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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와 김치 이름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3-02-13 07: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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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튀르키예가 강진의 참사로 슬픔에 빠져 있다. 세계인들이 구호와 기부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가운데 바뀐 국호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튀르키예는 그동안 터키(Turkey)라는 영어식 이름이 많이 사용되었다. 터키라는 옛이름은 '튀르크인의 땅'이라는 뜻의 중세 라틴어 투르키아(Turchia·Turquia)에서 비롯된 말이다. 튀르키(Turquie)는 영어화가 되면서 Turkye를 거쳐 Turkey로 바뀌었고 발음이 ‘터키’로 되었다.

 

튀르크는 원래 ‘용감하다’라는 뜻인데, 이것이 칠면조라는 뜻이 있으며, 겁쟁이, 패배자라는 속어로도 사용되는 영어 터키(Turkey)가 된 것이다. 튀르키예인들은 이 때문에‘터키’라고 불리는 영어식 명칭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영어 국호를 '터키인의 땅'을 의미하는 튀르키예로 변경하자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그러던 차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2022년 연초부터 자국의 영어 명칭을 'Turkey'에서 'Türkiye'로 변경하였다. 이어서 UN에 국호의 영어표기를 Türkiye로 정정해 달라는 내용의 요청을 보냈고, UN은 6월 초에 이를 수용하여 공식 문서에서 국호를 'Türkiye'로 표기하기로 결정했다.

 

옛 터키는 우리나라 정부에 새로운 영문 국명(Republic of Turkiye)을 사용해  줄것을 요청했다. 국립국어원의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에서는 국문 옛 터키의 새로운 국명 표기를 '튀르키예공화국(약칭 튀르키예)'로 결정해 튀르키예가 정식으로 사용되게 되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다. 2005년 1월에 수도 서울의 중국어 공식 명칭을 한성(漢城, Hancheng)에서 수이(首爾, Seoul)로 바꾸었다. 당시 중화권에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수이(首爾)는 중국어 발음으로 셔우얼, 즉 서울의 직역이면서 귀를 붙들다(執牛耳), 일등(第一名)이라는 의미도 가지면서 세계 각국은 이 중국어 번역을 점차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또 김치의 중국명인 포채(泡菜, 파오차이)를 신기(辛奇, 중국어 발음; 신치, Xinqi)로 변경했다. 김치의 중국명 변경에는 사연이 많다. 일본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 일본 김치를 공식식품으로 지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하고 한국과 국제적으로 인정 경쟁을 펼쳤다. 그 전쟁은 2001년 7월 한국이 국제식품규격에 한국 김치를 포함해 김치에 대한 세부적인 국제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한국이 이겼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김치 전쟁을 치루고 나서 김치 주권 국가로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등재 신청했으며, 그 결과 2013년 12월 5일, 제8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는 ‘김장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김장문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등재 준비과정에서 2013년 11월에 중국, 홍콩 2개 국가에 '신치(辛奇)' 상표 등록을 신청해 중국·일본 김치와 구분했다. 

 

'신치(辛奇)' 는 한국 농림축산식품부가 2012년부터 한자어 4,000여개 발음의 분석, 8개 방언의 발음 비교, 주중 한국대사관 및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고 논의한 결과 선택된 것이다.

 

중국어에는 '기', '김' 소리를 내는 글자가 없어 소리 나는 대로 ‘김치’를 표기하지 못하는데, 신치(辛奇)'는 음이 김치와 비슷하게 들리고 김치의 특성이 담긴 '맵고, 신기하다'는 뜻이 있는 점도 고려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국립국어원은 2014년에 김치의 공식 중문명이 '신치(辛奇)'에서 '파오차이(泡菜)'로 변경했다. 2020년 11월 28일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국의 절임배추인 파오차이(泡菜) 국제표준이 ISO에 의해 정해졌으며 한국산 김치도 파오차이의 일종으로 파오차이의 국제표준이 김치의 국제표준이라 주장했다.’ 이는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라는 중국어로 번역 사용함에 따라 중국에게 빌미를 제공하고, 시장에서 혼란과 오해의 원인이 된 점도 있다.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는 김치가 중국 특유의 채소절임 음식 파오차이(泡菜)로 번역·표기돼 논란을 빚은 것과 관련해 파오차이 대신 신치(辛奇)를 새 표기로 확정한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훈령) 개정안을 시행했다.

 

신치(辛奇)가 김치의 한자 이름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김치에는 동치미와 백김치 등 맵지 않은 김치도 있으며, 현대 중국어에서 신(辛)자는 고생한다, 수고한다의 의미로 쓰이며, 맵다라는 뜻에는 랄(辣)자를 사용한다. 기(奇)자는 방언을 사용하는 일부 지역에서 치가 아닌 기로 발음된다. 일부 중화권 네티즌들은 신치는 신라면의 아류처럼 느껴지며, 기이하다는 기(奇)자를 사용함으로써 한국 김치의 스타일을 잃었다고 한다. 김치 수출업체 또한 신치는 중국에서도 인지도가 낮아 판매에 애로점이 많다는 주장이 있다.

 

옛 터키의 새 이름인 튀르키예는 빠르게 정착하고 있으나 김치의 중국어 이름은 위와 같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금과 옥, 귀하다’라는 뜻의 ‘진치(金琪)’나, ‘금과 복, 즐거움’이라는 뜻의 ‘진치(金祺)’로 바꾸면 어떨까라는 주장도 있다.

 

금(金)은 중국어로 ‘진’ 발음이나 우리나라 성씨에서는 ‘김’으로도 불리고, 김치가 비쌀 때 금치라고도 한다. 또 김(海苔)의 명칭 유래가 김여익이라는 사람이 해태양식법을 개발 한데서 유래된 점 등을 고려하면 생뚱맞지는 않다. 논란을 잠재우고, 김치 자주권을 지킬 수 있는 중국명을 확실히 한 다음 적극적인 보급과 홍보에 의해 김치가 세계인들에게 김치(Kimchi)로 인식되게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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