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포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 3월에 국내의 한 신문에서는 “높은 인기를 누린 샤인머스캣에 이어 이제는 새로운 포도 품종의 발견에도 눈길이 쏠고 있다. 새로움에 민감한 MZ세대(1981~2010년생의 세대)들은 일명 ‘포도계의 에르메스’ 품종 찾기를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샤인머스캣은 일본에서 육성된 것으로 밝은 연두빛이 감도는 얇은 껍질과 씨가 없어 껍질째 먹기 편하고, 높은 당도, 싱그럽고 달콤한 향으로 인기가 좋은 포도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대 이후 대형마트와 청과 가게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으며, 수출에도 한몫하고 있다. 농가에서도 인기가 좋은데, 문제는 일본에서 무단 유출된 포도이다.

샤인머스캣에 이어 고급 포도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루비로망 포도(Ruby Roman grape)이다. 일본에서 포도 1개당 48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린 이 포도는 일본 이시카와현(石川県) 농업총합연구센터 사구지농업시험장(農業総合研究センター砂丘地農業試験場)에서 육성한 것으로 포도 1개당 크기는 거봉의 2배 정도(직경 3.1cm 이상)이다. 신맛이 적고 당도는 거봉 수준(18Brix%) 이상)인데, 뒷맛이 시원스럽고, 과즙이 매우 풍부해 입 안 가득 퍼지는 상쾌한 단맛이 특징이다.

루비로망이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일본 이시카와현에서는 지난해 8월 서울 시내 백화점과 고급 슈퍼마켓 등 3개 점포에서 루비로망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포도를 구입하여 DNA 감정 결과 이시카와현산의 루비로망과 유전자형이 일치했다. 이시카와현에서는 루비로망을 한국에 정식으로 판매한 적이 없다고 하므로 루비로망 또한 샤인머스캣과 마찬가지로 무단 유출된 포도이다.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바이올렛킹과 마이하트 또한 일본 품종이다. 바이올렛킹은 일반 포도에 비해 알갱이가 크고 옅은 녹색과 적색 그라데이션이 인상적인 품종이다. 마이하트는 맛이 샤인머스캣과 비슷하고, 붉은색이며, 하트 모양이다.

일본의 여러 언론에서는 일본 포도가 한국과 중국에 무단 유출되었다며, 자주 비판적인 기사를 게재해 왔다. 샤인머스캣 한 품종의 유출만으로도 일본의 경제적 손실은 연간 1,000억원 정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일본의 좋은 포도 품종 묘목이 무단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농가에서는 재배 수준이 낮아 모양과 색 그리고 맛도 떨어지게 재배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무단 유출된 포도 묘목의 유통, 재배와 생산에 대해서는 중국에 대한 비판도 있으나 특히 한국에 대해 강한 논조로 비판하면서 중국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 현지 기사들을 접하다 보면 한국은 중국과 함께 포도 도둑 나라라고 인식이 될 정도로 대가(代價)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일본 포도들은 일본에서 품종 보호 등록이 되기 이전에 유출된 것으로 불법은 아니다. 도입도 훔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중국을 통해서 들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로얄티 등을 지불하지 않고 무단으로 종묘를 유통하고, 재배하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며, 싸잡아서 한국 농업인은 도둑이라는 인식이 심어질 수도 있다.

농민들이 일본 포도 품종을 무단으로까지 재배 생산해야 하는 심정은 이해되나 육성권자의 지적재산권을 존중해 주어야 재배 농민이나 그것을 사 먹는 소비자와 국민은 떳떳하게 된다. 또한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육성한 참다래 품종, 담양 농업기술센터에서 육성한 딸기 품종 등 해외에서도 인기가 좋은 국내 육성 품종을 보호할 수가 있다.

따라서 포도 재배 농민이나 소비자도 떳떳할 수 있도록 정식으로 도입한 일부 참다래 품종처럼 관련 기관이나 종묘사 등에서 로얄티를 지불하고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농업관련 기관에서도 책임감을 갖고 농민들이 일본 포도 품종을 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우수한 국내 품종을 육성하고 보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