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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회상 그리고 '피식' 웃음 - Arts & Culture 프리랜서
  • 기사등록 2010-04-25 18: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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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D에 들어서자 작가 주대희의 얼굴이 큼직하게 보인다. 큼직한 검은 뿔테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의 수줍은 얼굴은 개인전을 여는 여느 작가들만큼이나 긴장감이 성큼 묻어나온다.

갤러리D의 하얀 벽면에 붙은 어린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얼굴 또한 그의 얼굴 크기를 연상케 하듯 화면을 가득 채우며 “날 보고 가”를 강요하는 듯하다.

어린 시절 동네 소꿉친구들과 골목길을 누비며 뛰놀던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32점의 작품은 그의 말마따나 ‘먹의 진동을 타고 번지는 웃음’이 조금은 시니컬하다.

그의 작품은 화선지와 먹이라는 전통 동양화(한국화)의 영역에서 볼 수 있었던 산수화이거나 최근 공모전에서 볼 수 있는 도시민의 삶을 투영하는 채색화라는 관념적 틀을 다시 한번 뒤집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김종경 조선대 교수가 언급하듯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이라는 코드를 통해 꾸미지 않는 순수함, 그리고 관객들로 하여금 추억 속의 유년시절을 떠오르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의 작품 앞에 서면 먼저 ‘피식’ 웃음이 입가로 번져 나오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보고 있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요즘 어린 아이들은 이러한 천진난만함이 남아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기도 한다.

<나는 토토로를 만날꺼야>는 어린 시절이면 누구든 꿈 속에서나마 동화의 주인공과 함께 행복한 감동을 느꼈던 것처럼 아마도 작가의 어린 시절에 토토로의 품 속에서 잠들고 싶었던 기억이 남아 있었을까. 바로 그 옆의 <그만 자라>라고 하는 작품은 현실세계의 모습을 비교하여 우리는 누구나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연출하고 있다.

작품 도록의 표지화를 장식하고 있는 <울보야 뚝해~!>는 한번쯤 겪었음직한 아스라한 추억과 같은 기억을 회상시킨다.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다 그치는가 하면 입에서 침이 떨어지는 가운데 눈을 감은 듯 하면서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안간 힘을 쏟는 그런 기억이 난다.

그의 작품에서 먹의 번짐과 농담을 이용하여 여백의 미를 살리는 것은 동양화의 기본적인 토대 위에 서 있다. 그러면서 얼굴 모습이 왜곡되고 비대칭적이면서도 화면을 가득 채우며 크게 다가오는 것은 남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

그런데 그의 작품을 보면서 누군가 다른 사람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최근 중국 현대미술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는 위에민쥔(岳敏君)이다. 위에민쥔은 자아를 복제한 듯한 <웃음시리즈>에 대해 “끊임없는 웃음을 통해 문화혁명 시기에 겪었던 고통과 개혁개방에 대한 희열을 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에민쥔과 주대희, 두 사람이 자신의 시각을 작품 속의 커다란 얼굴을 가진 대상을 통해 다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다르다. 즉 위에민쥔의 작품에서 “화면 전체가 웃음 소리로 진동하지만 그들의 웃음은 어딘가 모르게 차갑고 공허했다”라고 말한 이보연의 견해에 동의하지만 주대희의 작품에서는 갤러리D를 가득 채운 무미건조한 웃음이 진동할 뿐이었다.

주대희는 “자본주의와 현대사회 속 무미건조해진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처음 그의 작품을 접할 때는 그의 생각에 동의했다. 그런데 조금 오래 보고 있으면 마음을 더 후비지는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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