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광역시교육청은 공립유치원 미래형 놀이환경 조성 지원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서 미래형 유아놀이중심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디지털 매체 및 콘텐츠 경험을 통해 미래 사회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놀이환경 조성사업을 통해 공립유치원에 대한 학부모 관심도를 높여 충원율1) 을 높이겠다는 강한 의지도 담겨 있기에, 해당 사업이 국가수준 교육과정과 어떻게 연계하느냐에 따라 공립유치원 활성화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놀이환경 조성사업을 두고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시범학교 운영, 각종 의견수렴 없이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추경 예산을 마련해 추진하였고, 추경 편성 전부터 특정 업체가 유치원을 방문해 제품을 홍보하는 등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또한 자연·신체활동을 통해 기본적인 감각을 경험해야 할 시기에 유아들에게 디지털 매체를 공급하는 사업 자체가 놀이 교육 취지에 반하고, 또래 유아와의 상호작용과 능동적인 활동을 저해할 것이라는 유치원 교사들의 의견도 상당하다.
놀이환경 조성사업의 집행과정도 문제이다. 유아, 교직원, 학부모 등 충분한 의견 수렴 후 사업 목적에 맞게 예산 집행을 해야 하지만, 상당수 1~2학급으로 운영되는 병설 유치원의 경우 교사 개인의 판단에 의해 집행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설령 교장, 교감 등 협의를 통해 의견수렴을 거쳤다하더라도, 교사 개개인마다 디지털기기의 활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데, 교사 인사이동 등에 따른 사후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편, 광주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놀이환경 조성사업 계획에 따르면, 멀티미디어학습장치 167대, 터치스크린 49대, 전자칠판 101대, 태블릿PC 503대, 기타기기 573대를 교실, 유휴교실에 구축하기 위해 35억여 원이 집행될 예정이다.
막대한 추경예산을 확보해 추진하는 교육청의 주요 사업인 만큼, 관련 업체들이 계약을 독점·방해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타시·도 견학, 현장교사 의견 등을 통해 ‘놀이환경 조성사업이 유치원 교육과정과 연계가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만약 알차게 활용하지 않으면, 그 손해는 결국 교육주체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 광주시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중·고교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처럼 업체들의 배만 불려주는 사례가 되지 않도록 해당사업의 재검토를 촉구하는 바이다.
2023. 9. 13.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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