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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벚꽃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3-04-03 07: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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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벚꽃으로 가득한 봄이다.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없이 외출할 수 있는 첫봄을 환영하듯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벚꽃이 개화해 봄을 채색하고 있다. 가로수 등을 통해 즐길 수 있는 봄꽃인 벚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성 교목이다.

 

벚꽃에는 왕벚나무, 산벚나무, 잔털벚나무 등 종류가 다양하다. 가로수 등지에서 흔히 보는 벚나무는 왕벚나무이며, 개화기는 3월 하순에서 4월 상순쯤이다. 꽃은 주로 분홍색 또는 하얀색이다.

 

벚나무는 가로수로 많이 식재되어 있고, 꽃이 아름다워 그 아름다움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벚꽃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보니 여러 가지 측면에서 주목되고, 이를 관광 등 경제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은 물론 논쟁도 많다.

 

벚꽃의 개화 시기는 지구 온난화와 도시화에 따른 열섬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본 교토의 벚나무(Prunus jamasakura) 만개 기록에 의하면 812년부터 1800년대까지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이후 만개 시기가 조금씩 빨라지다가 2021년에는 1200년 만에 가장 빠른 만개일을 기록했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왕벚나무의 만개일은 1921년경 4월 5일이었지만 2021년경에는 3월 31일이었다. 이러한 기록은 1800년대 중반 이후 지구 평균 온도의 상승 기록과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고 보면 예년보다 빨리 개화한 올해의 벚꽃은 그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구 온난화를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도시 열섬 현상으로 벚꽃이 남부지방에서부터 순차적으로 만개하면서 북상하던 예전과는 달리 남부와 중부 지역의 벚나무 꽃이 동시에 피는 경우가 많아졌다. 벚나무 가로수 식재가 늘어나면서 전통이 있는 벚꽃 명소 못지않은 새로운 명소가 개발되고 있으며, 이것들은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있는 벚꽃 감상문화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역 내의 벚꽃 명소에 재빠르게 편의시설의 설치, 주차관리, 홍보 등을 통해 시민들의 휴식처 및 관광지로 활용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관광지로서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는 벚꽃 명소가 있음에도 방치하고 있어 지자체 간 정책과 행정력의 정도가 벚꽃에도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봄나들이를 재촉하는 벚꽃이지만 그 역사를 되짚어 보면 논쟁도 없지 않다. 벚나무의 야생종은 유럽과 북미에도 많이 분포하고 있으나 꽃 감상에 적합한 왕벚나무는 주로 북반구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왕벚나무 자생지이나 일제강점기에 일본제국주의 상징으로 벚나무가 곳곳에 심어졌고, 벚꽃놀이를 실시 했다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 

 

일제강점기 초대 조선총독(1910.5-1916.10)인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는 학교 교사들까지도 교실에 칼을 차고 들어올 정도로 무단통치를 했다. 제2대 조선총독(1916.10-1919.8) 하세가와 요시미치(長谷川好道) 또한 무단통치를 이어받았다. 이에 따른 조선인의 저항은 컸으며, 1919년에는 3월 1일 운동이 일어났다.

 

일제는 3.1 운동 이후 무력만을 앞세운 통치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알고, 사이토 마코토(斎藤実)를 제3대(1919.8~1927.12) 조선 총독으로 임명했다. 제3대에 이어 제5대 조선총독(1929.8-1931.6)을 한 사이토 마코토는 유화적인 통치의 필요성을 느끼고 문화통치를 시행하면서 벚나무 식재와 벚꽃놀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벚나무의 식재와 벚꽃놀이의 유래에는 이처럼 일제 잔재가 있다. 게다가 벚나무 품종 중에도 일본에서 육성한 것들이 많아 원산지 논쟁도 있다. 그로 인해 꽃의 아름다움만을 즐기자는 주장과 역사적인 불편한 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일본에서는 배꽃처럼 새하얀 벚꽃은 물론 붉은색의 벚꽃, 노란색의 벚꽃이 육성되어 보급되고 있으며, 벚꽃을 시민들의 휴식, 관광, 경제와 연계시켜서 그 문화를 발전시키면서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벚꽃이 한창인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이 벚꽃을 찾고 있으며, 벚꽃의 아름다움을 통해 일상의 피로를 풀고 재충전하는 등 봄꽃으로서의 비중과 관광 수요가 커지고 있다. 그러므로 과거는 잊지 말되 꽃의 색, 수형, 개화 시기 등 다양한 벚나무 품종의 육성, 화훼 수종의 다양화 그리고 지자체 차원에서 정체성 강화, 시민의 복지와 경제 등과 연계시킨 체계적인 활용 대책과 실행으로 명분과 실리 양 측면에서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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