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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홍어, 무형문화재 지정해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3-03-14 0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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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무형문화재(無形文化財)는 연극, 놀이와 의식, 무용, 음악, 공예 기술, 음식 등 무형의 문화적 소산으로 역사적 또는 예술적으로 가치가 큰 것을 가리킨다. 무형(無形)이란 예술적 활동이나 기술같이 물체로서의 형태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http://www.kpicaa.co.kr).

 

우리나라에서 무형문화재 제도의 도입은 1962년 제정한 문화재보호법을 통해서이다. 그 배경은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 가치가 큰 무형문화유산 중 현대문명의 영향으로 소멸되거나 변질될 위험성이 있는 것을 선별하여 이를 보호하고 원형적 형태가 지속적으로 유지·전승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무형문화재는 국가무형문화재와 시·도 무형문화재가 있다. 국가무형문화재는 음악, 무용, 연극, 공예기술 등 무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 또는 학술적 가치가 큰 것으로 전승 단절 우려가 있는 것에 대해 문화재청장이 무형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한다. 시·도 무형문화재는 시·도지사가 문화재보호법을 근거로 한 조례에 의하여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 아니한 문화재 중 보존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에 대해 지정하는 것이다.

 

무형문화유산에는 국가 및 시·도 무형문화재 외에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무형문화유산이 있다. 무형문화유산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빠지지 않은 것이 음식이다. 지난해 11월 30일 모로코에서 열린 17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 회의에서는 북한이 신청한 ‘평양냉면 풍습’과 프랑스가 공들인 ‘바게트 빵의 장인 노하우와 문화’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유네스코에서는 과도한 상업성에 휩쓸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음식 자체를 등재하는 데에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으나 ‘벨기에의 맥주 문화’, ‘북부 크로아티아의 생강 쿠키 제빵 기술’, 우리나라의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 ‘케슈케크, 터키의 전통 의식 요리’등 여러나라의 고유한 음식(문화)이 등재되어 있다. 태국에서는 태국 전통 음식 똠양꿍(Tom Yam Kung)을 등재 신청을 해놓은 상태이다.

 

우리나라에 고유 음식 중에도 김치 외에 세계 무형문화 유산 등재 기준에 맞는 것들이 많다. 그중의 하나가 나주 영산포 홍어의 발효기술과 식문화이다. 나주의 삭힌 홍어는 조선 후기의 학자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 “나주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즐겨 먹는다. 탁주 안주로 곁들여 먹는다”라는 기록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역사가 오래되었고, 삭히는 고유기술과 잔칫집과 농경문화에서 발전된 독특한 식문화를 갖고 있다. 

 

나주에서 발달된 홍어의 발효기술과 발효된 홍어를 식용하는 문화는 생산지인 흑산도에서 소비지이자 유통 본거지인 나주까지의 거리 등 다양한 요인이 상호 작용된 결과에 의해 만들어낸 것이다. 특히 나주평야는 홍어의 삭히는 기술과 식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나주의 고령자분들에 의하면 1940년대 이전에는 겨울철에 싱싱한 홍어가 배에 실려 영산포구에 도착해도 소비가 많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상인들은 이것을 염장 등의 방법으로 쌓아둔 다음 봄철의 보리 수확기와 모내기 등 농번기 때 나주 남평장, 공산장, 반남장 등에 내다 팔았다고 한다. 따라서 많은 일손이 필요한 농번기에 사용한 홍어는 저장에 의해 발효된 것들이 많았으며, 노동에 의한 피로를 풀기 위해 막걸리와 함께 먹는 문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것은 몇몇 고령자분들이 제보해 준 내용이며, 이외에도 발효와 관련된 고유기술과 갑자기 상을 당했을 때 홍어를 가마니에 넣은 다음 두엄 속에 넣고 속성으로 삭혔던 사례 등과 독자성 등은  ① 사회적 실행, 의식 그리고 축제, ② 자연과 우주에 대한 지식 및 관습 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준 조건에 맞는 것들이 많아 등재 가치가 있다.

 

그런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일반적으로 자국내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들을 우선시 한다. 그런 점에서 나주홍어의 무형문화재로서의 지정이 시급하다. 무형문화재 후보로서 나주 홍어는 역사적, 향토적, 학술적 가치가 크며, 저온저장고, 유통수단과 기술의 발달로 전통 발효 기술이 소멸되거나 변질될 위험성이 있다. 그러므로 이를 보호하고 원형적 형태가 지속적으로 유지·전승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영산강의 해로와 나주평야를 중심으로 한 농경문화의 소산인 나주 홍어의 무형문화재 지정과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는 전통 식문화를 보존 계승하여 후손들에게 전승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전남의 정체성을 살리고, 전통 음식을 통해 맛의 고장 전남을 알리고 세계적인 음식 관광지로 만드는데, 기틀이 될 수 있으므로 전남 차원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무형문화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길 기대한다.

 

참고자료

허북구. 2021. 프랑스 바게트와 전남의 떡.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1-08-23).

허북구. 2021. 농주 막걸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1-01-20).

허북구. 2020. 국가중요농업유산, 적극 발굴 활용해 지역 활성화 마중물 삼자.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0-08-05).

허북구. 2020. 남도 향토음식, ‘맛의 방주’ 등재 이후.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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