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봄
김승태(초등 3단계 졸업 58세)
두 살 때 엄마가 돌아가시고
배고파서 중국집에 취직을 했다.
공장에 들어갈 때는 친구에게 부탁해
이력서도 써 달라고 했다.
글을 몰라 은행 일이나 서류를 뗄 때는
항상 아내와 함께 했다.
주소를 쓸 때는 그림처럼 그리고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이제 아내와 함께 학교에 다닌다.
하루하루가 즐겁다.
글을 한 자 한 자 깨우치니 자신감도 생겼다.
글을 조금씩 알아가니 지금이 내 인생의 봄이다.
15일, 어른들이 공부하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초·중·고 만학도 249명이 학업을 마쳤다. 초등문해교육프로그램 김승태 외 23명, 중학교 김명숙 외 62명, 고등학교 모정임 외 161명 총 249명이 영광스런 졸업장을 받는다.
이날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김승태(58세) 씨는 두 살 때 엄마가 돌아가신 후 한량 아버지가 돌보지 않아 여기저기 친척집을 전전하며 눈칫밥에 속을 앓다가 초등학교 5학년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열세 살에 밥을 먹여준다 해서 중국집에 취직을 했고, 46년만인 2022년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부설 평생교육원 초등문해과정에 입학한 후 학력을 취득해 졸업을 한다.
“우리 엄마만 살아있어도 저를 대학까지 보내주셨을텐데요.”
그의 한 마디 속에는 어린 시절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었던 아픔이 묻어났다.
이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진학을 앞둔 한성덕(68세)씨는 “이 학교가 아니면 오늘 어떻게 대학을 꿈꿀 수 있겠는가 생각하니 너무나 감사하다.” 며 모교후배를 위해 장학금 100만원을 기탁했다.
광주에서 등하교하다가 힘들어 학교근처에 방을 얻어 중학교 2년 고등학교 2년을 공부했던 만학도 정춘희(68세)씨도 이날 후배를 위한 장학금 50만원을 전달했다.
정 씨는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 평생학습수기공모에서 즐거운 만학의 기쁨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받은 우수상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중학교 김수진(79세, 여) 졸업생은 초등과정에서 4년 동안 문해수업을 받고 초등학력을 인정받은 후 2년전 중학교에 입학해 이날 졸업을 한다.
“아침마다 갈 곳이 있어 집을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교실에 앉아 있으면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학교에 오면 같은 반 학생들의 재미진 이야기도 듣고, 선생님들의 이야기도 듣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김 씨는 배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려도 배우는 것이 즐겁고 좋지만 시험 볼 때는 정신이 없어 고등학교에 가는 것이 망설여지기도 한다고, 하지만 같은 반 동생들이 도와준다고 같이 가자해서 고등학교 입학원서도 써 놨다고 했다.
이번 목포제일정보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 대학합격자는 116명이다. 목포대학교 5명 외 111명이 3월이면 대학 새내기 입학의 꿈에 부풀어 있다.
올해 62번째 생일을 맞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는 어른들이 공부하는 학교로써, 어린 시절 어려웠던 가정환경으로 인해 배울 수 없었던 이들이 뒤늦게 공부하는 곳이다.
2020년 개인 사립 평생교육시설 학교에서 재단법인향토로 설치자를 변경한 재단법인 학력인정학교이다. 현재 2023학년도 신입생을 모집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