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나주배원예농협은 10일 조합 본점에서 100주년 기념 한마음대회를 개최했다. 나주는 100년이 넘도록 온갖 풍파를 이겨내고 전국 최고의 배산지의 명성을 지켜왔기에 나주배원예농협 100주년 기념식은 매우 의미가 있는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다가올 100년의 나주 배를 준비해야 한다고 다짐의 목소리를 높였으나 지금까지 미래 100년을 위해 제대로 준비한 것이 없다는 점에서 공허했고, 200주년의 기념행사를 기대해도 될까라는 의구심이 앞선다.
나주 배가 100년 이상 국내 최대 산지라는 명성을 유지해 온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며, 기후조건 또한 그중의 하나이다. 기후조건은 그동안 나주 배에 매우 우호적이었으나 기후변화(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점차 비우호적으로 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현재도 나타나 배 재배 적지는 점차 북상하고 있으며, 병충해 발생과 배꽃의 동해 피해 증가 등 나주배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 강도는 점점 거세지고 있으나 나주에서는 이에 대한 준비를 찾기가 쉽지 않다.
온대과수인 배나무는 겨울 동안 필요한 만큼의 추위를 축적하지 않으면 봄에 싹이 나오지 않고, 꽃이 피지 않는 메커니즘이 있다. 동물의 동면처럼 겨울 동안 잠을 자는 이것은 ‘자발 휴면’이라고 한다. 나주 배 또한 자발 휴면 상태에 들어가 버리면, 겨울 동안 필요한 양의 추위를 축적해야지만 봄에 꽃이 피고, 싹이 나온다.
휴면타파에 필요한 만큼 저온을 경유해도 온도가 낮으면 생존을 위해 꽃이 피고, 싹이 나오는 지연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현재는 기후변화로 개화의 지연보다는 앞당겨지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 개화기가 빨라지면 과거의 경우 배 성숙기와 출하 시기가 빨라지고, 배의 단가가 올라 생산자는 기뻐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지금은 기후변화로 개화기가 너무 빨라져서 서리나 눈에 의해 배꽃이 얼어 죽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배꽃의 동해 피해가 없더라도 배의 꽃가루는 15℃ 이하가 되면 제대로 발아하지 않으므로 기온이 낮으면 봄에 인공 수분을 해도 결실률 또한 낮게 된다.
특히 나주에서 재배가 많은 ‘신고’ 품종은 개화가 가장 빠르고 서리 및 저온 피해가 가장 심하게 발생한다. 서리피해는 배꽃의 만개기에 기온이 영하 –1.7℃ 이하로 떨어지면 꽃의 씨방이 흑갈색으로 변하면서 결실되지 않는다. 신고는 수분 때 벌써 암술이 없었기 때문에 원래 열매가 되지 않고 격감하는 등 피해가 크다.
배의 개화기가 빨라져 배꽃의 동해 피해가 늘어난 것은 기후변화가 주는 경고에 불과하다. 그다음 단계는 기후변화로 겨울이 따뜻하게 되어 배나무가 필요한 만큼의 저온을 축적하기 어려워 봄이 되어도 자발 휴면이 타파되지 못하거나 불완전해서 결실이 제대로 되는 상황이 올 수가 있다.
배나무가 꽃눈을 제대로 형성하려면 일정 시간의 저온이 필요하다. 이것은 배 품종에 따라 다른데, 보통 꽃눈 형성에 필요한 저온 요구량 시간은 7.2℃ 이하 기준 최저 ‘풍수(豐水)’와 ‘신감천(新甘泉)’은 800-1,000시간, ‘행수(幸水)’는 1,000-1,200시간, ‘신고’와 ‘20세기배’는 1,200-1400시간이다.
나주에서 재배가 많은 ‘신고’는 저온 요구량이 다른 품종보다 상대적으로 긴데, 남부 지방인 나주 온도는 점차 상승 중이다. “전라남도 나주시 기후변화 상세 분석보고서”(2015. 기상청·광주지방기상청)에 의하면 나주시의 21세기 후반기(2071~2100년) 기온상승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수행할 경우, 2.2℃,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현재 추세로 유지하였을 경우 4.7℃로 예측했다. 예측대로라면 ‘신고’배는 봄이 되더라도 꽃이 피지 않거나 피더라도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기후변화 파고는 이처럼 나주배 명성에 비수를 들이 되고 있음에 따라 미래 100년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면 기후변화 한가지 요인만으로도 나주배는 버텨내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나주배원예농협의 이번 100주년 기념 한마음대회가 마지막 불꽃이 되지 않게 하려면 당장 기후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다.
참고자료
허북구. 2022. 미래를 바꾸는 탄소농업. 중앙생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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