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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패키지 센터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3-10-17 08: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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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 일본 사가현(佐賀県) 북서부에 위치한 가라쓰시(唐津市)는 온난한 지역이다. 기후가 따뜻하고 풍부해 일본 제일의 하우스 귤 생산을 자랑한다. 하우스 귤 다음으로 매출이 많은 것이 딸기이다. 딸기는 노동 집약성이 높은 농작물이다. 출하 피크시는 이른 아침부터 수확하여 선별·팩 포장 작업을 하다 보면 한밤중이 되기도 한다.

 

딸기는 기온이 높아지면 손상되기 때문에 가라쓰시 지역 농가들은 오전 8시까지 수확을 마친다. 그 때문에 피크시는 오전 2-3시부터 수확하기 시작해서 선별, 팩 포장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최대 성수기에는 밤늦게까지 일을 한다.

 

이렇게 과도한 노동 부담은 딸기 생산자 감소의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가라쓰시 가족 경영의 딸기 재배 농가는 1990년에 544호였던 것이 2017년에는 270호로 절반 이하가 되었다. 그래서 가라쓰시는 노동 인구 감소, 생산자 감소로 인해 딸기 산지로서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가라쓰농업협동조합(唐津農業協同組合)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딸기의 팩 포장을 하는 ‘딸기패키지센터’를 설립했다. 이 센터에 지역의 딸기를 모아 팩 포장을 함으로써 각 생산자의 노동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 일하는 방법 그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였다.

 

이곳 딸기패키지센터의 작업 흐름은 이렇다. 생산자가 반입한 딸기를 다음날까지 예냉하여 에틸렌 발생 방지제를 처리한다. 식물이 성숙할 때 생성되는 에틸렌 가스는 유통 과정에서 과숙이나 부패로 이어지므로 방지하여 품질을 높인다.

 

다음날 예냉고에서 꺼낸 딸기는 직원들이 1알씩 선과기의 트레이에 올린다. 그때, 상처가 있는 것은 육안으로 확인하여 배제한다. 선과기가 무게나 색, 형태, 당도 등을 자동 계측하고, 각각의 크기, 등급의 레인에 옮겨 간다. 흘러나온 딸기를 깔끔하게 팩 포장하는 것은 사람의 손이다. 그때에도 육안으로 상처를 체크하고 포장지 상단에 셀로판을 붙인다. 마지막에 다시 체크한 후 발송한다.

 

딸기패키지센터의 직원은 피크시 90명 정도 된다. 현지 여성과 베트남의 연수생도 일한다. 근로자 확보가 어려워 베트남 연수생을 활용하고 있다. 딸기 패키지 센터의 가동으로 생산자의 노동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생산자의 팩 포장 작업의 부담을 대폭 줄였을 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작업에 주력하는 것도 가능하게 했다.

 

딸기재배는 노동 집약형이어서 수확이 한창일 때는 수확과 팩 포장에 쫓겨 재배 관리가 잘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는데, 딸기패키지센터의 설립으로 면적당 수율이 증가했다. 10a당 수량은 2015년 4,083kg이었던 것이 2017년에는 4,375kg까지 늘었다. 파기하는 것도 거의 없어져 하위 등급의 딸기도 가공용으로서 판매할 수 있었다. 

 

딸기패키지센터는 출하 딸기의 품질에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 생산자 개인이 팩 포장을 했을 때 생겼던 선별의 편차가 센터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함으로써 해소되었다. 선별의 편차가 없는 상품의 출하는 가라쓰농업협동조합의 신용으로 연결되어 시장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단가가 높은 제과 회사용에는 특수한 포장으로 납품이 요구되는데 그러한 포장에도 유연하게 응할 수 있게 되었다. 소량 팩이나 선물용 패키지 등 포장 딸기에 부가가치를 주어 단가 상승에 크게 공헌했다. 수량 증가와 단가 상승에 따라 생산자의 소득도 향상되었다.

 

딸기패키지센터의 설립 시에는 반대도 많았다. 예냉고와 자동선과기를 완비한 대규모 패키지센터설립 투자액은 막대해서 비용 대비 효과에 불안을 품은 생산자도 있었다. 생산자가 감소하는 가운데 생산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고, 자신이 가꾼 딸기를 자신의 이름으로 팔고자 하는 생산자도 있었다.

 

가라쓰농업협동조합(唐津農業協同組合)에서는 딸기 생산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매출·경비의 시뮬레이션을 구체적으로 생산자에게 보여주는 것과 함께 센터의 장점에 대해 생산자에게 거듭 설명했다. 비용의 초기 투자액은 조합이 부담하고 이용자가 1kg당 2엔(한화로 약 18원)의 이용료를 10년간 지불한다는 방식으로 분담했다.

 

결과는 딸기 생산량이 증가하고 소득이 늘어나 패키지 센터에 드는 경비분을 빼도 수입은 확실히 상승했다. 딸기패키지센터 건립으로 생산자의 노동환경 개선, 생산성 향상이라는 근무방식 개혁은 성공했다. 다만, 지역의 딸기 생산자 수와 면적은 현재도 감소를 계속하고 있어 생산자와 생산 면적을 늘리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일본 사가현 가라쓰농업협동조합의 딸기패키지센터는 담양을 비롯해 우리나라 딸기 산지에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딸기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에틸렌 방지제를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방식 등은 수출용 딸기 등 원거리 유통의 딸기에 적용하기 좋은 방식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자료 출처]

いちご農家も“働き方改革(https://special.nikkeibp.co.jp/NBO/businessfarm/innovation/28/)

박용서, 이필호, 허북구. 2010. 1-MCP 처리가 ‘화산’ 배의 상온 저장 중 품질에 미치는 영향.

한국식품저장유통학회지 17(5):59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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