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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술, 편백나무로 만든 술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3-11-02 07: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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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 편백나무를 술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편백나무 향기는 자율신경의 부교감신경에 작용해 뇌 내에서 α파의 발생을 촉진하고, 호흡을 규칙적으로 하게 하며, 불면을 해소하는 등 몸에 좋은 작용이 많다.

 

향이 좋은 편백나무는 가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왔으나 나무 자체가 술의 원료로는 사용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일본 도쿄(東京)의 히노하라촌(檜原村)에서는 편백나무를 원료로 해서 만든 술을 판매하고 있다. 히노하라촌은 산림이 93%를 차지하는 지역으로 나무로 만든 술을 특산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히노하라촌에서 제조 판매하고 있는 편백나무 술은 나무를 몇 마이크론까지 부숴서 셀룰로오스를 노출시킨 다음 효소와 효모에 의해 당화 및 알코올로 만들어 만든 증류 소주이다.

 

편백나무 술처럼 목재로 술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가 않다. 목재의 주요 성분은 90% 이상이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 리그닌이라는 세 개의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 성분이 서로 결합하여 견고한 세포벽이라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셀룰로오스와 헤미셀룰로오스는 효소나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기 쉬우나 리그닌은 잘 분해되지 않는다. 리그린이 세포벽을 단단하게 형성하고 있어 목재는 100년 이상 부식하기 어려운 내구성이 있는 건축재로서 이용가치가 높다. 하지만 술을 만들기 위해 효소나 미생물을 이용해서 직접 분해하는 것은 어렵다.

 

목재의 세포벽 두께는 보통 2~4μm(1μm=1/1000mm)로 매우 얇은 구조이다. 이 얇은 세포벽 구조가 밀집해 딱딱한 목재를 만들어 낸다. 일본 삼림총합연구소(森林総合研究所)에서는 목재의 단단한 세포벽을 습식 밀링 기술에 의해 수중에서 1㎛ 이하까지 분쇄해 목재의 세포벽이 부숴서 내부에 매립된 셀룰로오스가 노출되도록 했다.

 

노출된 셀룰로오스가 물을 빨아들여 부풀게 되면 점도가 높은 크림 모양이 된다. 크림 모양의 목재 슬러리(slurry; 고체와 액체의 혼합물 또는 미세한 고체입자가 물속에 현탁된 액)를 당화 및 발효 탱크에 투입하고, 식품용 셀룰라아제 효소를 첨가하면 셀룰로오스가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양조용 효모에 의해 포도당이 알코올 발효된다.

 

발효된 덩어리를 고액 분리하면 알코올 도수 1-2도의 '나무 술'이 만들어진다. 이것을 증류하면 알코올 도수 30-40도의 '나무증류 술'이 된다. 일본 삼림총합연구소에서는 삼나무와 벚나무, 자작나무의 제조 효율을 검토한 결과 1,000kg되는 나무로 알코올 도수 35%의 증류주를 제조할 때 삼나무는 위스키병으로 453개, 벚나무는 202개, 자작나무는 185개를 제조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활엽수인 벚나무와 자작나무는 침엽수인 삼나무와 비교해서 목재가 단단해 습식 밀링 처리에 의한 세포벽의 분쇄 효율이 낮고, 생산량의 저하로 이어지는 것이다. 

 

나무 술의 매력은 나무 고유의 향과 성분 외에 수령이라는 시간의 스토리를 즐길 수가 있다는 점이다. 와인과 위스키 등은 제조 년과 숙성 연수가 그 술의 가치를 비약적으로 높여 20년 이상의 시간을 거친 것들은 고가로 거래되는 사례가 많다.

 

나무로 만든 술은 원료에 시간이라는 스토리가 포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삼나무는 수령 50년 이상 된 것이 많고, 브랜드 삼나무는 수령 150년부터 200년이 넘는 것까지 있다. 200년이 된 삼나무를 술 원료로 하면 목재의 나이테 중심에는 200년 전에 삼나무가 광합성으로 만들어 낸 셀룰로오스 등이 있고, 그것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만들어진 셀룰로오스와 나이테가 포함되어 있다.

 

나무로 만든 술은 그 모든 시간이 만들어 낸 나무의 성분이 포함되어 술을 마시는 것에 의해 세월과 자신의 몸이 동화하는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태풍 등으로 추정 수령 1,000년 이상된 나무가 쓰러져 폐기해야 할 때 이 나무를 이용해서 술을 만들게 되면 헤아릴 수 없는 가치가 술에 부여되게 된다.

 

일본에서 나무로 만든 술은 팬백나무로 만든 술이 판매되고 있는 것 외에 다른 종류의 나무로 만든 것 또한 지난달에 시음회를 가졌고, 조만간 판매가 예정되어 있다. 숲과 가구 등으로 만나 왔던 나무를 멀지 않아 술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자료 출처]

木そのものを発酵して造る香り豊かな新しいお酒山村地域の振興、国産材需要拡大への貢献を目指して(https://www.jst.go.jp/tt/journal/journal_contents/2022/07/2207-05_articl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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