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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음식 문화 11: 호남선의 보리싹 음식과 전라선의 겨울 고들빼기 -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부학회장 겸 학술지 편집위원장 허북구
  • 기사등록 2022-11-10 08: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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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나주 영산포와 나주 청동에 있는 나주목사고을시장의 홍어 전문점에 가면 차림표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홍어애국이다. 나주의 홍어애국에는 보리싹이 반드시라고 할 만큼 들어간다. 홍어애국에 보리싹이 들어가는 것은 이 지역에서 보리싹을 식용했던 문화와 관련이 깊다.

 

나주 영산포에서 태어나서 나란 김0심 씨(1951년생, 2022년 5월 28일 나주시 영산동 7통 자택 앞에서 인터뷰)는 어릴 때부터 보리싹을 식용했던 문화를 설명해 주셨다. “보리 잎사귀는 주로 된장을 풀고 멸치를 넣어 된장국을 끓여 먹었다. 때로는 홍어애를 사다가 보리싹을 넣고 된장국을 끓여 먹었다.”라는 것이다.

 

나주에서 보리싹은 국거리뿐만 아니라 늦겨울과 이른 봄에 설기떡에 넣는 중요한 재료였다. 이 문화는 나주 외에도 호남선권에도 있다. 전북 정읍, 고창 등지에서도 보리싹을 곰반부리와 함께 섞어서 초봄에 냉이가 나오기 전에 제일 먼저 된장국을 끓여 먹는데 사용되었다. 보리싹을 쌀가루와 섞어서 설기떡을 해 먹는 문화 또한 존재했었다.

 

호남선권에서 폭넓에 퍼져 있는 보리싹의 식용문화는 전라선권에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2022년 4월 3일 곡성 오일장(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을 방문했다가 보리싹을 판매하고 있는 상인분을 발견했다. 그분은 시장 내에 가게를 갖고 있는 분으로 나물류 등을 전문적으로 유통하고 있는데, 시장에서 50년 정도 장사를 해왔다고 했다.

 

이분에게 보리싹이 잘 팔리냐고 질문을 드렸더니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시장에서 장사를 50년 정도 했는데, 보리싹처럼 안 팔린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광주 등지에서는 잘 팔린다고 해서 처음으로 물건을 받아 왔는데, 하나도 팔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라선권에서 보리싹을 식용으로 하는 것은 낮선 문화이기 때문이다.

 

호남선권에서 보리싹이 겨울과 이른 봄의 먹거리라면 전라선권에서는 이 시기에 고들빼기가 인기다. 고들빼기는 국화과의 두 해살이 풀로 전국 각지에 자생하는 민속채소이다. 고들빼기의 옛 이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1433년에 간행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는 “고거(苦苣)의 향명(鄕名)은 고잣바기(愁伊禾)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1760년 1월부터 융희 1910년 8월까지 조선 조정과 내외의 신하에 관해 기록한 일기인 ‘일성록(日省錄)’의 1796년 2월 11일 기록에는 ‘古乭朴(고돌박)’으로 표기되어 있다.

 

19세기의 학자 이규경(1788-1863)이 쓴 백과사전 형식의 책인‘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의 만물편(萬物篇)에는 “고채(苦菜)의 속명은 古突朴伊(고돌박이)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황필수(1842-1914)가 각종 사물의 명칭을 고증하여 1870년에 펴낸 책인 ‘명물기략(名物紀略)’의 소채부(蔬菜部)에는 “고들빼기의 명칭은 고채이고, 일반에서는 ‘고독바기(苦荼轉訓)’ 또는 ‘쇠귀나물’로 읽는다”고 되어 있다. 이후 20세기 초의 문헌에는‘고들쌕이’로 표기되어 있어, ‘고들빼기’는 고들쌕이’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들빼기의 역사와 식용문화는 이처럼 오래되었으나 평야가 많은 호남선권에서는 많이 이용하지 않고, 광양, 순천, 구례, 곡성, 여수 등 전라선권에서 발달되어 있으며, 주요 산지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서는 오늘날처럼 대량으로 재배되기 전부터 야생의 고들빼기를 연중 수확해서 식용하는 문화가 있었다.

 

전라선권에서 겨울에는 고들빼기 뿌리를, 봄에는 뿌리와 새싹을 이용했다. 이 중에서 겨울의 뿌리는 단맛이 증가해 쓴맛과 단맛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맛이 일품이고, 이른 봄의 고들빼기는 뿌리와 부드러운 잎사귀가 조화를 이루는 맛이 매력적이다. 현재 전라선권에서는 고들빼기를 소득작물로 많이 재배하는데, 여수 고들빼기는 가을에 수확하고 갓을 심으므로 잎은 무성하되 뿌리는 가늘다. 구례, 광양, 곡성, 순천 고들빼기는 늦게 수확을 하므로 뿌리가 굵다.

 

나주의 보리싹 식용문화는 이처럼 전라선궈의 겨울철 먹거리인 고들빼기와 비교되면서 설기떡, 된장국, 홍어애국 등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특히 홍어애국에 보리싹이 사용되어 그 맛을 높인 것은 나주의 고유 브랜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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