산성을 좋아하는 것들이 많은 편이나 싫어하는 식물도 있다. 그러므로 처음으로 식물에 커피를 줄 때는 식물이 적응하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먹다가 남은 커피라면 커피 찌거기보다 카페인을 많이 함유하고 있고, 이것은 식물의 성장을 방해한다. 그러므로 모종이나 어린 식물에는 커피를 주지 않는 것이 좋다. 산성도 또한 지나치게 강하므로 커피에 물을 많이 희석해서 엷게 주는 것이 좋다. 이때 주의할 점은 커피에 크림, 우유 또는 설탕이 첨가되어 있다면 화분 식물에 주지 않는 것이 좋다. 설탕과 지방은 식물을 손상시키고 해충과 냄새를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기간이 지난 커피 가루는 주방 쓰레기로 버리는 것보다는 식물에 활용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커피 가루는 산성도가 강하므로 커피 가루를 화분에 직접 붓는 것 보다는 퇴비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는 커피 가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산성으로 식물에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다. 커피 찌꺼기로 액체 비료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찻숟가락 1티스푼을 물 4.5L 정도에 넣고 2-3일동안 가금 저으면서 방치한다. 그다음 거즈 등을 이용해서 커피 찌꺼기를 제거하고, 액체를 화분 식물에 준다.

 

화분 식물은 생육하면서 화분 내에 있는 토양 중의 영양분 흡수하므로 일정기간이 지나면 부족하게 된다. 이때 커피 찌꺼기는 질소와 칼륨, 인산 등이 포함되어 있어 토양의 영양분을 회복시킨다. 커피 찌꺼기 속의 질소는 토양으로 방출되어 토양을 윤택하게 한다. 다만, 커피를 화분 흙에 직접 뿌릴 때는 2cm 이상 두껍게 뿌리면 건조 후 물이 유입되는 것을 방해하고, 발효 과정에서 열이 발생해서 식물 뿌리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으므로 소량을 사용한다.

 

커피를 주면 좋은 식물은 수국, 진달래, 동백, 치자나무, 블루베리, 크랜베리, 감귤류, 당근, 무와 같은 산을 좋아하는 식물이다. 이 중에서 수국은 토양의 pH에 따라 꽃 색이 변하는데, 커피 찌꺼기는 pH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어 수국의 생생한 파란색과 보라색을 더 풍부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화분에 퇴비를 넣을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커피 찌꺼기를 유기비료로 사용해도 된다. 커피 찌꺼기를 일주일간 햇볕에 말리거나, 밀봉 봉투에 담아 4시간 이상 햇빛에 건조시켜 발효시킨 후 배양토와 약 1:5 비율로 섞어주면 좋은 비료가 된다. 이 비료는 식물의 가지와 잎이 막 자랄 때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커피 찌꺼기는 비료로 효과적이지만 식물에 따라서는 심한 경우 뿌리 썩음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으므로 식물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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